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오면서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가장 큰 걱정은 부족한 영어실력과 자녀교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자녀가 사춘기를 맞아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시기가 되면 부모의 권위에 도전하면서 친구들의 영향에 민감해집니다. 한국에서 유교식으로 자란 부모와 미국에서 서양식 가치관을 배우며 자란 이민 2세 자녀들 사이에 갈등이 커집니다.
한국에서는 부모에게 함부로 말대꾸 하지 않고, 존경을 보이는 수직적 문화에 익숙합니다. 그러나 만약 미국에서 그렇게 행동한다면 자신의 생각을 똑바로 표현 못하는 수동적이고 비협조적인 사람으로 낙인찍힙니다. 부모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Eye Contact) 솔직히 표현하고 자신의 의견을 반드시 성립시키려는 자녀를 대할 때 이민 1세대 부모들은 기가 차곤 합니다.
가치관과 문화 차이에서 생기는 갈등이 많습니다. 어떤 자녀는 부모가 장사해서 번 현금을 세탁기 안에 몰래 감추어 두는 것을 목격하고 그런 부모님을 불신합니다. 교회에 나오면서 정직하게 사는 법을 배운 것이 아니라, 세금을 속여서라도 교회 건축헌금을 내려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부모의 입장에서도 힘든 점이 많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자녀가 이성친구를 사귄다고 하면 부모는 가슴이 철렁합니다. 이성친구가 있어도 걱정이고, 너무 없어도 안쓰럽습니다. 데이트 나간다고 해도 불안하고, 프롬 파티에 초대받았다고 해도 두렵습니다. 자녀를 믿어주는 수 밖에 도리가 없지요.
만약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가정이라면 물 설고 낯선 땅에 와서 정착하는 고통을 겪으신 부모님을 각별히 이해해드려야 합니다. 자녀를 의지해서 타국에 오느라고 잃어버린 것들(고향, 친구, 익숙한 환경들)이 너무 많은 외로운 땅에서 존엄성을 지키시게 하려면, 한국에서보다 더욱 각별한 사랑이 필요합니다. L.A.에 사는 어느 할머니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남편을 잃고 죽고 싶은 마음 뿐이었어! 자식이 많지만 남편만큼 나를 따뜻하게 사랑해 줄 수야 없지. 그래서 이 곳 양로 센터에 매일 나와 요가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니 외로움이 가시더군. 일요일에는 교회에도 나가고, 그러다보니 자살할 마음이 없어졌다우~.”
사람은 외로운 존재입니다. 이민가족은 더욱 그렇습니다. 이토록 외로운 부모님을 따뜻한 사랑으로 위로하고, 또한 자녀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행복의 열쇠입니다. Miniuchin이라는 학자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좋은 부부관계>라고 했습니다. 그의 연구 결과, 부모들이 지속적으로 싸우는 집에서는 아이들이 잘 아프고, 성적도 안 좋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과 용서를 받으며 살아가는 우리들은 가족관계도 그렇게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8월은 가족 사랑이 더욱 깊어지고, 사랑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영글어가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