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대형교회 목사가 ‘지옥은 없다’는 내용의 책을 발간해 미국 신학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인 가운데, 한국의 복음주의 신학자들은 이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복음주의자로 알려진 롭 벨 목사(미시건 주 마스힐바이블처치 담임)는 최근 출간한 책 ‘사랑이 이긴다: 천국, 지옥, 세상에 살았던 모든 사람들의 운명에 관한 책(A Book About Heaven, Hell, and the Fate of Every Person Who Ever Lived)’에서 “지옥은 없으며 인간은 죽어서 모두 천국으로 간다”고 주장했다. 사랑의 하나님이 단지 예수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지옥에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 이 주장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 박형용 박사(서울성경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는 “잘못된 주장이다. 모든 신학적 판단의 기준은 사람의 주관적 생각이 아닌 성경”이라며 “성경엔 천국과 지옥이 있다고 틀림없이 기록돼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하나님께는 공의와 사랑이라는 두 가지 속성이 있다. 공의를 기준으로 보면 죄를 지은 인간은 그 죄값을 반드시 치러야 한다. 그런데 사랑의 하나님은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 죄값을 대신 치르게 하셨다”며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공의와 사랑이라는 두 가지 속성을 모두 이루신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를 믿어야만 구원을 얻을 수 있다. 예수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가는 게 맞다”고 일축했다.

배본철 교수(성결대) 역시 “성경을 볼 때 흔히 한 쪽만 보기 쉽다”며 “하나님께는 사랑과 공의라는 두 축이 있다. 따라서 복음을 이해할 때도 사랑과 공의라는 두 면을 함께 봐야 한다. 그래야 모든 것이 풀린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사실 지옥이 없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고대 교회에도 플라톤 철학의 영향을 받아 결국 모든 영혼들이 구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다”며 “낭만주의적 인본주의자들은 사람들의 인기에 영합해 하나님은 사랑이라는 한 면만을 부각한다”고 지적했다.

김영한 박사(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초대원장)는 벨 목사의 이같은 주장이 현대 문화의 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 문화는 진노의 하나님을 싫어한다. 오직 사랑의 하나님만 받아들인다”며 “또한 구약의 신과 신약의 신은 다르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구약의 신은 부정하고 신약의 하나님, 곧 사랑의 하나님만을 긍정하는 사상이기에 기본적으로 성경과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

김성봉 목사(신반포중앙교회 담임, 전 안양대 교수)도 “요즘 성경을 그대로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기독교라는 종교는 있지만 성경은 적당히 참고만 한다”고 ‘지옥이 없다’는 주장을 비판했다.

이 밖에도 “성경은 음부가 있다고 분명히 말한다”(왕대일 감신대 교수), “(지옥이 없다는 주장과 관련해) 거론할 필요조자 느끼지 못한다”(김명혁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는 등 복음주의 신학자들은 대부분 지옥의 존재를 인정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신학자들은 어느정도 중립적 입장을 취했다. 주재용 박사(전 한신대 총장)는 “책을 읽지 않아 뭐라 말할 수 없다”면서도 “지옥은 장소적 개념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누군가에겐 지옥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겐 천국일 수 있다”며 “사후의 문제는 인간이 왈가왈부 할 수 없다.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 지옥이 있다 혹은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중요한 건 (천국과 지옥이) 공간적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천 박사(한국기독교장로회 신학연구소 소장)는 “책을 읽지 않아 저자가 어떤 맥락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개인적인 의견이 그렇게 비중있게 다뤄지고, 일종의 가십거리가 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