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유>는 신학자이자 고고학자인 고세진 교수가 강의실 밖으로 들고 나온, 이 시대에 필요한 혜안을 담은 책이다. 그는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물질이 풍부해져도 사람들의 욕심은 자꾸 커지고 함께 사는 방법은 오히려 서툴러지는 이 사회를 보다 못해 이 책을 내놓게 되었다.

현자들은 소유욕의 노예가 되는 삶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법정 스님은 그것을 <무소유>라고 표현하였다. 그런 사상을 환영하며 추종한 사람들이 있고, 심지어 다 버리고 떠난 사람들도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무소유로는 행복할 수 없다는 사람들도 있다.

저자는 무소유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패역과 절망의 끝인 양 어지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무소유 정신만으로는 목마름을 해결할 수 없다고 한다. 소유하지 않고 지탱되는 삶이 있는가? ‘버림’과 ‘가짐’ 사이에 균형이 깨지면 어느 한 쪽을 강조하게 되고 우리는 방향을 잃게 된다. 버릴 것은 버리고, 있어야 할 것은 반드시 있어야 균형 있고 조화로운 삶이 이루어지는 법이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리는 것도 지혜이지만, 자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유익한 소유)을 남을 위해 나누고 공유하며 더불어 사는 삶은 사랑이며 희생이다. 고세진 교수는 그것을 <유소유(有所有)>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그러한 유소유의 정신을 자신의 생명을 내놓아 인류를 살린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본다. 그래서 저자는, 좋은 것을 소유하되 그것을 이웃과 나누어 공유하자고 말한다. 그것이 물질이든 정신이든 영(靈)이든 좋은 것을 정직하게 소유하고 나눌 때 이 세상은 살맛이 나고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유소유>는 무소유에 대한 한 지성인의 응답이며 실천 가능한 경험론적 대답이다. <유소유>는 행복을 찾아 조용하고 신선한 곳으로 떠나기를 권하지 않으며, 분주한 이 세상 한복판에서도 고요한 산속에서처럼 평온한 삶을 살도록 자기 자신의 분수를 지키며 이웃과 다정하게 사는 지혜의 기술을 절실하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유소유>는 유유자적하는 안빈낙도의 이야기가 아닌 치열하고 평범한 삶 속에서 자기의 책임을 다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힘찬 응원이다.

고세진 교수는 한국인으로는 근동고고학(Near Eastern Archaeology) 박사 1호로 알려져 있는 베테랑 현장고고학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