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는 선교지에서 오래 동안 활동하고 계신 선교사 부부를 만났습니다. 지금 70대이시지만 부부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선교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처음에는 자리를 잡기가 어려워서 선교 기반으로서 이런 저런 사업을 시도도 해 보았지만 이제는 지역 사회에서 존경받는 기반을 잡으시고 내실 있고 열매 맺는 사역을 하고 계십니다.
오랜 친구와도 같은 두 분을 여러 해 만에 만나서 식사를 하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화 중에 들었던 두 분의 삶의 이야기가 가슴 깊이 심겼습니다. 기독교의 문화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사회에서 복음을 전할 때 건강한 크리스천의 일상(日常)이 큰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기독교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 사람의 크리스천이 무심코 펼치는 일상의 삶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미국의 삶을 버리고 그들 눈에 힘들고 불편한 생활을 감수하면서 먼 이국땅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을 지켜보아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얼굴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항상 부부가 함께 다니고 친구처럼 친근한 스킨십과 오누이처럼 정다운 대화가 이국적이기만 합니다. 돈 생기지 않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정성을 다하고 최선을 다해서 섬기고 노력하는 것을 보고 이질적인 느낌이 생깁니다.

크리스천이 극도로 적은 사회에서 이제 갓 예수를 믿기 시작한 어린 크리스천에게 선배 크리스천의 삶에 배어있는 일상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기도하는 모습, 찬양하는 모습, 교회를 섬기는 모습이 다 신기합니다. 집에 들어가서는 어떻게 저녁 시간을 보내는 지 마냥 궁금합니다.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것도 무언가 다를 것 만 같습니다.

가끔 들러서 돌보는 양로원의 노인들이 선교사님들에게 부탁한 것은 시설과 먹을 것에 대한 것이 아니었답니다. 미국에서 노인 아파트에 사는 노인들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를 비디오로 찍어서 보여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지, 어떻게 장을 보는지, 어떻게 예배하고 기도하는지, 방 청소는 어떻게 하는지, 식사 준비는 어떻게 하는지, 함께 사는 부부가 어떻게 소일하는지 등등 일상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래 전에 부친이 해 준 지적들이 생각났습니다. 중국의 크리스천들에게 필요한 것은 한국과 미국에서 크리스천들이 신앙 생활하는 일상을 볼 수 있는 기회라는 것입니다. 교회에 모여서 어울리는 모습, 예배를 마치고 친교실에 모여서 대화하는 모습, 주차장에 차를 두고 예배당으로 들어오는 모습, 교회 건물의 세세한 모습 등 교회 생활의 일상을 보여 줘야 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주보에 실리는 광고를 있는 그대로 중국어로 번역해서 인터넷에 띄우라고 권해 주기도 하셨습니다. 매 주일 설교를 중국어로 요약해서 인터넷에 띄우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교회 목자들과 교우들을 볼 때마다 저는 성도들이 가진 일상의 신앙생활이 얼마나 큰 능력이 있는지 감탄하게 됩니다. 일주일의 성실한 생활, 맡은 몇 가정을 늘 생각하고 돌보고 살피는 목자의 일상, 부부 사이에 티격태격하는 것까지도 아름다운 일상의 생활이 얼마나 큰 능력을 발휘하는 지를 늘 새롭게 느끼곤 합니다. 우리 교회에서 일주일 단위로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사역이 얼마나 큰 능력이 있는지를 늘 느끼고 감사한 마음이 생깁니다.

오히려 성도들 스스로 자신의 일상을 낮게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성도들 스스로 교회 생활의 일상에 낮은 점수를 주는 것 같아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 교회의 일상과 교우들의 일상이 제대로 평가 받기 위해서 이제는 더욱 적극적으로 일상이 능력을 발휘할 곳을 찾아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복음과 성경적인 가치관이 세상과 접하는 변경 지대로, 경계 지대로 찾아 가야 하겠습니다. 땅덩어리가 부딪치면서 화산과 마그마와 지진을 만들어 내는 단층지대로 찾아 가야 하겠습니다.

<위 칼럼은 지혜와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인 '연우포럼'(www.younwooforum.com)과 합의하에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