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삼중으로 잠긴 두꺼운 철문. ‘철커덕’하고 열릴 때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기적이구나’ 감사하며 교도소에 들어가는 이들.

지난 11년간 묵묵히 교도소 수감자들을 돌보고 특별히 한국인 수감자들에게 든든한 맏형 노릇을 해온 박동진 선교사(연합장로교회)와 7년 전 사업체 근처 교도소에 한국인 형제가 수감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출입하기 시작한 교도소가 이제는 집처럼 편안한 김우식, 김철식 채플린 부부. 철장 뒤로 마음까지 단단히 잠궈 버린 수감자들에게 때론 삼촌처럼, 때론 아빠와 엄마처럼 푸근한 사랑을 전해주고 있는 세 사람의 교도소 선교 이야기를 들어봤다.

-교도소 사역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
박동진 선교사(이하 박동진): 교도소에 들어가서 재소자들과 예배 드리고 성경공부와 개인상담 등을 해요. 교도소의 특성상 잠깐 들어가서 봉사하는 것은 제약이 많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역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종종 교도소 선교 간증집회를 다니면서 관심 있는 분들과 후원자들을 찾는 일도 합니다.

김철식 채플린(이하 김철식): 성경 보내는 일도 중요한 사역입니다. 올해만 벌써 3천 권 정도를 보냈고, 좀 더 보낼 계획입니다. 크리스마스나 부활절 같은 명절에는 초콜릿, 캔디, 라면 같이 간단한 간식들도 보내요. 한국인들이 있는 교도소를 중심으로 사역하는데 한국인들만 챙기는 게 아니라 그 교도소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돼요. 한국 사람만 돌보면 오히려 다른 수감자들이 편견을 갖거나 질투하기도 해요. 일년에 두 세 번 정도 음식을 해서 들어가는데, 한국 음식과 미국 음식을 골고루 해서 충분하게 먹여요. 교도관부터 대접하고 다른 수감자들을 대접한 다음에 한국인 형제가 나오면 ‘진짜 한국 음식’을 먹이죠(웃음). 음식 선교를 할 때는 한국인 성도님들과 몇몇 뜻있는 분들이 들어오셔서 같이 도와 주시기도 합니다.

박동진: 법률적인 부분을 돕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김 채플린은 법률 사무실에서 사무장으로 10년 이상 일했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심각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먼저 연락을 해주면 법률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어요.

김철식: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저희가 꾸준하게 오랫동안 사역하는 것을 봐온 교도소 관계자들이 한국인 수감자들이 패티션(청원)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은 평가를 해 주셔서 감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희가 꾸준히 보듬어 주고 복음을 들려주면서 모범적으로 수감생활 하라고 격려해주면 잘 해나가기 때문이죠. 하지만 무엇이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 지 저희는 몰라요. 하나님께서 모든 걸 이루시는 겁니다.

▲김철식 채플린이 수감자들이 음식을 잘 먹고 있는지 살펴 보며 따뜻한 말을 건내고 있다.ⓒ박동진 선교사

-어떤 목적을 갖고 교도소 사역을 하는가?
김우식 채플린(이하 김우식): 먼저는 현재 수감된 한국인 형제들이 모범적으로 수감생활을 하고 될 수 있으면 빨리 출감해서 자유의 몸이 되도록 돕는 것이죠. 미국 내에서 범죄를 저질러서 1년 이상 금고형을 받으면 영주권자도 수감을 마치면 한국으로 추방됩니다. 석방되고 바로 한국으로 가는 게 아니라 일단 이민국 수용소로 넘어갔다 한국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교도관이 동행하는데 공항을 나오면서 자유의 몸이 됩니다. 저희는 교도소 내에서 돌보던 이들이 출감된 이후에도 잘 지내고 있는지 계속 연락하고 지내요. 그렇다고 한국인들만 대상으로 하지 않고 모든 수감자들에게 동일하게 복음을 전하고 상담하고 돌보는 일을 합니다.

박동진: 얼마 전 한국에 가서 집회를 하고 그 형제들을 만나고 왔어요. 잘 정착해서 나중에 나간 형제들끼리도 연락하고 있더라고요. 교도소 생활을 하면서부터 알고 지냈기 때문에 서로를 도와가며 잘 지내고 있어요.

-교도소 선교를 시작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김철식: 저희가 매일 지나가는 길에 교도소가 있었어요. 지나갈 때마다 유 장로님이 저기 갇힌 친구들은 얼마나 답답할 까 안타까워했죠. 어느 날 한 교도관이 사업체에 찾아와서 한국인 형제가 하나 왔다는 거에요. 그래서 한번 방문해보려고 3개월을 연락해도 답이 없어요. 3개월 만에 한 채플린이 연락을 했는데 한국형제는 개별적으로 만나게 해줄 수는 없지만 와보라고 해서 갔어요. 감사하게 만날 수 없다던 그 형제를 만났는데 불체자로 가족은 한국에 있고 한국 사람도 거의 못 보다 저희를 만나서 이야기 하면서 울고 기도하고… 이후 저희 부부가 교육을 받고 정식으로 채플린이 됐어요.

박동진: 감사한 것은 하나님께서 부교도소장의 마음을 움직여서 ‘당신들이 이왕 이렇게 하는 것 조지아에 흩어진 한국인 수감자들 모아보라’고 제안하더라고요. 그래서 5명을 이감시켰어요. 이분들은 왜 자신들이 이감되는 줄도 모르고 왔다가 와보니 너무 좋은 거죠(웃음).

김우식: 저희 둘이 사역하면서 박동진 선교사님 이야기는 들었는데 우연히 친지분과 통화하다 연결돼서 7년 전에 함께 하기 시작했죠. 한국인 5분이 이감되면서 본격적인 교도소 선교가 시작됐습니다.

-사역을 해오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 있다면?
김철식: 음식선교가 참 인상에 남아요. 한번은 저희가 음식을 해서 들어가기로 한 날이었어요. 히스패닉 수감자들이 피자 100판과 콜라 120병을 배달시켰는데 문제가 생겨서 교도소 측에서 막아버린 거에요. 우리 음식도 못 들어간다고 하다가 수감자들 사이에 리더들과 교도소 관계자들이 만나서 한국음식은 들어오게 하자고 결정이 됐죠. 히스패닉 수감자 200명 정도가 음식을 먹으러 나오는데 전국적인 갱단 출신들이 많아서 온 몸에 문신이고 덩치도 크고 정말 섬찟하더라고요. 한국음식은 되는데 왜 자신들 것은 안되냐면서 자칫하면 난동을 부릴 태세였어요. 그런데 제가 평소처럼 막 활개치고 다니니까 다른 수감자들이 제 옆에 붙어서 다니면서 조심하라고 하면서 보호해 줬어요.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넉넉하게 먹이고 손도 잡아주고 하니 이들의 마음이 풀리고 기분 좋게 돌아갔죠.

박동진: 원래 12시에 점심으로 대접하려고 했는데 2시간이나 지연된 상태였어요. 난동 쪽으로 흐를 것 같다고 교도소장이 굉장히 우려했는데 우리가 밥을 갖고 와서 화해의 기회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김우식: 저는 한 흑인 형제가 인상에 가장 남습니다. 조지아에서도 악명이 높은 마약조직 보스가 수감됐어요. 돈이 하도 많아서 교도소 안에서도 사식을 사주면서 수하를 거느리는데 같은 방에 수감된 한국인을 보러 갈 때마다 챙겨줬더니 예의상 한번 나오더라고요. ‘나는 하나님도 안 믿고 성경도 안 믿는다, 총만 믿는다’ 길래 ‘그럼 당신은 증조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어떻게 믿는가, 보이지 않는 그분들이 있었다고 믿는 것처럼 하나님도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믿는다’ 했더니 조금 충격을 받고 들어가서 한동안 안 나오더라고요. 계속 편지도 보내고 책도 보내다가 어느 날 나오는데 얼굴에서 광채가 나더라고요. 저를 껴안으면서 ‘나도 하나님을 만났다, 예수님을 만났다’면서 어린아이처럼 좋아했어요. 50살이 넘은 그 사람이 신앙생활을 시작해서 모범수가 되고 컴퓨터 클래스를 마치고 지금은 그 클래스 조교도 하고 있어요.

▲왼쪽부터 김우식, 김철식 채플린 부부와 박동진 선교사.

-교도소 사역의 어려움과 한인사회 혹은 교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박동진: 꾸준하게 함께 사역을 할 봉사자들을 찾고 있어요. 한 두 번은 호기심에서던 봉사정신이던 오는데 지속적으로는 오지 않더라고요. 수감자들도 처음에는 저희를 대할 때 한 두 번 하다 말겠지 하다가 10년을 이어 오니까 마음을 열고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고, 교도소 측과도 신뢰를 쌓아서 음식선교도 할 수 있게 됐어요.

김철식: 바람이 있다면 한인 교회들 성도님들이 크리스마스에 비누 한 개, 치약 한 개씩만 모아줘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50센트, 1달러 50센트짜리던 상관없어요.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에 사탕 한 봉지씩만 모아줘도 여러 교도소에 나눠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성탄절을 맞아 이웃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조그만 일이지요.

김우식: 최근 주정부 예산이 줄어서 교도소에도 직원을 자르고 금, 토, 일 주말에는 점심 한끼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감자들이 힘이 없어서 주로 자거나 가만히 있어요. 가족들이 찾아오는 사람은 허니번이라도 사먹을 수 있는 돈이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굶는 수 밖에 없습니다. 초콜릿이나 사탕이 있으면 적더라도 도움이 되죠. 미국에 살면서 지금까지 많이 받아왔는데 이만큼 잘 살게 됐으니 미국 정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게 돼 기쁩니다. 이것이 또 예수 믿는 사람들의 태도가 되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교도소 선교를 통해 받은 가장 큰 축복이 있다면?
김철식, 김우식: 저희 자녀들이라고 생각해요. 두 아들이 말썽 없이 자라주고, 부모가 하는 일을 굉장히 자랑스러워해요. 자신들도 잔돈을 일년 동안 모아서 연말에 비워 선교하는데 돕죠. 아이들에게 남을 도울 수 있는 마음을 심어준 것만으로도 축복입니다.

박동진: 사역을 하면서 점점 더 느끼는 것은 ‘우리가 복 받으라고 맡겨주신 일’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그분들에게 뭘 해주는 것 같지만 결국은 우리가 받아가요. 철문이 하나씩 열릴 때마다 이게 기적이라고 느껴져요. 바로 제가 그걸 경험했기 때문이에요. 특별히 우리에게 갇힌 자들을 향한 마음을 주셔서 섬길 수 있어서 감사하고, 두 채플린을 만나 사역을 하게 된 것도 축복입니다.

교도소 선교에 대한 문의나 상담은 박동진 선교사 678-643-5902, 770-432-4289. 김철식 채플린 912-980-55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