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눈에 띈 두 장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들과 함께 나란히 서서 손을 엇갈려 잡고 서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둘째는 베이징에서 열린 북한 핵문제 관련 6자 회담에서 경제 분과회의가 열린 베이징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6명의 회담 대표들이 한 줄로 서서 사진을 찍는 포토옵 현장에서 가운데 서 있던 한국 대표가 손을 잡고 사진을 찍자고 제의하고 옆에 있는 대표들의 손을 잡으려고 팔을 펼치는 순간이 사진에 찍혀서 나왔습니다.

두 가지 사진이 참 어색해 보였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뿐 아니라 대통령과 나란히 서 있던 재계 정상급 인사들은 모두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었습니다. 얼굴에는 이미 세월의 흔적이 가득 차 있을 뿐 아니라 나란히 서 있는 분들이 모두들 한국과 국제무대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 인사들로서 무게감이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그 분들이 진지한 자세와 얼굴을 한 채 손을 엇갈려 잡고 있는 모습이 보노라니 모두 축소시켜서 유치원 발표회에 세워 둔 듯 했습니다. 모두들 대통령과 함께 하는 자리에 오느라 양복도 신경 써서 입고 와서 시종 정중하고 꼿꼿한 자세로 행사에 임하다가 손을 엇갈려 잡는 바람에 양복 앞이 찌그러져 있는 모습도 어색했습니다. 분명 화합과 통합을 상징하기 위해서 누군가의 제안에 따라 정상급 인사들이 손을 잡기는 했지만 그 분들의 몸에 밴 권위와 권한의 무게와 함께 그 분들의 얼굴에 담긴 진지한 표정들이 엇갈려 손을 잡아 연결된 띠에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베이징에서 온 사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각자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무게와 진지함을 가지고 회담에 임한 인사들이 포토라인에 서서 사진 기자들을 대면하는 자리에서 의례적인 악수를 벗어나는 형식의 스킨십을 강요당하는 듯한 느낌이어서 참 어색했습니다.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한 사진을 당시 회담을 보여주는 장명으로 선정한 편집의 의도도 참 궁금했습니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것인지, 아니면 정략과 이익 추구보다는 마음의 통하고 체온이 통하는 대화를 기대하고 있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오래전 미국에서 정치인들과 정책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에서 오신 유명하신 목사님이 연설을 하실 기회가 있었습니다. 학자들, 정책 입안 전문가들, 공무원들, 다양한 종류의 정치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연설을 시작하시면서 다 같이 머리에 손을 얻자고 하셨습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랑해요"의 표현이었습니다. 머리에 손가락 끝을 대어 하트 모양을 만드는 것으로 인사를 시켰습니다. 모두들 어색하게 따라했습니다. 모두들 정장을 하고 온 신사 숙녀들이기에 겨드랑이를 보일 만큼 손을 드는 것이 무척 어색한 자세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오신 유명하다는 목사님이 하시는 대로 따라 했던 것입니다.

가끔 한국 사회는 어린아이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린아이의 단순하고 순진함에 누가 탓을 하겠습니까만 때로는 어른스러움을 보여 줘야 할 때와 장소에서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 또는 의식과 생각이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 있는 청소년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종종 봅니다. 진정성과 솔직함, 인간적인 순수함을 어른스럽게 보여 주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들 때도 있습니다. 품위와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이상과 꿈이 가득한 어린 아이의 심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야 겠습니다.

신앙도 단순하고 순수한 열정에 사로잡히는 뜨거운 시기가 있는가 하면 장성하고 성장하여 순수한 첫 사랑을 어른스러운 방식으로 표현해야 할 시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글 장세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