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11년이다. 사람들은 보통 새해를 맞으면 희망을 갖는다. 지난 해에 계획했지만, 그러나 이루지 못한 것을 이번 해에는 성취되기를 소망하고, 보다 나은 삶을 희망한다. 하지만 유대인들이 맞는 새해는 이런 일반적인 새해의 기대하고는 많은 차이가 있다. 유대인들은 어떻게 새해를 맞는지 ‘유대인 새해 맞이’에 대해서 소개한다. 유대인들의 새해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유대인의 월력, 유대인의 새해 (나팔을 불어 기념하는 날), 유대인들의 새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속죄일, 그리고 새해로부터 대속죄일까지의 10일은 계속되는 새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10일의 기간인 아싸랏 여메이 테슈바 (회개하는 10일)를 함께 소개한다.

유대인의 월력 (Jewish Calendar)
과거 유대인의 연대 계산은 일정하지 않았다. 성경에 기록된 그들의 연대 계산은 왕의 즉위에 따라 왕의 연대를 사용하였다 (왕상6:20, 왕하3:10). 셀루시드 왕조 때에는 셀루시드 연대를 채택했으며 로마 시대에는 로마의 건국 원년에 기초한 연대를 사용하였다. 로마 시대에 많은 유대인들은 로마의 연대를 따르기도 했다. 그러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 탄생부터 연대를 계산하였는데, 비슷한 시기에 유대인들 역시 그들의 고유 월력의 필요를 따라 현재 유대인들이 사용하는 유대 월력이 정해졌다. 유대인들은 그레고리안 달력과 달의 변화에 따른 음력을 혼합한 월력을 사용한다. 기본적으로는 음력을 사용하나 그것은 양력에 의해 조정된다. 그 이유는 유대인들의 명절을 계절과 조화시키기 위함이다. 달이 지구 둘레를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초승달에서 다음 초승달까지 약 29.5일이다. 그러므로 유대 월력은 한달 29일, 다음 달은 30일로 구성된다. 그렇게 계산할 경우 일년은 354일이 된다. 그러면 365일 1/4일인 태양력에 비하여 월력은 약 11일이 모자란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음력을 포기하지 않고 계절을 맞추기 위하여 3년마다 윤년을 두어 한 달을 추가시킨다. 아달월 (2-3월)에만 한 달을 추가시키기 때문에 그래서 윤년에는 제 1 아달월, 제 2 아달월이 있는 것이다. 이것은 간단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대속죄일 (욤 키푸르)과 같은 중요한 날이 금요일 또는 토요일, 안식일이 끝나는 날과 겹치지 않도록 조정해야만 한다. 어느 해에는 29일로 구성된 달을 3개월 배정하기도 한다. 그리고 윤년은 3, 6, 8, 11, 14, 17, 19년마다 반복적으로 배정하는데 그 해에는 1년의 길이가 383, 384, 385일 중의 하나가 된다.

일반 달력은 하루가 자정부터 시작하지만 유대인의 하루는 해질 때부터 시작된다. 이것은 창세기 1:5절(주1) 에 근거한다. 그러므로 안식일을 포함한 모든 유대인의 명절은 해질 때 시작되어 다음날 해질 때 끝난다.

이런 유대인의 월력 기준에 따라 유대인의 새해는 2010년 9월 9일이었다. 유대인들은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신 때를 주전 3760년 유대 월력의 일곱 번째 달인 티슈리 첫 번째 날로 믿는다. 그래서 그레고리안 태양력으로는 이번 해가 2011년이지만 유대인들에게는 2011년에 3760년을 더하여 5771년이 된다. 그들에게는 올 해가 5771년이다.

유대인의 새해 (Jewish New Year)
성경에는 새해 (New Year)란 말이 없다. 레위기 23:24절(주2)에는 이 날을 가리켜 나팔을 불어 기념할 날로 기록되었다. 유대인의 새해는 유대 월력으로 일곱 번째 달인 티슈리 첫 번째 날이다. 유대인들은 이 날을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신 첫 번째 날로 믿는다. 하지만 그들은 티슈리를 첫번째 달로 삼지 않는 이유는 출애굽기 12:2절에 기초한다. ‘이 달로 너희에게 달의 시작 곧 해의 첫 달이 되게 하고 (출12:2).’ 그래서 유대인의 월력에서 첫 번째 달은 니산월 (아빕월)이다. 니산월은 유월절이 있는 달이다. 태양력으로는 보통 3월 말에서 4월 말 경에 있다.

‘나팔을 불어 기념할 날’인 유대인의 새해 (로쉬 하샤나)는 일반인들이 새해를 희망을 갖고 시작하는 것과는 다르게 그들은 이 날을 회개와 참회하는 첫 날로 삼는다. 그 이유는 하나님의 심판하심과 관련이 있다. 랍비 문헌인 미쉬나에 따르면 하나님은 로쉬 하샤나에 세 권의 책을 펴서 각 사람의 행실을 따라 세 권의 책에 기록하신다. 세 권의 책이란, 선한 자, 악한 자, 중간에 속한 자를 기록한 책이다. 선한 자의 책에 기록된 사람은 즉시 ‘생명책에 옮겨 적혀 영원히 살 것이라’ 기록되어 봉인될 것이다. 악한 사람은 영원히 생명책에 기록되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게 될 것이다.(주3) 그러나 선한 책에도, 악한 책에도 기록되지 못한 중간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하나님께서 10일의 유예 기간을 허락하신다. 그 이후에 선한 책 또는 악한 책에 적혀 그들의 영원한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 10일의 유예 기간은 유대인의 새해로부터 10일 후에 있는 대속죄일까지이다. 하나님은 중간에 속한 사람들을 위하여 책을 덮지 않으시고 열어 두시는데, 바로 이 기간에 모든 유대인들은 선한 책에 기록되기 위하여 본격적으로 참회하며 보낸다. 그래서 이 10일의 기간을 야밈 노라임 (Yamim Noraim- 경건한 날들) 또는 아싸랏 여메이 테슈바 (Asarat Yemei Teshuva- 회개하는 10일)라 부른다. 참회는 새해부터 시작되어 대속죄일에 절정을 이룬다.

그러므로 새해는 유대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다. 새해의 준비는 새해가 시작되기 전, 엘룰월 29일부터 시작된다. 경건한 유대인들은 정결탕(Mikveh, 주4) 을 찾아 정결 의식을 행하며 다가올 새해를 준비를 한다.

그리고 새해가 시작되는 티슈리 첫 번째 날, 유대인들은 회당을 찾는다. 새해에 드리는 회당 예배는 매우 오랜 시간 계속된다.(주5) 평소에 드리는 회당 예배에 여러 기도들이 포함되며 특히 아침 기도와 특별한 회당 예배 순서인 무사프 기도가 더해져 새해의 회당 예배는 오래 걸린다.

로쉬 하샤나 당일, 나팔을 부는 이유는 영적으로 무기력한 상태에 빠진 사람들을 일깨워 다가올 심판을 준비하라는 경고의 나팔 소리다. 나팔절인 새해 (로쉬 하샤나)에 나팔을 불어 기념할 나팔 소리는 다음과 같은 네 종류의 소리를 내며 회개와 참회하는 기회를 갖는다.

테키야 (Tekiah- 저음으로 조금 길게 내는 소리로 슈바림과 테루아의 길이에 절반이다)
슈바림 (Shevarim- 짧게 세 번 끊어서 내는 떨리는 소리이다)
테루아 (Teruah- 고음으로 매우 짧게 끊어서 9번 내는 소리이다. 테루아를 내는 방법은, 3번씩 동일하게 끊어서 3번 도합 9번 소리를 낸다. 9번의 나팔 소리 길이는 슈바림의 3번 소리 길이와 같다. 테키야의 소리 길이의 두배이다)
테키야 그돌라 (Tekiah Gedolah- 테키아의 나팔 소리를 크게 내는 것으로, 가능한 낼 수 있을 만큼 크고 길게 분다)

네 종류의 나팔 소리를 조합하여 새해에 부는 소리 조합은 이렇다.
테키야(1)-슈바림(3)-테루아(9)-테키아(1) 그리고 테키아(1)-슈바림(3)-테키아(1) 그리고 테키아(1)-테루아(9) 그리고 마지막으로 테키아 그돌라(1)로 나팔을 부는 것을 마무리한다. 이런 순서대로 나팔을 불면 모두 30번 소리를 낸다. 이렇게 3번을 불면 모두 90번 나팔 소리를 내는 것이다. 여기에 테키아(1)-테루아(9)를 더 불면 모두 100번의 나팔 소리를 내는 것이다 (때로는 테키아-테루아-테키아 그돌라로 마무리하여 101번 나팔 소리를 내기도 한다). 유대인들은 100번의 나팔 소리를 어머니가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을 때에 울부짖는 소리로 생각한다. 사사기 5:28절에 나오는, 시스라의 모친이 아들 시스라가 야엘의 장막에서 죽어갈 때에 울부짖던 소리가 100번을 부르짖은 소리란 것이다. 유대인들은 이렇게 100번 나팔을 불어 울부짖고 회개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고 중간에 속한 자신이 의로운 자의 책에 기록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타슐리흐 의식 (Tashullich)
새해 (로쉬 하샤나) 오후가 되면, 많은 유대인들은 샘이 솟는 곳이나 흐르는 시냇가로 가 그곳에서 타슐리흐 (תשליך‎) 의식을 갖는다. 타슐리흐 의식이란 흐르는 물에 자신의 죄를 던져 버리는 상징적 의식이다. 죄의 상징으로 빵이나 음식 또는 조약돌을 물로 던진다. 타슐리흐 의식은 미가서 7:18-20절에 기록된 ‘우리의 죄악을 발로 밟으시고 우리의 모든 죄를 깊은 바다에 던지시리이다’는 말씀에 기초한다. 타슐리흐 의식을 행하면서 이사야 11:9절(주6)과 시편 118:5-9, 시편 121, 130편을 암송한다. 일부 유대인들은 새해 (로쉬 하샤나)의 첫 날이 안식일이면, 두 번째 날로 연기하여 두 번째 오후에 타슐리흐 의식을 갖는다.

로쉬 하샤나에 먹는 음식
로쉬 하샤나에 먹는 절기 음식은 다양하다. 좋은 한 해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사과와 꿀을 먹는다. 새해에 대한 상징적 음식들이 있다. 혀와 같은 짐승의 머리에 있는 고기를 준비하는데, 이것은 한 해의 머리가 되는 날을 의미한다. 이 같은 상징적 의미를 갖는 음식을 여히 라쪼 (Yehi Ratzo)라 부르는데 그 의미는 ‘당신의 뜻대로 될 것이다’는 것이다. 여히 라쪼에 포함된 음식에는, 종려나무 열매, 검정 눈이 있는 콩 종류, 부추, 시금치, 조롱박 종류가 있으며, 석류도 포함되며, 사과와 꿀은 중세 아쉬케나지에 의해 더해졌다. 빵은 둥근 할라를 먹는데 이것은 한 해가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생선은 살을 발라낸 것을 먹는다.

로쉬 하샤나의 덕담
우리는 흔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에도 건강하십시오’, ‘새해에는 돈 많이 벌어 부자 되십시오’, ‘새해에는 소망하는 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등등 여러 주고 받는 덕담이 있다. 영어로는 Happy New Year가 가장 일반적인 인사말이다. 유대인들도 새해에 주고 받는 인사말이 있다. ‘좋은 한 해가 되세요’라는 샤나 토바 (a good year) 또는 ‘행복하고 즐거운 한 해가 되세요’라는 샤나 토바 하메투카 (a good and sweet year)라 말하면서 인사한다.

나팔을 불어 기념하는 새해의 하루가 지나면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다. 유대 종교인들은 10일 후에 있는 대속죄일까지 10일을 참회하면서 보낸다. 그래서 이 기간을 아싸랏 여메이 테슈바 (עשרת ימי תשובה‎) 라고 부른다. 그 의미는 ‘회개하는 10일’이다. 이 10일 동안 유대인들은 매일 아침 회당에 모여 ‘슬리호트 기도’를 한다. 슬리호트 (סליחות‎)란 ‘슬리카 (용서)’의 복수이다. 탈무드에 기록된 출애굽기 34:6-7절 에 근거한 슬리호트 기도는 하나님의 13가지 은혜와 자비하심에 호소하는 것이다. 슬리호트 기도는 출애굽기 34:6절(주7)의 ‘아도나이’에서 시작하여 7절 ‘베 나케’까지이며 유대인들은 10일 동안 매일 이 기도문을 암송한다. 슬리호트 기도문의 핵심을 히브리어로 옮긴다.


아도나이- 사람이 죄를 짓기 전에 긍휼 (compassion)
아도나이- 사람이 죄를 지은 이후에도 긍휼
엘- 그들의 필요에 따라 모든 피조물들에게 베푸시는 하나님의 긍휼
라훔- 인류가 고통에 빠지지 않도록 자비 (merciful)
하눈- 인류가 이미 고통 중에 빠져 있다면 은혜 (gracious)
에레흐 아파임- 노하기를 더디하심
라브 헤쎄드- 인자가 많으심
에멧- 진실
노쩨르 헤쎄드 라알라핌- 천대까지 인자를 베푸심
노쎄 아본- 악
노쎄 페샤- 과실
노쎄 하타아- 죄
베나케- 용서하신다

공적으로 슬리호트 기도를 암송할 때에, 출애굽기 32:11-14절과 34:1-9절도 병행하여 읽는다.

크파롯 (כפרות)
‘아싸랏 여메이 테슈바’의 마지막 날 곧 대속죄일이 시작되기 바로 전날에 유대인들은 크파롯 의식을 갖는다. 모든 유대인들이 다 행하는 크파롯 의식은 아니지만 이미 보편화된 속죄 의식이다. 크파롯 의식이란 성전이 있었을 때에 소와 염소를 잡아 백성들의 죄를 사했던 속죄 의식을 살아 있는 닭으로 대치한 속죄 의식이다. 크파롯은 ‘속죄’란 의미의 ‘카파라’의 복수 형태이다. 크파롯 속죄 의식은 대속죄일이 시작되기 전에 행한다. 전통적으로 날개가 달린 닭을 희생제물로 삼는데, 남자는 수탉, 여자는 암탉을 사용한다. 속죄하려는 사람은 닭에 해당하는 값을 지불하면, 랍비는 속죄 의식을 행하기 전에 먼저 시편 107:17-20절과 욥기 33:23-24절을 읽는다. 그리고 속죄하는 사람의 머리 위로 닭을 세 번을 돌리는 동안 속죄하는 사람은 다음을 암송한다.
“이것이 나를 대신하며, 이것은 나의 대치물이며, 이것은 나의 속죄물이다. 이 닭은 죽음에 이르지만 나는 영원한 생명과 평화에 들어갈 것이다.” (This is my exchange, this is my substitute, this is my atonement. This rooster or hen will go to its death / This money will go to charity, while I will enter and proceed to a good long life and to peace)

그리고 닭을 죽이는 것으로 속죄를 행한다. 이렇게 희생된 닭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그들은 대속죄일이 시작되기 전에 먹어야 한다. 최근 들어, 이스라엘 동물 보호협회에서 ‘죄는 사람이 짓고 왜 닭이 대신 죽어야 하는가, 닭이 사람의 죄를 대신하지 않는다’며 시위를 주도하여 이스라엘 사회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살아 있는 닭을 죽이는 대신 또 다른 대치된 속죄 의식으로 돈을 사용하기도 한다. 속전 값의 돈을 하얀 천에 싸서 닭을 돌릴 때와 같은 방법으로 사람의 머리위로 돌리며 속죄 의식을 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한다. 유대인들은 크파롯 의식을 아사셀 염소를 대신하는 것이라 한다. 하지만 크파롯 의식에 대하여 랍비들의 의견 차이가 심하다. 마이모니데스 (Maimonides)는 크파롯을 강하게 반대했다. 이것은 기도와 경건에 이르는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나흐마니데스 (Nahmanides), 솔로몬 벤 아드렛 (Solomon ben Adret), 요셉 카로 (Joseph Caro) 역시 이것은 이교도의 풍습이 유대교의 전통을 대치한 것이라며 반대하였다. 그러나 랍비 아쉐르 벤 여히엘 (Asher ben Jehiel), 야곱 벤 야쉐르 (Jacob ben Asher)는 크파롯 의식을 인정하였다. 카발리스트 특히 이사야 호르비츠 (Isaiah Horowitz), 이삭 루리아 (Issac Luria) 같은 사람들은 이사야 1:18절(주8) 에 기초하여 크파롯에 적합한 닭으로 하얀 닭을 추천하기도 하였다. 크파롯 의식은 유럽의 유대인들 (Eastern Europe Jews)에게 폭 넓게 받아들여졌지만 논란은 여전히 계속된다.

대속죄일이 시작되기 전에 유대인들은 두 가지 만찬을 갖는다. 자선을 베푸는 만찬과 용서를 구하는 만찬이다. 그리고 대속죄일이 시작되기 전에 회당에 모인다. 그리고 두 사람이 토라를 꺼내어 토라를 읽는 사람 곁에 서면, 인도자는 콜 니드레 기도문(주9) 을 암송한다. 콜 니드레는 아람어로 ‘모든 서약들’을 의미한다. 콜 니드레를 암송한 후에는 토라를 제 위치에 둔다. 그러면 이미 해가 져서 새로운 날인 대속죄일이 시작되고 전통적인 대속죄일 회당 예배가 시작되는 것이다.

대속죄일 (욤 키푸르)
레위기 23:27-29절(주10) 에는 이 날을 ‘욤 하키푸림’으로 기록되었다. 대속죄일에 거행되었던 속죄 의식은 레위기 16장에 자세히 기록되었다 (출30:10, 레23:27-31, 민29:7-11 참고). 대속죄일은 유대인의 모든 절기 가운데 가장 엄숙한 절기이다. 티슈리 9일 저녁 해질 때부터 10일 온종일 계속된다.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회당에 참여하며, 속죄와 회개하는 마음으로 이 날을 보낸다. 금식에 참여한 유대인들은 25시간 음식과 물을 먹고 마시지 않는다.(주11) 2008년 이스라엘 전 국민의 약 63%가 금식에 동참하였다.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공공 장소에서 음식을 먹는 것과 차를 운행하는 것은 모든 유대인들의 분노를 일으킨다. 차의 시동만 틀어도 사람들은 분노하여 차에 돌멩이를 던지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한다.

금식하고 경건하게 보내는 대속죄일에 해서는 안되는 금지 사항이 Mishnah의 Yoma 8:1에 기록되었다.
1) 음식을 먹지 말고 물을 마시지 말 것, 2) 가죽으로 된 신발을 신지 말 것, 3) 샤워나 목욕을 하지 말 것, 4) 향수나 크림을 바르지 말 것, 5) 성적 행위를 하지 말 것이 바로 그것이다.

금식은 모든 건강한 성인들에게 요구되며 신체적으로 금식할 수 없는 사람들은 제외된다. 사실상 유대인의 모든 절기는 축제의 특징을 갖고 있지만 욤 키푸르는 금식하며 고통스럽게 보내는 절기이다. 유대법은 욤 키푸르가 시작되기 전 오후에 만찬을 갖도록 한다. 또한 정통 유대인들은 정결탕 (Mikveh)에서 정결 의식을 행한 후에 대속죄일을 맞는다.

결혼한 많은 남자들은 대속죄일 저녁 기도회 때에 키텔(Kittel- 하얀 예복, 주12) 을 입고 참석해야 한다. 이것은 성결하게 되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리고 탈릿 (Tallit- 기도할 때 머리 위로 덮는 천)을 걸친다. 기도회는 ‘콜 니드레 기도’와 함께 시작된다. ‘콜 니드레’는 해가 지기 전에 암송을 시작하며 저녁 기도 (마아리브) 중에도 계속된다. 그리고 슬리호트 기도도 함께 암송한다. 대속죄일에 암송하는 슬리호트 기도는 자정부터 새벽까지 계속 암송한다. 그리고 무사프 기도회, 민하 기도회 (오후 기도)를 갖는다. 대속죄일 오후 기도회에는 요나서를 읽는다. 요나서를 읽는 이유는 하나님은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는 자들에게 자비를 베푸시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속죄일 기도는 해가 지기 직전 네일라 기도를 하는데, 이것으로 모든 기도의 문은 닫히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쉐마 이스라엘’을 암송하고 나팔을 부는 것으로 대속죄일은 끝을 맺는다. 나팔을 부는 이유는 금식이 끝났음을 선포하는 것이다.

현대 유대인들의 대속죄일 모습
대속죄일은 유대인의 가장 거룩한 절기 가운데 하나이다. 세속적인 유대인들 역시 다른 절기들은 지키지 않더라도 대속죄일은 지킨다. 많은 유대인들은 이 날을 금식하며 회당 예배에 참여한다. 그래서 대속죄일에는 평소 회당 예배의 참여자 보다 2- 3배 이상 많다. 1973년 10월 6일, 대속죄일인 이 날에 거의 모든 국민들과 군인들이 금식하며 대속죄일을 지킬 때였다. 이집트와 시리아는 바로 그 날을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날로 삼았고 시나이 사막과 골란고원을 넘어 이스라엘을 공격하였다. 처음 전쟁이 시작되면서 이집트는 4일간 승승장구하면서 수에즈 운하와 시나이 사막을 지나 이스라엘을 향하여 진격하였고 시리아 역시 처음 2일간은 승리의 기선을 잡은 듯 보였다. 그러나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에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반격으로 시리아와 이집트는 1967년 6일 전쟁 때에 빼앗긴 지역 보다 더 많은 지역을 잃게 되었다. 1973년 욤 키푸르 전쟁은 10월 26일 휴전을 맺으므로 전쟁은 중단되었다.

대속죄일은 이스라엘에서 법적 공휴일이다. 라디오와 TV, 모든 방송은 중단된다. 공항도 폐쇄된다. 공공 교통 수단은 모두 멈추며 배와 상업적 목적으로 움직이는 모든 것이 중단된다. 비상시를 제외한 모든 차량은 멈춘다. 최근 10여 년 사이, 이스라엘의 고속도로, 자동차 전용도로의 빈 거리마다 자전거를 타는 새로운 풍습이 생겼다. 그래서 대속죄일 오후에는 도로마다 차가 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은 이채롭다.

유대인의 절기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이해
율법에 대한 잘못된 해석은 잘못된 유대인의 전통 (Oral Tradition)을 만들어냈다. 마태복음 15:2절에 ‘장로들의 유전’이라 기록된 유대인의 전통은 랍비들의 문헌으로 기록되어 유대인들로 하여금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신 진리로 나아오는데 결정적인 방해가 되었다.

1세기 당시 유대인들이나 현대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성경에 대한 잘못된 해석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메시아에 대한 일차 모델을 모세에게서 찾았다. 히브리 민족을 바로의 절대 권력에서 이끌어낸 정치적이고 영적인 리더로서의 모세와 같은 메시아, 이런 메시아의 모습을 유대인들은 히스기야에게서 보았다. 히스기야 이후 모세와 같은 메시아는 출현한 적이 없다며 여전히 정치적, 영적 메시아를 기대한다. 갈릴리에서 예수님을 따르던 사람들은 모세와 같은 메시아의 모습을 예수님에게서 보았지만 곧 그들은 스스로 실망하여 모두 물러갔고 다시는 예수님과 함께 다니지 않게 되었다 (요6). 유대 종교의 잘못된 전통의 틀에서 보면 예수님은 영적으로 율법을 지키지 않는 것처럼 비쳐져 영적 리더로서도 부족하게 보였다.

유대인들의 절기를 보면서, 그리스도인들이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정확한 해석과 정확한 해석에 기초한 올바른 적용이 그것이다. 예를 들면, 타슐리흐 의식을 따라 유대인들은 흐르는 시냇가로 가 빵이나 돌을 던지면서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죄를 깊은 바다에 던지신다’는 미가서의 말씀을 암송하지만, ‘하나님의 자비하심에 대한 말씀’ 보다는 오랜 전통에 따른 화석화된 의식만 남는다. 슬리호트 기도 역시 출애굽기 34장의 하나님의 자비하심을 잘 표현한 말씀이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죄 용서에 대한 주문’만 남게 된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잘못 해석한 것은 결국 예수님이 그리스도란 사실을 믿지 못하게 한 원인이 된 것이다.

잘못된 해석과 잘못된 적용은 마치 마태복음 15:13절의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식이 되어 둘 다 구덩이에 빠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죄를 대신하여 닭을 잡는 것이 매우 경건해 보이고, 종이에 죄의 목록을 적어 불에 태우거나, 물에 띄어 보내는 것 역시 교육적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자칫 그리스도의 은혜를 상실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것은 곧 본래의 말씀은 사라지고 전통만 남아 그리스도의 은혜는 구하지 않고 헛된 종교적 행위만 남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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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빛을 낮이라 칭하시며 어두움을 밤이라 칭하니라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

주2 “이스라엘 자손에게 고하여 이르라 칠월 곧 그 달 일일로 안식일을 삼을지니 이는 나팔을 불어 기념할 날이요 성회라.”

주3 저희를 생명책에서 도말하사 의인과 함께 기록되게 마소서 (시69:28).

주4 정결 의식은 종교적으로 부정한 것을 씻는 의식을 말하며, 정결탕은 히브리어로 미크베 (Mikveh)라 하는데 정결 의식을 행하는 물이 담긴 탕을 말한다.

주5 평상시 안식일 회당 예배는 세 종류가 있다. 샤하리트 (아침 예배), 민하 (오후 예배/ 성전이 있었던 때에 저녁 소제를 드리던 관습에서 비롯), 아르빗 또는 마아리브 (밤 예배)가 있다. 특별한 절기 때에는 추가 예배인 무사프가 더해진다. 대속죄일에는 무사프 외에 네일라 (종료) 예배가 포함된다. 하루에 세번 예배를 드리는 이유는 성전이 있었던 때 하루에 세 번 제사를 의미한다.

주6 나의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해됨도 없고 상함도 없을 것이며 이는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세상에 충만할 것임이니라.

주7 여호와께서 그의 앞으로 지나시며 반포하시되 여호와로라 여호와로라 자비롭고 은혜롭고 노하기를 더디하고 인자와 진실이 많은 하나님이로라 인자를 천대까지 베풀며 악과 과실과 죄를 용서하나 형벌 받을 자는 결단코 면죄하지 않고 아비의 악을 자여손 삼 사대까지 보응하리라

주8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 죄가 주홍 같을찌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 같이 붉을찌라도 양털 같이 되리라

주9 콜 니드레 기도문 내용이다. “지난 욤 키푸르로부터 이번 욤 키푸르까지 우리가 하나님께 맹세하고, 서약하고 약속하여 이행하지 못한 모든 것들은 우리와 하나님 사이에서 무효가 될 것입니다. 그것들은 무효가 될 것이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그것에게서 용서받고 놓임을 받을 것입니다. 이 맹세들은 더 이상 맹세가 아니며 서약은 서약이 아니며 약속도 더 이상 약속으로 여기지 않게 될 것입니다.” 콜 니드레 기도문이 선포되면 모든 회중은 다음의 내용을 세 번 화답한다.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 우리 가운데 거하는 모든 이방인과 잘못이 있는 모든 사람들을 다 포함하여 용서받을 것입니다.”

주10 칠월 십일은 너희에게 성회라 너희는 스스로 괴롭게 하며 여호와께 화제를 드리고 이 날에는 아무 일도 하지 말 것은 너희를 위하여 너희 하나님 여호와 앞에 속죄할 속죄일이 됨이니라. 이 날에 스스로 괴롭게 하지 아니하는 자는 그 백성 중에서 끊쳐질 것이라.

주11 24시간이 아닌 25시간 금식하는 이유는 해가 지는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었던 때에 유대인들은 해가 지기 30분 전에 금식을 시작하여 다음날 해가 진 30분 후에 금식을 끝냈기 때문으로 이 전통이 지금도 계속되는 것이다.

주12 때로 정통 유대인들은 Kittel을 결혼식 때에 입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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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섭 목사(멤피스장로교회)는 성경의 사실적 배경 연구를 위해 히브리어를 학습하였고, 예루살렘 대학과 히브리 대학에서 10여년에 걸쳐 이스라엘의 역사, 지리, 고고학, 히브리인의 문화, 고대 성읍과 도로를 연구한 학자이다. 그는 4X4 지프를 이용하여 성경의 생생한 현장을 연구하기도 했다. 문의 jooseob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