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28일 열리는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인 애틀랜타 태생 마틴 루터 킹 Jr. 목사의 기념관 개관식을 앞두고, USA투데이와 갤럽이 공동으로 “킹 목사의 꿈은 실현됐는가?”라는 주제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의 핵심 질문은 과연 킹 목사가 꿈꿨던 것처럼 “인종간 차별은 철폐됐는가?”이다. 설문에 응한 백인(90%)과 흑인(85%) 모두 “인종간 차별은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인종에 따라 느끼는 “미묘한” 혹은 “여전한”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는 미 전역 1,391명의, 히스패닉계를 제외한 백인과 흑인 성인들을 대상으로 8월 4-7일 실시됐으며, ±4%의 오차가 있다.

1963년 갤럽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1% 백인들은 “흑인들이 백인들만큼 직업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번 조사 결과 같은 질문에 대해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78%)의 백인들이 동일한 대답을 내놨다. 인종에 관계 없이 그들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어떤 종류의 직업이라도 적합한 자격과 능력만 있다면, 직업을 갖는 데 차별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흑인들의 입장은 다르다. 같은 질문에 1963년 당시 23%의 흑인들만이 “같은 조건에서 백인과 동일한 기회를 갖는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전보다 약간 증가한 39%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59%의 흑인들은 고용시장에서 여전한 선입견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같은 입장차는 고용시장의 평등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주문하는 데 고스란히 나타났다. 10명 중 6명의 흑인들은 정부가 소수인종들이 나라에서 사회적, 경제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 차별을 없애기 위해 개입해야 한다고 답했고, 백인들은 5명 중 1명만이 그럴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백인 10명 중 3명은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공군의 위생병인 코디 크자카(21세, 백인) 씨는 “모든 분리(차별)은 사라졌다. 이제 인종은 문제가 될 수 없고, 그럴 여지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플로리다 샌포드에서 주택 페인트업을 하고 있는 조지 에반스(56세, 흑인) 씨의 입장은 다르다. 그는 “인종 차별은 어느 정도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법원 시스템에서. 몇몇은 이전보다 아주 미묘하긴 하지만, 다른 몇몇은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백인과 흑인의 결혼에 대해 1968년 갤럽 조사에서 백인들 중 17%만이 서로 다른 인종간 결혼에 찬성했고, 흑인들은 56%가 찬성했다. 조사가 있기 1년 전, 미 연방최고법원에서는 버지니아 주에서 인종간 결혼을 금지한 법은 위헌이라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는 버지니아 주 외에도 38개 주에서 인종간 결혼을 법적으로 금지시킨 상태였다.

특히 다인종이 몰려사는 캘리포니아의 경우 더 이상 다른 인종간 결혼은 “비정상”이 아닌 “정상”의 범주에 든다고 벤자민 카데나스(42세, 백인) 씨는 말했다.

“흑인과 백인 사이에 문제는 언제나 있는가?”라는 질문에 1963년 이후 백인들의 대답은 큰 변화가 없었다. 당시에는 44%가, 이번에는 45%가 “미국에서 흑인과 백인 사이에는 항상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반면 흑인들은 부정적 전망이 증가했다. 1963년 흑인 70%는 “결국에는 나아질 것”이라고 답했고, 26%는 “항상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 흑인 55%는 이 둘 사이의 갈등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 조사 결과에서 보듯 인종에 관한 문제는 예민하면서도 흑백간 미묘하지만 확연히 다른 의견을 드러낸다.

시카고 로욜라대학에 재학중인 자래드 쿼디르(21세, 백인) 씨는 인종 문제는 지나치게 예민한 사안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은 인종차별주의자로 인식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실수를 저지를 까봐 전전긍긍한다. 항상 자신을 살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루이지애나 바튼 러우에 사는 윌리 벨르 리차드(70세, 흑인) 씨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정책이 아닌 그 사람 자체에 대한 비판”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기 때문에 “인식공격”을 당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선출된 이후 미국인들 가운데 70%는 그의 대통령직 수행기간 중 미국 내 인종 관계를 개선시킬 것이라고 답했지만, 현재는 35%만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41%는 지금까지 전혀 변화가 없다고 했다.

“그(킹 목사)는 미국에서 행해지던 많은 것들(차별)을 변화시켰다. 저는 흑인과 백인, 아시안, 히스패닉들과 같은 거리에 산다. 모든 사람이 섞여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고 답한 아만다 젠킨스(27세, 백인) 씨는, 그러나 얼마 전 옆 블록에서 흑인이 난사한 총기에 사망한 백인 이웃의 사건을 생각하면 “끔찍하고 화가 나고 두렵다”고 덧붙였다.

퀴디르 씨는 “나는 아직 킹 목사의 꿈이 완전히 실현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하지만 그가 지금을 보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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