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혁 목사(한복협 회장)가 “스마트폰에는 우리의 손때가 묻어있지 않고, 눈물의 채취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어떻게 스마트폰 성경으로 신앙을 유지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고전(古典), 전통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것이다.

김 목사는 두란노가 개최한 기독교고전총서 출판기념식 축사에서 “그런 의미에서 바울이 디모데를 향해 ‘성경을 가져오라’고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책도 고전이 중요하고, 전통음악은 말할 것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유행에 치우치면 공허해질 뿐”이라며 “제가 이단을 전공했는데, 이단은 과거와 전통, 신학을 무시하고 자신의 체험만을 소중히 여긴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20권이 출판된 기독교고전총서에 대해서는 “제가 정말 좋아하고 애지중지했던 책들이 나와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며 “결단을 내려주신 하용조 목사님과 번역에 힘써주신 여러 학자님들께 존경과 감사와 사랑을 드린다”고 축사했다. 김 목사는 재차 “고전보다 우리 삶을 아름답고 풍요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며 “우리들의 모든 삶의 유산이 고전에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기독교고전총서(LCC)란

기독교고전총서(The Library of Christian Classics)는 초대교회에서 종교개혁 시기까지 1600년간 저작된 역사적인 기독교 고전들을 말한다. 두란노가 30주년을 맞아 발간했으며, 여러 학자들이 몇 차례 번역을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004년 당시 한국교회사학회장이던 이양호 교수(연세대)가 하용조 두란노서원 원장에게 “한국교회에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제의해 6년 만에 결실을 봤다.

LCC는 모두 26권으로, 초대부터 종교개혁까지 기독교 고전들을 모은 전집이다. LCC 국문 번역 계기는 기존 교회사 교육이 다른 학자의 글을 읽으면서 공부하는 ‘2차 문헌’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교회사 주요 저작들에 대한 심화 교육을 위해 번역이 결정된 것이다.

두란노는 출판을 기념해 매년 번역자들이 강의하는 무료강좌를 실시할 예정이며, 첫 강좌는 오는 28일 ‘알렉산드리아 기독교: 클레멘스와 오리게네스’를 주제로 열린다.

하용조 목사는 “오는 10월 말까지 고전 10권을 더 채워 30권까지 나가자”며 “백 마디 말을 해도 번역자 여러분들의 고생을 말로 다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용조 목사는 “생각해 보면 눈물날 만큼 감사하다”며 “그동안 두란노가 수천종의 책을 만들었지만 경제적 손해와 번역의 어려움 등으로 이런 종류의 책을 못 만들었는데, 하나님께서 용기를 주셔서 시작했다”고 밝혔다.이후정 한국교회사학회장은 “종교개혁도 당시 기독교 고전으로 돌아가려는 운동이었던 만큼, 한국교회가 LCC를 통해 아름답고 순수한 모습으로 변화되길 바란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앞서 열린 예배에서는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가 설교했고,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원로)는 화환을 보냈다. 이들 외에도 강근환 전 총장(서울신대), 주재용 전 총장(한신대), 이형기 명예교수(장신대), 라준석 목사(온누리교회), 임원택 교수(한국복음주의역사신학회장), 박명수 교수(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등이 기념식에 참석했다.

LCC는 원래 영국 SCM출판사와 미국 웨스트민스터출판사에서 신학생들에게 고전을 읽히기 위해 동시 출판했다. LCC는 압축된 번역으로, 중요한 작품은 본문 전체를 실었고 많은 부분은 작품들 가운데 아주 중요한 부분을 발췌해 번역하기도 해 작품 그대로 출판한다면 100권 이상이 나올 분량이다.

두란노에서 이번에 출판한 것은 26권 중 20권이다. 이양호 교수는 “칼뱅의 『기독교 강요』는 LCC에서 2권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매우 중요한 저작이지만 이미 국문으로 많이 번역·출판돼 제외했다”며 “이외에도 『Cyril of Jerusalem』는 초대교회 작품으로 잘 알려지지 않아서, 『Luther: Letters of Spiritual Counsel』는 루터의 영적 상담 편지이지만 루터의 다른 저작들이 많아서, 『English Reformers』는 영국 종교개혁자들을 다룬 책으로 한국교회에는 그리 중요한 작품이 아니라는 판단에서 각각 제외했다”고 밝혔다.

또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이나 오리게네스의 『원리론』, 루터의 『3대 논문』은 아주 중요하지만 영문으로 많이 번역돼 널리 알려졌다는 이유로 빠졌다.

이렇게 엄선된 20권은 초대 8권, 중세 5권, 종교개혁 7권으로 짜여졌다. 초대(초대교회)는 『초기 기독교 교부들』, 『알렉산드리아 기독교: 클레멘스와 오리게네스』, 『후기 교부들의 기독론』, 『초기 라틴 신학』, 『아우구스티누스: 전기 저서들』,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과 신앙편람』, 『아우구스티누스: 후기 저서들』,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 등이며, 중세(로마카톨릭교회)는 『초기 중세 신학』, 『스콜라 신학전집: 안셀름부터 오캄까지』, 『신학대전: 자연과 은총에 관한 주요 문제들』, 『중세 후기 신비주의』, 『개혁의 주창자들: 위클리프부터 에라스무스까지』 등이다.

마지막으로 종교개혁(개혁교회) 시기는 『루터: 로마서 강의』, 『루터: 초기 신학 저술들』, 『루터와 에라스무스: 자유의지와 구원』, 『멜란 히톤과 부처』, 『칼뱅: 신학 논문들』, 『츠빙글리와 불링거』, 『영성주의와 재세례파』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