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따라 물길
산 따라 산길
꽃 따라 꽃길
눈 따라 눈길

물은 흐르고 흘러 태평양으로
산은 오르고 올라 에베레스트로
꽃은 피고 또 피어서 팔색조로
눈은 내리고 또 내려 남•북극 지점으로

가고 가면 가는 것이 길이고
오르고 오르면 오르는 것이 산이고
흐르고 흐르면 흐르는 것이 물인데
인생사에 넘고 넘으면 못 넘을 봉우리 없네

눈길 따라
사슴 발자국이 난 길을 가고
멧돼지가 지나간 길을 가고
앞선 자가 남긴 발자취를 따라 가고
나도 후대를 위해 또 다른 그리고 새로운 길을 낸다

인생들아
춥다고 웅크리지만 말고
미끄럽다고 겁나서 방 안에서 방콕만 하지 말고
네 길을 내고 남을 위해서도 나서라

눈 길 위에 떨구는 땀방울이
어느새 내 발자국보다 큰 길을 내고
내가 밟는 소리에 놀라서 더 큰 길이 나지고
어느덧 동녘에 해맑게 떠오른 태양빛이
산천초목의 눈길을 쓸고 눈 코트를 벗기고
자연을 자연대로 드러낸다
눈은 우리의 산, 물, 길, 그리고 꽃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