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자연 목사, 조계종 찾아가 “처치스테이 오해 말라”

‘인준 논란’ 속에서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대표회장으로서의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길자연 목사가 이번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을 만나 불교계의 협조를 요청했다.

27일 길 목사는 서울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장 접견실에서 자승 총무원장을 만나, 자신이 대표회장 공약으로 내세운 일명 ‘처치스테이’(church stay)에 대해 설명하고 최근 논란이 된 황우여 의원 발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길 목사는 “템플스테이는 불교의 신앙과 정신을 대중에게 포교하고 알리기 위해 하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처치스테이에 대해 말하다보니 이름이 비슷해서 이것이 마치 템플스테이에 대항하는 것처럼 보여 유감”이라며 “처치스테이는 기독교 신앙과 정신을 알기 쉽게 전파하는 것이므로 오해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자승 총무원장은 “템플스테이는 신앙을 가르치기 위한 행위가 아니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외국인들로 하여금 체험케 하는 것이다.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사업이지 단순한 종교 행위가 아니다”라며 “중요한 건 (정부가 지원하는) 템플스테이 예산보다 이로 인한 관광유발액이 더 크다는 사실”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다른 종교가 그 어떤 신앙적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그것을 옳고 그르다고 하거나 비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기독교가 불교보다 한국에 늦게 들어왔지만 많은 사회활동을 하고 불우이웃들도 많이 도왔다.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처치스테이와 관련한 불교의 입장을) 우려하지 마시고 국민들을 위한 일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어 황우여 의원 발언에 대해 길 목사는 “(황 의원과) 전화통화를 했다. 작은 모임에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는데, 그것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했다”며 “언어의 허물이다. (불교계가) 상처받은 것에 대해선 (황 의원께) 잘 전달하겠다”고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황 의원은 지난해 12월 6일 김황식 국무총리와 이용훈 대법원장이 참석한 기독교 법조인 모임에서 “대통령을 모신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법관에게 기도를 부탁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가능하면 모든 대법관들이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이들이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모임에 배석한 종계종 사회부장 혜경 스님은 “종교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종교인들은 모든 일에서 모범이 돼야 한다. 종교를 가진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향후 민감한 발언은 가급적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끝으로 종교간 화합해 대해 길 목사는 “자승 총무원장님께서 많이 가르쳐달라. 부족한 게 많다. 앞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일에 기독교와 불교가 협력하자”고 했고 자승 총무원장은 “바닷물을 떠놓고 이것이 어느 강에서 흘러나온 물이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함께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이날 길 목사가 자승 총무원장을 만나는 자리엔 기독교 측에서 백도웅 목사, 불교 측에서 혜경, 경우(사서실장) 스님이 배석했다.

한편 길 목사는 자승 총무원장과의 만남 후 처치스테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처치스테이는 (기독교) 자력으로 한다. 다만 문화관광부가 처치스테이를 일반 대중의 정신문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해 지원한다면 마다하진 않겠다. 그러나 기본은 기독교 자력으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선교적 목적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불신자들이 예수 믿으라 한다고 믿겠느냐. 그들에겐 스스로의 선택권이 있다”며 “기독교가 어떤 종교고 사회엔 어떻게 이바지하는지를 알리는 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템플스테이 정부 예산 삭감 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고의적으로 삭감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정책수립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