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의 거룩한 계절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순절을 사랑한다. 사순절을 맞이하며 무엇보다도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주님의 고난과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면서 흔들렸던 마음, 부질없던 마음들이 고요한 마음으로 침잠되기 때문이다. 십자가의 은혜가 새롭게 각인된다. 봄이 오는 산들바람과 함께 매일 새벽 기도의 시간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와 닿는지 모른다. 올해도 매일 새벽 기도의 자리를 메우는 교우들을 보면서 감동을 받는다. 사순절은 영성 훈련 계절임에 틀림없다. 사순절 기간에 축적된 영성으로 한 해를 버티기도 한다.

리처드 포스터라는 영성학자는 오늘날 인간 사회에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 영혼의 깊이가 없는 사람을 양산해 내는 불신의 환경’ 이라는 의미있는 지적을 하고 있다. 얄팍한 피상성을 지닌 현대인들이 만연되고 있다. 영혼의 깊이가 풍선처럼 가벼워져 있는 사람의 모습이다. 그러기에 현대인들에게 온갖 영혼의 질병이 만연되고 있다. 얄팍한 영성의 깊이로는 오늘날 복잡한 기술 문명과 정보 사회의 중압감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살과 정신적 질병과 스트레스가 온 사회에 넘치고 있다.

인터넷은 인류 문명이 이룩한 가장 놀라운 과학 기술의 총아이다. 그렇지만 인테넷과 관련되어 문명 비평가들은 그 부작용을 만만치 않게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 니콜라스 카 라는 분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이란 흥미로운 책을 출판하였다. 부제가 재미있다. ‘ 인터넷을 얻고 생각하는 뇌를 잃었다’ 라는 충격적인 주제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편집장을 지냈고 IT 분야의 유명한 컬럼니스트이다. 그 분은 자신의 책에서 ‘ 인간이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방대한 정보의 접근이 가능해지고 네트웍도 넓어졌다’ 라고 인터넷의 유용성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댓가로 집중력과 사색의 시간이 사라졌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인터넷의 자극에 의해 의사소통이 단절되고 깊이 생각하며 묵상하는 뇌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고 탄식한다. 인터넷은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기계라고 혹평한다. 목적없이 클릭하고 다니며 필요한 정보와 이미지의 융단 폭격을 받는 댓가로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사색의 능력, 기억력 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서슴치 않고 인간이 자연에서 지내는 시간, 그리고 신앙의 시간들이 이러한 디지털 시대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것이 뇌에 휴식을 준다 라고 말한다.

가공할만한 정보 첨단 시대에 우리의 영성은 새롭게 관리되어야 한다. 영성은 우리의 영혼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영이신 하나님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영성 훈련은 묵상과 깊이 있는 영성으로 성숙되어진다. 이 영성이 깊어질 때 우리의 내면의 영혼은 하나님의 깊은 세계로 접속된다. 이 깊음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영이 강력히 훈련되어야 한다. 유명 연주자와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운동선수들을 관찰해 보면 제각기 훈련 프로그램을 정해 놓고 아침 저녁으로 날마다 거르거나 미루는 일이 없이 치열한 반복 연습을 한다. 미국 미식 축구의 전설적인 영웅 제리 라이스는 ’ 경기장을 달리며 패스를 척척 받아 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 일을 잘 하기 위해 매일 팔굽혀펴기를 천번 씩 한다” 라고 힘주어 말한다.

영적인 분야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된다. 영성 훈련이란 지난날 우리의 몸과 영혼에 자리 잡았던 구습의 사고, 감정, 가치관, 행동, 습관들을 하나님의 은혜로 무너뜨리는 작업이다. 우리의 몸을 하나님의 의의 병기로 드리는 거룩한 변화의 작업이다. 오늘날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고백하는 많은 분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 직업을 위해서는 피 눈물나는 훈련을 하고 시간을 투자한다.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엄청난 식단 개조 작업을 벌인다. 얼짱, 몸짱 몸매를 가꾸기 위해 성형을 하고, 온갖 헬스 장비를 다 동원한다. 그러나 자신의 영혼에 자리잡고 있는 흑암의 권세들을 부서 뜨리는 영성 훈련을 위해서는 시간을 투자하고 땀을 흘리며 수고하려 들지 않는다.

영성 훈련은 우리의 몸을 쳐 하나님의 생명이 흘러 넘치게 하는 역동적인 신앙의 담금질이다. 강인한 영성 훈련으로 디지털 시대의 후유증을 극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