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애리조나, 올 봄 조지아, 그리고 올 여름 알라바마까지…… 보수적 전통을 가진 미 남부의 대표적인 주들이 연달아 이민자들에게 불리한 소위 ‘반 이민법’을 의회에 상정하고 통과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가장 최근에 통과된 알라바마 이민법 HB 56은 지역 경찰관들이 교통단속을 포함해 서류미비자(불법체류자)로 ‘상당히 의심되는’ 경우 이민자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서류미비자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주 내의 대학에 일절 등록할 수 없도록 막고 있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어 미국 내에서도 가장 강력한 반 이민법으로 비판받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공립학교 교장은 서류미비자 학생들의 숫자를 파악해 보고해야 하고 부모에게 자녀의 신분을 물어볼 수 있게 해, 공립학교에서 학생들의 신분을 묻지 않도록 한 1982년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
또한 법안은 조지아의 이민법 HB 87과 같이 서류미비자를 비호·이송하는 행위와 렌트를 주는 것 등을 범죄로 규정하고, 25인 이상 고용주에게 직원의 신분을 확인하는 E-Verify 사용을 의무화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법안 상정과 함께 인권단체들은 금요일(8일), 알라바마의 서류미비자들을 단속하기 위한 이민법이 인권 옹호와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하는 한편, 9월 1일로 예정된 법안의 시행을 막기 위해 연방정부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한 반대측은 새로운 이민법은 합법적인 신분이거나 그렇지 않은 알라바마 주민들이 인종에 따라 차별 받을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신분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공립학교에 등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로버트 벤틀리 주지사는 이번 법안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알라바마 이민법과 유사한 법안을 상정했던 아리조나 주의 경우 지난 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인권단체와 이민단체의 소송이 이어져 법안 시행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와 함께 전국적인 아리조나 주 보이콧 운동이 일어나 관광사업 등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으며, 조지아 주 역시 아리조나 주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서류미비자 단속 권한을 포함한 이민법안이 상정됐다는 소식만으로 히스패닉계를 중심으로 한 이민자들이 대거 그 주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현실이다. 반이민법안을 찬성하는 정치계 인사들은 이를 통해 백인 중심의 표심을 얻는 데 유리하고, 재정난에 빠진 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공립학교 운영 비용이나 여러 가지 사회복지 혜택의 수혜자가 줄어들어 상정 자체만으로도 기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어, 이민자들의 대거 이탈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 역시 기대되는 효과로 만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기 침체 이후 공화당 주도의 보수적인 남부 지역의 경우 많은 정치인들과 시민들이 이를 더욱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주지사들 역시 찬성하고 있다. 소수인종들의 인권단체나 이민단체들이 힘을 합쳐 서명운동을 하거나, 반대 시위를 하고, 혹은 연방정부에 고소함으로써 반 이민법이 당장 시행되지 않는다고 해도 정치인들은 표심을 얻기 위해 다음 해에 다시 비슷한 법안을 상정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한인들을 포함한 이민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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