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15일 무려 125억달러가 들어가는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합의는 구글이 최근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특허소송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해지고 있는 절박한 상황을 전환해 보려는 노력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 운영체계(OS)의 대표주자 구글과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강자인 모토로라가 하나로 합쳐진다는 점에서 상황에 따라서는 글로벌 모바일 업계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불러올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 모토로라는 구글의 돈이, 구글은 모토로라 특허가 필요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1973년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한 자랑스러운 미국의 선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이 비극적으로 끝났다는 안타까운 시각이 많다. 80년 역사의 모토로라는 세계 최초로 상업용 휴대전화를 개발한 회사이다. 그러나 모토로라는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사업에서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와 HTC 등 경쟁자들에 밀려 어려움을 겪어왔다. 따라서 모토로라는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글의 자금이 필요했다는 것.
반면 구글은 공식 블로그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특허전쟁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를 보호하기 위해 모토로라의 특허가 절실히 필요하게 되는 등 양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이번 인수협상이 성사됐다는 것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출시 3년만에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OS로 성장해 현재 39개 휴대전화 제조업체와 231개 이동통신사업자들과 협력하고 있어 안드로이드로 구동되는 모바일기기가 매일 55만대가 새로 개통되는 등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최근 애플과 MS, 오라클 등 경쟁사들이 특허를 무기기로 협공을 가해오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비해 모토로라는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특허 포트폴리오도 풍성하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과 씨넷 등은 모토로라가 현재 1만7천건의 특허를 보유한데다 현재 출원돼 있는 특허도 7천500건이나 되는 등 모두 2만4천건을 웃도는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이는 애플과 MS가 최근 인수한 노텔의 특허 6천건을 압도할 정도로 많은 것이라고 전했다.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페이지도 블로그를 통해 "모토로라 인수는 구글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줌으로써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며 "이 포트폴리오는 MS나 애플 등 경쟁사들로부터 안드로이드를 보호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업계 지각변동 올까…주가로 바라본 변화 예상
이번 인수 합의는 OS와 모바일 기기메이커 등 2개의 강력한 브랜드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인 만큼 모바일 업계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됐다. 이날 오전 구글의 깜짝 발표가 이뤄진 뒤 모바일 업계와 담당 애널리스트 등은 이번 인수가 업계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분석을 쏟아냈다.
일단 구글은 이번 인수가 모토로라 특허에 초첨에 맞춰져 있음을 강조하고 있으나 업계 일각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래리 페이지는 공식블로그에서 "모토로라가 별개 사업부로 운영될 것"이라면서 "많은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안드로이드의 성공에 기여해 왔으며, 앞으로도 이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노키아와 MS가 지난 2월 포괄적 제휴를 맺은 후 MS의 윈도폰 OS를 이용하던 다른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안드로이드를 오픈 플랫폼으로 유지하겠다는 구글의 약속을 재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적했다. 일부 휴대전화 제조업체들 사이에 안드로이드를 보는 시각이 바뀔수도 있다는 것이다.
포천은 이와 관련해 구글이 이번 인수를 통해 아이폰, 아이패드 등 모바일기기 제조와 iOS 등 OS를 모바일 산업의 양대 핵심산업을 갖춘 경쟁사 애플처럼 체제를 완비한 뒤 애플과 경쟁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추론했다.
포브스는 특히 이런 업계의 분석이 이날 관련 기업들의 주가 움직임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일단 노키아는 모토로라가 63%의 프리미엄을 받는 조건으로 인수에 합의한 만큼 풍부한 특허를 보유한 노키아도 좋은 인수대상으로 평가되는데 힘입어 급등세를 타고 있으며, 블랙베리의 리서치 인 모션(RIM)도 같은 이유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비해 한동안 구글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세를 보였던 '특허 괴물' 인터디지털의 주가는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와 함께 구글이 모토로라를 통해 휴대전화 제조업체를 보유한 만큼 일부 경쟁사들이 노키아처럼 MS와 손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면서 MS의 주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애플의 주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오히려 눈길을 끌고 있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구글은 이번 인수대금이 보유 현금의 35%나 되는 점 등이 반영돼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