"모든 아테네 사람과 거기에 살고 있는 외국 사람들은, 무엇이나 새로운 것을 말하고 듣는 일로만 세월을 보내는 사람들이었다."

신약 성경 사도행전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당시 최고의 문명과 철학을 누린다고 자부하던 아테네 시민들을 한 마디로 묘사한 내용입니다. 로마 제국 밖에 사는 사람들을 "야만인"이라고 불렀던 로마 문화 속에서도 사상과 철학과 문화에 있어서 가장 앞선다고 자부하던 곳이 바로 아테네였습니다. 경제적으로 풍요해지고 정치적으로 안정된 사회에서 고도로 발달한 에피큐로스 학파와 스토아 학파 철학자들이 펼친 정신세계의 특징이 바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으로 치자면 한국인이 아테네 사람들을 앞지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초 단기간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루어 정신적으로 감당 못할 정도의 부를 누리게 되자 "오래 된 것"은 무조건 가치 없는 것이고 "새로운 것"은 무조건 가치 있는 것이라고 믿게 된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오래 된 것"은 거짓이고 "새로운 것"이 진리라고 믿게 된 것 같습니다.
인간 사회와 삶은 진리와 가치 위에 세워져야 합니다. 자연 법칙을 무시하면 반드시 자연 현상의 보복을 당하는 것처럼 진리와 가치를 무시하면 반드시 고통과 불행을 겪게 됩니다. 진리와 가치는 얼마나 새로운 가, 또는 얼마나 오래 되었나를 따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오래 되었어도 진리이면 진리입니다. 아무리 새로운 것이라도 가치 없다면 가치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오래 된 것이 모두 진리는 아니지만 진리는 대부분 오래 된 것입니다.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의 기준이 고대로부터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면 가치마저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것입니다.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 분위가가 점점 고조 되고 있습니다. 존경받는 기독교 지도자 중의 한 분이신 정근모 박사님이 앞장서시면서 대통령의 덕목을 찾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리더를 미스코리아 뽑듯 해서는 안 된다는 정근모 박사님의 일갈은 한국인이 대통령을 뽑는 일까지 하루살이 같은 충동과 인기 몰이에 의해서 뽑으려 한다는 경고로 들립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입에 올리는 "시대정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대정신"의 실체도 말하기 어렵거니와 애써서 규명한 시대정신조차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인지 혼란스럽습니다. "시대정신"을 중심 가치로 여기는 것도 아테네 식의 사고방식으로 보입니다. 설령 의미 있는 시대정신이 있다고 해도 의식 있는 사람들은 시대정신마저 진리의 심판대와 인간 행복에 기여하는 가치의 재판대 앞에서 평가해야 합니다.

최근에 어떤 정치인은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책 한권 읽어 본 X이 가장 무섭다는 표현을 써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정치, 경제, 사업, 종교 등 모든 분야에서 한번 반짝 했던 생각을 불리고 불려서 쓴 신간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미 인류의 영원한 스승이 된 고대 사상가들이 수천 년 동안 쌓아 둔 누적된 지식과 체험을 살피지 못하고 새로운 것만 추구하다 보면 아주 쉽게 진리와 가치를 분별할 능력을 잃어버립니다.

최근에 한국의 어떤 철학자는 "난 고정된 사고를 하는 사람과 충돌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정된 사고를 하는 것은 미숙한 일입니다. 그러나 고정된 사고가 진리일 수도 있습니다. 고정된 사고가 가장 가치 있을 수 있습니다. 미숙한 일보다 더 나쁜 일은 진리와 인류 보편의 가치를 무시하고 그 보다 더 높은 기준을 정하는 것입니다. 고정된 사고를 하는 사람과 충돌하는 것을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은 아테네 식 사고를 가진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 율법주의자들을 질타하시고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선언을 하신 것은 고정된 사고를 깨트리는 것이었으며 시대정신이었으며 신선하고 새로운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이유는 아테네식 사고방식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창조로부터" 정해진 하나님의 법칙과 인간 사회의 법칙을 회복시키려 하신 것이었습니다.
이 시대는 일점일획도 떨어지지 않는 성경 말씀과 변개치 않으시는 하나님을 아는 사람들이 아테네 식 생활방식을 경계해야 할 때입니다.

/글 장세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