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보기술(IT)업계에서 '혁신'과 동의어이자 애플이라는 회사 그 자체였던 사람" 25일 애플사(社)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내놓은 스티브 잡스(56)에 대한 외국 IT 및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영국 BBC와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의하면 잡스는 IT업계에 뛰어들 때부터 혁신이 뭔지를 몸소 보였다. 197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스티브 워즈니악과 애플을 창립한 과정 자체가 미국의 IT 혁명으로 이어진 '테크노 창업'의 본보기였기 때문이다.
'애플 II'부터 '매킨토시'를 거쳐 '아이패드'로 이어진 애플의 제품들은 검은 화면 위의 녹색 글자로 대표되던 컴퓨터가 사용자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혁신의 사례였다. '아이팟'과 '아이폰'은 제품 자체의 우수성을 뛰어넘어 연관된 시장의 판도 자체를 뒤엎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까 고심하던 IT업계에서 제품의 '단순화'를 추구한 그의 방침 또한 혁신이었다.
신제품 발표회의 분위기를 록 음악 콘서트장처럼 활기차게 하고, 대통령 앞에서도 검은색 터틀넥 상의와 청바지를 고집한 점 또한 파격을 넘어 혁신으로 꼽히고 있다.
그가 1980년대 후반부터 기울었던 애플의 사세를 극적으로 끌어올려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만든 점은 이런 혁신의 사례들을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과 동일시하도록 하는 쐐기 역할을 했다.
그런 잡스라고 해서 쓰라린 실패의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5년에는 전문경영진과의 대립 끝에 애플에서 쫓겨났고, 그 직후 야심차게 만든 '넥스트(NeXT)' 컴퓨터는 높은 성능에도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았다. 독선적이고 무자비해 '독재자' 같다는 평을 받기도 한 그의 경영 방식은 적지 않은 애플 임직원들을 당혹감에 빠뜨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7년 이후 이어진 애플의 성공과 그를 뒷받침한 다방면의 혁신은 잡스를 애플이라는 회사와 동일시하기에 충분했다.
잡스의 퇴진 소식에 많은 IT업계 유명인사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애플의 공동창업자 워즈니악은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잡스를 "우리 시대 최고의 경영자"였다고 평가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지난 25년간 가장 성공한 미국 경영인"으로, 멕 휘트먼 전 이베이 CEO는 "우리 시대의 경영 천재"로 각각 칭찬했다. 링크트인의 제프 웨이너 CEO도 "디지털 시대의 미켈란젤로"라는 말로 잡스에 대한 칭찬 대열에 합류했고, 경쟁자와 동반자 역할을 모두 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창업자는 잡스를 IT업계에서 최고로 영감을 일깨우는 사람으로 일컬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잡스를 스스로 노력으로 성공을 거머쥐는 '아메리칸 드림'의 결정체로 지목한 바 있다.
IT업계 전문가들은 CEO 자리를 내려놓은 잡스가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한 축사의 맨 마지막 말인 '항상 갈망하고 언제나 우직한(Stay hungry, Stay foolish)' 이후 행보를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