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에 시작한 공무원 생활 습관으로 30년 넘은 지금까지 내 머리 모양새는 ‘띠뽀 데 오피시나’(Tipo de Officina, 사무원 스타일)로 고정돼있다.

뒷머리와 양쪽 옆 머리는 짧게 다듬어져 있고, 양쪽 귀는 언제나 산뜻하게 드러나 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의 비율은 2:8 모습으로 흡사 깻잎 모양을 닮았다.

다행히 대머리 유전 인자는 내게 없지만 양쪽 이마 끝은 훤할 정도로 숱이 빠져 가뜩이나 긴 얼굴이 더욱 길게 보이게 한다.

30세에 훌쩍 떠난 남미 선교지 베네수엘라에서 스페니쉬를 몰라 황당한 경험을 했던 때가 있었다. 사택 인근 쇼핑몰에 있던 뻴루께리아(Peluqueria, 이발소)에서 벌어졌던 해프닝을 생각하면 지금도 슬그머니 미소를 머금게 한다.

베네솔라노 이발사는 잘생긴 은발의 중년 신사였다. 맵시좋은 카이제르 수염을 달았고 친절한 성품을 지녔다. 그는 영어와 한국어를 단 한마디도 할줄 몰랐고, 난 스페니쉬를 전혀 몰랐을 때 벌어진 해프닝이다.

이발 가운을 조심스럽게 둘러준 후 다정히 내게 뭐라고 물었지만 난 이해할 수 없었다. 대답할 방도가 없어 땀만 흘리며 우물쭈물하는 나를 불쌍히 여긴 그가 두가지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는 것 같았다.

‘끼에레 꼬르따르 뻴로? 띠뽀 데 오피시나 오 띠뽀 데 밀리따르? (Quire Cortar Pelo? Tipo de Officina o Tipo de Militar? 사무원 스타일로 깎아줄까? 군바리 스타일로 깎아줄까?)

‘밀리따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띄었다.
이발사는 회심의 미소를 머금고 바리깡을 폼나게 들이댔다.
정글 숲을 치듯이 단숨에 끊어낸 무수한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바닥에 떨어졌다.
살벌한 벌초가 끝난 다음 몰골은 영낙없이 갓 입대한 방위병 모습이었다.
3개월쯤 지나서야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 영어 다음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가 스페니쉬다.
제2 외국어로 가장 많이 공부하고 있고, 미국내 거주하는 4500만 라티노들의 언어이다.
라틴아메리카 32개국이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4억 2천만명이 스페니쉬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세계적주요 언어다.

세종대왕이 1443년 창제한 과학적인 언어 훈민정음과, 영어, 스페니쉬는 음소문자로 글자 하나하나를 다 발음하여 모든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훌륭한 언어다.

영어 알파벳이 26개,
한글 자모가 도합 28개,
스페니쉬는 영어 알파벳에 Ch, LL, N, RR 4개를 추가한 30개다.

에스빠뇰은 영어 어휘와 60%가 비슷하다. 철자 하나하나가 발음기호나 마찬가지라 영어 배울 때 처럼 발음 때문에 고통받지 않아서 좋다.

라티노 인구가 미국에 크게 늘어나면서, 한인과 중남미 이민자 사이에 교류가 그 어느때보다 빈번하다. 워싱턴 일원에 한인 동포가 약 20만명 살고있고, 라티노가 약 80만명이 살고 있다. 한인들이 경영하는 크고 작은 업체에 라티노들이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고, 가장 큰 고객으로 많은 왕래를 이루고 있다.

한인과 라티노들의 경제적 교류, 인종간 연합과 화합의 채널을 구축하는데 원활한 의사소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천성적으로 착한 라티노들이 ‘가나다라마바사..’를 배워 또렷한 목소리로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좋은아침’.

한인들도 ‘아베쎄체데에에훼…’를 배워 ‘올라 꼬모 에스따(Hola ! Como esta?)’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면 라티노들과의 만남과 인연은 더욱 풍성해 질 것이다.

(성탄절 빈민초청잔치 & 중고차량 기증 : 703-622-2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