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이티로 단기선교를 다녀온 슈가로프한인교회(담임 최봉수 목사) 단기선교팀에는 특별한 팀원이 한 명 있었다.

‘아이티의 저스틴 비버’로 떠오른 김태환 군(18, David Kim)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가는 곳마다 환한 웃음과 신나는 워십댄스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거리낌없이 현지인들과 포옹하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으로 인기를 한 몸에 얻었다.

슈가로프한인교회 김영운 전도사의 차남이기도 한 태환 군은 출생 당시 조산으로 인한 뇌수종으로 장애를 갖고 있다. 이번 단기선교를 이끈 박동한, 이성한 선교사 자택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김 군에게 아이티 선교를 다시 가고 싶냐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네”라고 답했다.

’하나님이 나에게 아이티로 가라고 하셨어요

“하나님이 나에게 아이티로 가라고 하셨어요(God told me go to Haiti).”

아이티에 가게 된 동기를 묻자 태환 군은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무엇보다 아버지 김영운 전도사의 역할이 컸다. 2009년 청소년들과 함께 월드 체인져스라는 여름 봉사 프로그램에 태환 군과 동행했던 김 전도사는 “생각했던 것보다 태환이만이 할 수 있는 사역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아이티 선교에도 데려가고 싶었다”고 한다.

박동한 선교사 역시 한국에서 사역할 당시 인도선교에 장애인팀을 이끌고 갔던 적이 있었는데, 몸이 불편할 뿐이지 정신은 문제가 없는 장애인팀을 통해 현지인들에게 큰 도전을 주고 다녀온 뒤 장애인들의 삶에 크고 작은 긍정적인 변화들을 보면서 태환이도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모기와 화장실 난관도 거뜬하게 극복!

하지만 아이티 현지는 예상대로 열악했다. 휠체어를 타거나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하는 태환이를 위해 영어를 구사하는 스탠리라는 현지인 청년이 일대일로 돌봐줬지만, 불편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모기’와 ‘화장실’이었다고 한다.

무덥고 습한 아이티에는 모기가 한창 극성인데, 위생적이지 못한 화장실에서의 모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더군다나 태환 군은 일반인에 비해 동작이 느려 모기들의 ‘표적’이 됐다고 한다. 태환 군 역시 ‘모기’라는 말에 힘들었다는 표정을 내비쳤다.

하지만 일반인도 따라가기 벅찬 빡빡한 일정 가운데 태환 군은 자신 때문에 일정이 늦춰지는 것을 멋지게 ‘거절’했다.

박 선교사는 “본인 때문에 스케줄을 바꾸거나 늦추는 건 절대로 용납하지 않더라고요. 태환이를 생각해서 일정을 좀 늦추자는 이야기를 어떻게 들었는지, 아버지에게 와서 절대 그렇게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어요. 태환이가 좀 느려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서는 틀림없이 하는 아이거든요. 이번 선교에서도 전혀 힘든 내색도 없이 모든 일정을 즐겁게 소화했습니다”라고 자랑스러워했다.

▲빡빡한 일정 가운데서도 환한 미소와 사랑을 잃지 않고 활약한 김태환 군(슈가로프한인교회 홈페이지)
무엇보다 현지인들은 태환 군의 사역에 마음 깊이 감동을 받는 눈치였다. 공단 전도사역을 할 때 같이 워십댄스를 해도 태환 군 앞에만 몰려 있는가 하면, 없는 중에 태환 군에게는 뭐라도 더 주고 싶어 크고 작은 선물 공세(?)에도 시달렸다고. 태환 군 역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신 앞에 모여든 현지인들을 포옹해주고, 사랑을 표현하고, 자신을 도와준 스탠리와는 물도 나눠 마시면서 진한 형제애를 나눴다. 또 공단에서 일하는 두 명의 농아 근로자들이 있었는데, 떠날 때까지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손짓 몸짓으로 태환 군에게 애정과 아쉬움을 표현했다.

“다음에는 엄마랑 형도 데리고 간다고 벼르고 있어요”라고 웃는 어머니 이정원 사모는 사실 몸이 불편한 아들이 혹시나 선교팀에 짐이 되지는 않을까, 가서 다치지는 않을까라는 염려에 처음에는 아이티 선교를 반대했다고 한다.

이 사모는 “태환이가 막내이고 장애가 있어서 집에서는 받는데 익숙했었는데, 선교를 다녀오고 나서 스스로 하려고 하는 것과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많이 달라진 모습이에요. 또 아이티에 관련된 것이라고 하면 틀림없이 하려고 노력합니다. 태환이의 친구들이나 장애아동의 부모들이 태환이가 아이티 선교를 다녀왔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Lucky하다면서 놀라워하고 부러워합니다. 선교를 이끌어 준 박동한 선교사님 부부에게 감사할 뿐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김태환 군 가족. 아버지 김영운 전도사와 어머니 이정원 사모.

아이티 선교 현장에서 매일 저녁 열린 평가회 때마다 자신을 도와준 현지인 형제들과 같은 유스그룹 친구들 하나 하나를 안아주며 고마움을 표현하고 많은 눈물을 흘렸다는 김태환 군.

김 군은 아이티를 다녀온 이후에도 유투브에 올라온 동영상과 사진, 기념품들을 보며 아이티를 한 없이 그리워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활약상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스러워하던 태환 군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의 장래희망은 스포츠 커멘테이너라고 한다. ‘모바일 ESPN’이라고 불릴 정도로 프로 선수들의 이력은 물론 현재 타율까지 줄줄이 이야기 할 정도로 미국 프로 스포츠계를 꿰뚫고 있는 태환 군은 구장에서 티켓을 팔면서 사람들의 질문에 답해주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