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여 전 세계를 경악케 한 순교 사건이 일어났던 터키의 종교자유 상황은 아직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4월 18일 터키의 말라티야에서는 독일인인 틸만 선교사와 현지 사역자인 네자티, 우르 세 사람이 이슬람 극단주의자 청년 5명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처음부터 살해를 목적으로 틸만 선교사가 이끌고 있는 교회에 1개월여 전부터 출석했던 범인들은 이 날 있었던 성경 공부 모임 도중 돌변, 세 사람을 결박한 채 신체의 수백여 곳을 칼로 찌르고 절단하는 등의 끔찍한 고문을 3시간 동안 자행하다 그 누구도 예수 그리스도를 부인하지 않자 모두를 목 잘라 살해했다.

20대 전후에 불과한 어린 청년들이 저질렀다기에는 너무나도 잔혹한 범행의 내용은 터키 사회에 이슬람 극단주의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한편, 숨어 있던 터키의 기독교인들을 결집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지 4년여가 되어가는 현재, 비록 그동안 더 이상 이같은 충격적인 사건이 또다시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전체 인구의 0.5%에 불과한 3,500여 명의 터키 내 기독교인들은 여전히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각종 차별과 박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터키개신교회협회(TEK) 종교자유와법무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10년 교회 박해 보고서에 따르면, 터키는 아직까지도 비무슬림이 공개적으로 모임을 갖는 것이 불가능한 나라에 머물러 있다. 보고서는 타종교에 불리한 법 제도와 비무슬림에게는 무조건 부정적인 공무원 집단의 태도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보고서가 밝힌 각종 박해 사례들은 기독교인에 대한 명예훼손, 거짓고소나 폭행 등의 직접적인 공격은 물론 다양한 차별을 포함하고 있다. 교회 건립은 제한적으로만 허용되고 있으며, 법적으로 개인의 신앙을 나눌 자유가 보장돼 있음에도 불구, 기독교 선교 활동은 국가적 위협으로 간주된다. 교육 당국이 비무슬림 학생들의 이슬람 종교 수업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지정해 놓았음에도 불구, 실제 학교에서는 무슬림이 아니라 할지라도 모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이슬람 종교 수업을 들어야 한다.

보고서는 “말라티야 순교 사건 이래로 4년여가 흘렀지만 터키의 종교자유 상황은 그다지 개선되지 못했다”며 “기독교인과 알레비인(시아파의 분파)을 비롯한 비무슬림들은 어떠한 법적인 지위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각종 차별과 박해를 받으면서도 법적인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다”고 밝혔다. 터키는 올해 오픈도어즈가 발표한 최악의 종교자유 박해 국가 리스트에 30위에 올랐다.

한편, 말라티야 순교 사건은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범인 5명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이들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터키 내 기독교 지도자 말살 계획에 따라 살해를 저지른 것으로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