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교나 이슬람교는 근본적으로 남자 중심의 종교이다. 과거는 물론 지금도 유대인들은 매일 아침 기도(Shaharit Prayer) 시간에‘이방인으로, 종으로, 또는 여자로 창조되지 않은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그러나 여인들은‘하나님의 뜻대로 창조되었음’을 감사드린다. 회당에서 공적인 예배가 성립되는 조건은 성인 남자 10명 이상이 모였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여자들은 그 수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여자들의 증언은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그런 시대에 복음서를 기록한 누가는 메시아의 탄생과 관련하여 한 여인의 특별한 경험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 여인은 처녀 마리아이다.(주1)

메시아의 출생과 관련하여 누가복음에 기록된 마리아의 특별한 경험들은 다음과 같다. 천사 가브리엘의 방문과 그를 통하여 듣게 된 성령에 의한 잉태와 해산 (1:26-38), 세례 요한의 출생 (1:39-56), 인구 조사를 위하여 나사렛을 떠나 베들레헴에 도착한 마리아는 숙소를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아기를 해산했고 강보에 싸 구유에 뉘었던 사건 (2:1-7), 그날 밤, 들에서 자기 양떼를 지키던 베들레헴 목자들의 방문과 그들을 통하여 듣게 된 메시아의 표적 (2:8-20), 정결 의식을 위하여 성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시므온과 안나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들 (2:22-38)은 마리아 개인으로서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사건들이다.

누가는 유대 사회에서 ‘동정(처녀)’의 중요함을 잘 알고 있었다. 마리아는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자신이 잉태할 것이란 소식을 들었을때 깜짝 놀라면서 “나는 사내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눅 1:34). ‘알다’라는 히브리어는 야다 ([d;y")인데 이 단어는 knowing (알다)와 sexual intercourse (동침하다)의 의미를 갖고 있다 (창 4:1).(주2)

처녀 마리아는 천사가 예고한 대로 성령에 의해 아기를 잉태하는 경험을 하였다. 그리고 해산할 시기가 가까웠을 때에 로마 황제 가이사 아구스도의 인구 조사 명령을 따라 요셉과 함께 나사렛을 떠나 베들레헴으로 향하였다.(주3) 황제의 명령을 지체할 수 없었던 이유와 함께 그들은 미가서 5:2절(주4)에 기록된 메시아의 베들레헴 출생을 기억하고 서둘러 떠났다. 베들레헴에 도착한 마리아와 요셉은 숙소를 구할 수 없었다. 그들이 머문 곳은 가축을 돌보던 축사였다. “거기 있을 그 때에 해산할 날이 차서 맏아들을 낳아 강보에 싸서 구유에 뉘었으니 이는 사관에 있을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베들레헴의 동쪽 유대 광야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베들레헴 동네를 바라보며 찍은 사진으로 목동이 양을 치는 모습
그날 밤, 유대 광야에는 자기 양떼를 돌보던 목자들이 있었는데, 주의 사자가 그들에게 나타나 메시아의 탄생에 대해 알려주었다.“오늘날 다윗의 동네에서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인 아기를 보리니 이것이 너희에게 표적이니라.” 천사가 알려준 대로 그날 밤, 아기를 방문했던 목자들은 자기들이 광야에서 경험한 모든 것을 마리아에게 들려주었다.

누가는 그 내용을 이렇게 기록하였다. “마리아는 이 모든 말을 마음에 지키어 생각하니라 (눅 2:19).” 천사의 방문, 성령에 의한 잉태, 먼 거리를 여행, 숙소로서 축사, 해산, 강보에 싸 구유에 뉘인 일, 목자들의 방문, 이 모든 사건들은 마리아 개인으로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사건들이다. 메시아의 출생과 관련된 마리아의 경험은 계속된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유대인 가정은 사내 아이를 출산하면 낳은 지 8일째 되는 날 할례를 행한다. ‘언약의 아이’라는 의미에서 행하는 할례 후에 아이의 이름은 결정되었다. 마리아와 요셉은 할례를 행한 후에 아기 이름을 예수라 하였다.

레위기 12:2-8절(주5)에는 아이를 낳은 여인이 정결케 되는 규례가 기록되었다. 랍비들은 언제 정결 의식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정확한 날자를 계산하였다. 레위기 12장은 여인이 여자 아이를 출산했을 경우 66일을 보낸 후 정결케 되는 제사를 드리고 성전에 참여할 수 있었다. 반면 출산한 아이가 사내이면 할례를 위한 8일이 지난 후 여기에 33일을 더한 후에 정결케 되는 의식을 행하였다. 그러므로 마리아가 아기 예수님을 안고 예루살렘 성전을 방문한 것은 할례할 8일과 정결을 위한 33일을 더 보낸 최소한 40일이 지난 때였다. 로만 캐톨릭은 여기에 근거하여 2월 첫번째 주일에 촛불 미사를 드린다.

▲사진에서 예수님 당시 헤롯이 만든 성전으로 들어갈 때 사용했던 계단과 복원된 계단을 함께 볼 수 있다. 계단 주위에서 성전으로 들어가기 전 정결 의식을 행했던 많은 정결탕이 발견되었다
율법에는 아기를 출산한 여인에 대한 규례로써, 번제를 위하여는 일년된 어린양을, 속죄제를 위하여는 산비들기나 집비들기 한 마리를 드리라 명하였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린양을 준비하는 것이 어려우면, 어린양 대신 번제와 속죄제로 두 마리의 산 비들기 또는 집 비들기를 취하여 예물로 드리되 한마리는 번제로, 다른 한마리는 속죄제로 드릴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마리아와 요셉은 어린양 대신 비들기 두마리로 번제와 속죄제를 대신하였다 (눅 2:24). 여기에 근거하여 요셉과 마리아는 매우 가난한 가정이었음을 틀림없다.

출산 후, 정결의식을 위하여 방문했던 성전에서 마리아는 아기 예수님으로 오신 메시아에 대한 또 다른 경험을 하였다. 예루살렘에 사는 의롭고 경건하여 이스라엘의 위로를 기다리던 시므온과 아셀 지파 바누엘의 딸인 여선지자 안나의 고백을 마리아가 들은 것이다. 마리아 개인의 입장에서 이 모든 경험들은 잊을 수 없는 메시아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이었다.

주1 누가는 마리아 외에도 예수님의 사역에서 다른 여인들을 기록하기도 했다. 막달라 마리아, 헤롯의 청지기 구사의 아내 요안나, 수산나와 여러 여인들이 그들이다 (눅 8:1-3). 이들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로 가실 때에 무리 가운데 있었으며 (눅 23:49) 무덤까지 찾아갔던 여인들도 있었다 (눅 23:55). 향유와 향품을 예비한 것도 여인들이었으며 (눅 23:56) 예수님의 부활 사실을 남자들보다 먼저 알게 된 것도 여인들이라고 누가는 기록하였다 (눅 24:1, 10).

주2 이삭의 아내 리브가와 관련하여 창세기 24:16에서 ‘그 소녀는 보기에 심히 아리땁고 지금까지 남자가 가까이 하지 아니한 처녀더라’의 의미는 ‘관계를 하지 아니한 처녀’란 말이다. 마태는 이사야 7:14절을 인용하였는데 여기에서 ‘처녀’라는 히브리어 단어는 알마이다. 주께서 (메시아에 대한) 징조를 주실 것인데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천사는 나사렛에 살고 있던 처녀 마리아를 방문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 이러므로 나실바 거룩한 자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으리라 (눅 1:35).’

주3 나사렛에서 예루살렘 남쪽 유다 산지에 위치한 베들레헴까지 가는 길은 두 개가 있다. 하나는 고속도로처럼 지름길이며 평탄한 길인 사마리아를 통과하는 ‘족장들의 길’이 있다. 그러나 1세기 당시 유대인들은 사마리아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여 요단 동편 길을 이용하였다. 요단 동편 길은 갈릴리와 함께 헤롯 안티파스의 소유로써 요단 동편 길을 이용하면, 사마리아 길보다 하루 반은 더 걸리며 또 여리고에서 예루살렘까지 매우 거친 유대 광야를 통과해야만 한다.

주4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 족속중에 작을찌라도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네게서 내게로 나올 것이라 그의 근본은 상고에 태초에니라.

주5 (2) 이스라엘 자손에게 고하여 이르라 여인이 잉태하여 남자를 낳으면 그는 칠일 동안 부정하리니 곧 경도할 때와 같이 부정할 것이며
(3) 제 팔일에는 그 아이의 양피를 벨 것이요
(4) 그 여인은 오히려 삼십 삼일을 지나야 산혈이 깨끗하리니 정결케 되는 기한이 차기 전에는 성물을 만지지도 말며 성소에 들어가지도 말 것이며
(5) 여자를 낳으면 그는 이 칠일 동안 부정하리니 경도할 때와 같을 것이며 산혈이 깨끗하게 됨은 육십 륙일을 지나야 하리라
(6) 자녀간 정결케 되는 기한이 차거든 그 여인은 번제를 위하여 일년 된 어린 양을 취하고 속죄제를 위하여 집비둘기 새끼나 산비둘기를 취하여 회막문 제사장에게로 가져갈 것이요
(7) 제사장은 그것을 여호와 앞에 드려서 여인을 위하여 속죄할찌니 그리하면 산혈이 깨끗하리라 이는 자녀간 생산한 여인에게 대한 규례니라
(8) 그 여인의 힘이 어린 양에 미치지 못하거든 산비둘기 둘이나 집비둘기 새끼 둘을 가져다가 하나는 번제물로, 하나는 속죄 제물로 삼을 것이요 제사장은 그를 위하여 속할찌니 그가 정결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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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섭 목사(멤피스장로교회)는 성경의 사실적 배경 연구를 위해 히브리어를 학습하였고, 예루살렘 대학과 히브리 대학에서 10여년에 걸쳐 이스라엘의 역사, 지리, 고고학, 히브리인의 문화, 고대 성읍과 도로를 연구한 학자이다. 그는 4X4 지프를 이용하여 성경의 생생한 현장을 연구하기도 했다. 문의 jooseob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