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종교 당국과 교황청이 가톨릭 주교 서품과 관련해 또 갈등을 겪고 있다. 중국천주교애국회는 최근 요셉 황빙장 신부 등 2명을 교황청의 동의나 승인없이 주교로 서품했으나 교황청은 이들을 자동 파문한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교황이 승인하지 않은 주교는 사도를 계승하는 정통 주교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2006년 교황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친정부 인사를 독자적으로 주교로 서품했다. 2010년에도 독자적으로 주교를 서품하려 하다 마찰이 커지자, 교황청의 동의를 받고 주교를 서품하는 등 양보한 적도 있다. 이에 중국과 바티칸은 중국이 자체적으로 주교를 서품하고 이후에 교황의 승인을 받는 방식으로 이견을 좁혀 왔으나 이번에 교황청이 주교를 파문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는 580만명에 이르는 가톨릭 신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신자들은 중국 정부의 공인과 간섭을 받는 천주교애국회 소속이며 정부가 공인하지 않은 비밀 지하교회 신자는 교황을 따르며, 그 수는 천주교애국회보다 두 배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공산당 집권 후 모든 종교를 정부 산하 조직으로 포함시킨 중국은 교황의 종교적 권위는 일부 인정하지만 성직자 서품에 관한 권리는 행정적 권위로 분류해 거부해 왔다. 중국은 이 원리를 자선자성(自選自聖)이라 부른다. 외부 세력의 영향 없이 자신들이 선택하고 자신들이 성직 서품을 하겠다는 말이다. 이는 성직자를 통해 신자들에게 전달되는 종교적 관념과 혹은 그 신앙 행위에까지 정부의 통제를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중국 정부와 교황청은 갈등은 사제 서품 뿐이 아니다. 2010년 초 중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가톨릭 회의를 열고 중국 가톨릭의 지도자를 선출하고자 주교들을 소집하자 교황청은 공개적으로 주교들이 참여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당시 교황청은 교황과 별도로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이 회의는 교리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2000년에는 요한 바오로 2세가 중국 순교자 120명을 성인으로 추대하려 했을 때 중국 정부는 범죄자와 제국주의의 하수인이 성인이 될 수 없다며 반대했다.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베네딕토 16세는 2007년 중국 지하교회와 천주교애국회가 화해토록 하는 제스쳐를 취하는 등 노력해 왔으나 중국 정부의 종교정책을 바꾸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홍콩 대교구장을 역임했던 젠 제키운(陳日君) 추기경은 “중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주교를 선출한 것은 교황을 제국주의 세력으로 보던 극단적 공산주의자들의 생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은 2008년 중국 가톨릭교회가 교황의 지배를 받지 않고 50년간 자치해 왔다는 점을 치하하며 기념행사를 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