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와 인터서브선교회 공동주최로 ‘최근 아프간 정세 분석 및 향후 전망 세미나’가 27일 서울 신반포교회에서 열렸다. 특별히 아프간 기독교 지도자들도 참석한 이번 세미나는, 이들의 신변과 사역은 물론 현지 기독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다.

이슬람권 국가 가운데서도 외국인과 타 종교에 대한 제제와 박해 수준이 심각하며, 따라서 선교를 위한 접근도 가장 어려운 국가 중 하나인 아프간은 2007년 샘물교회 봉사팀 피랍 사태 이후로 한국교회에는 더욱 더 ‘닫힌’ 땅이 됐다. 아프간은 현재까지도 정부에 의해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선교에 있어서 가장 접근이 어려운 지역은 동시에 가장 복음이 필요한 지역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나님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아프간 땅에 복음을 과업을 한국교회 역시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이번 세미나는 현지 지도자들을 초청해 한국교회가 지난날의 과오를 반복하는 일 없이, 가장 바람직하고 현명하게 아프간 선교를 펼치기 위한 방안을 소개받는 자리가 됐다.

세미나에서 현지 지도자들은 극심한 박해로 인해 매우 적은 수가 아직까지 숨어 있지만 분명히 교회와 교인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도자들은 먼저 “여러 나라에 선교사를 파송하는 열정을 갖고 있는 한국교회가 아프간에도 관심을 가져 주시는 데 감동하고 있다”며, “한국에 와 보니 정말 아름답다. 이런 나라를 떠나 위험을 무릅쓰고 선교를 위해 오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들은 또한 아프간으로의 접근이 막힌 한국교회의 상황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하며 “아프간에서 일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그 길을 가다가 차가 뒤집어지기도 한다. 지금 한국교회의 상황이 그렇다고 생각한다”며 “뒤집어진 차를 세워서 다시 길을 가는 것은 정말 어렵지만 포기하시지 말아 달라. 우리는 여러분을 사랑하고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도 뒤집어진 여러분의 차를 다시 세우는 일을 돕겠다”고 전했다.

이어 지도자들은 아프간 선교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지혜들을 나눴다. 먼저 한국교회에 아프간은 현재 ‘닫힌’ 땅이지만, 지도자들은 “한 쪽 문이 닫혔다면 반드시 열려 있는 다른 문이 있다”며 “아프간으로 접근할 수 있는 다른 문을 찾으려는 시도를 해 보라”고 조언했다.

한 지도자는 탈레반 집권 당시 아프간에서의 사역을 놓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경험을 나누며, “이 때 오히려 밖으로부터 아프간에 접근할 수 있는 길들을 하나님께서 열어 주셔서 아프간 선교를 위한 훈련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열린’ 문의 예로, 수많은 나라들에 흩어져 있는 아프간 난민들을 통해 아프간에 복음을 심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2007년 아프간 사태 당시 쫓겨났던 선교사들과 화해해야
마찰 줄이고 선교 동력 모으기 위해 ‘단체간 연합’도 중요


한편 이들 지도자들은 아프간에서 선교를 대비하기 위해 한국교회가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조언했다.

이들은 첫째로 “한국교회가 할 수 없는 것이 아닌 할 수 있는 것을 하라”고 전했다. 이들은 “아프간에서는 한국교회를 포함해 외국 교회가 할 수 없는 일들이 더 많다”며 “현재 한국교회가 아프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 달라”고 밝혔다.

둘째로는 2007년 샘물교회 봉사팀 피랍 사태로 인해 아프간에서 130여명의 선교사들이 나와야 했던 상황을 기억하고 이들 선교사들과의 화해를 이루는 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도자들은 “피땀으로 일군 사역을 다 멈추고 떠나야했던 고통이 다 있었을 것이다. 한국교회가 아프간에 다시 가시기 전에 이 분들과 꼭 화해를 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셋째는 “아프간에서 독립적으로 선교를 펼칠 수 있는 비주류 단체들을 한국교회 선교의 주류로 돌아올 수 있도록 연합시키는 노력을 해 달라”는 당부다. 이를 통해 비주류 단체들로 인해 빚어지는 마찰과 갈등을 줄이면서도 아프간 선교를 위한 동력을 한 데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는 인내와 겸손, 그리고 ‘자신의 선교’가 아닌 ‘하나님의 선교’를 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교회 선교의 특징으로 계몽주의의 영향을 들며' 따라서 아프간에서도 한국교회가 활동주의적인 사역을 많이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이보다는 하나님의 선교에 더 영향을 받고 하나님의 사역을 펼쳐 줄 것을 당부했다. 아프간과 같은 나라에서는 단기간에 열매를 얻을 수 없기에 더욱 더 이러한 자세가 없이는 선교가 힘들다는 것이다.

다섯째로는 영어를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아프간뿐 아니라 다른 어느 나라를 가시더라도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언어인 영어를 알지 못하면 사역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아프간에 오기 전 영어를 꼭 익혀서 와야 한다고 이들은 조언했다.

여섯째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아프간은 사역에 있어 철저한 보안을 요구한다”는 점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에서는 정보를 나누는 일이 당연하고 무척 쉬운 일이지만 아프간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것”이라며 “특히 기독교와 선교에 관한 일은 더욱 그러하므로 보안에 대해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지도자들은 “한국교회가 이미 하고 있던 일들은 멈추는 일 없이 지속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들은 “한국교회가 아프간을 위해서 계속 기도해 주시고 헌금해 주시는 것을 알고 있고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는 아프간을 위해서 정말 필요한 일이고 한국교회가 이 일을 지속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지도자들은 이외에도 아프간에서 선교를 펼칠 때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들을 꼽아 주기도 했다. 특히 ‘네트워크’를 여러 번 강조하며, 정보 교류와 보안은 물론 교제를 위해서, 그리고 유사시에도 사역이 지속될 수 있도록 위해서 반드시 다른 팀들끼리, 그리고 같은 팀 안에서도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라고 밝혔다. 또한 아프간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해서 전도하기 전에 반드시 전도하려는 대상과 인격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등을 꼽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이 가장 강조한 것은 아프간에서 선교할 때 교단 중심의 사역을 자제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한국교회가 아프간에 좋은 영향을 주고 축복을 주기 원한다면 교단을 잊고 주님의 몸만을 생각하며 한 몸이 되셔서 와 달라”며 “하나님은 한 분이시고 교회도, 선교도 복음도 하나다. 그리스도의 몸이 나뉠 때 그 영향은 파괴적이다. 아프간에 오시면 교단을 세우기보다는 오직 주님의 몸만 세우도록 노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현지 지도자들의 발표에 이어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 중 아프간을 위한 한국교회의 기도 제목을 전해 달라는 질문에 현지 지도자들은 크게 세 가지를 위해 기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나는 선교사들의 보호와 연합, 다른 하나는 교인들의 보호와 연합을 위한 기도다. 그리고 아프간 기독교 지도자들 사이에 네크워크가 잘 이뤄짐으로써 이를 통해 서로를 돌보고, 돕고, 신뢰를 쌓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이들은 부탁했다.

세미나는 아프간 선교에 관심이 있는 한국의 선교단체 지도자들과 현지 지도자들이 만나 서로 교제를 나누는 특별한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지도자들의 발표는 인터서브선교회 대표 정마태 선교사의 통역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