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 서부연회가 북한성경에 대한 2년여 간의 연구 끝에 10일 ‘남북한 성경비교’를 출간했다. 이 책은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 1990년에 간행한 북한성경과 남한에서 사용하고 있는 개역성경, 공동번역성서를 비교하고 있다.

서부연회는 10일 오전 11시 감리회본부 회의실에서 남북한성경비교 출판기념예배를 드리고, 출판을 축하했다. 출판기념예배에는 신경하 감독회장(기독교대한감리회)과 권오성 총무(KNCC), 민영진 총무(대한성서공회), 김기택 감독(기감 서울연회) 등 교계 인사 5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남북한 성경비교’ 출판은 한국 교회 최초로 이뤄졌고, 남북 교회가 하나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신경하 감독회장은 “감리교에서 먼저 이 같은 일을 한 것에 감사드린다”며 “이 책이 비록 남북한 성경비교 연구서지만 이후에는 결국 하나된 우리말 성경이 출간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권오성 총무(KNCC)는 “이것이 단순한 책자지만 통일을 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이 책을 통해 감리교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 전체가 통일을 여는 데 함께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책의 수익금은 북한 칠골교회로 보내질 예정이다.

북한성경, 공동번역성서와 큰 차이 없어

이 책에 비교 수록된 북한성경은 북한의 독자적인 성경번역이라기보다는 대한성서공회가 1977년 발간한 공동번역성서에 대한 북한식 번역본이라고 할 수 있다. 왕대일 교수(감신대 구약학)는 “북한성경은 공동번역과 어순, 내용, 뜻에서 거의 대부분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공동번역의 평양교정본으로 일컬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성경은 공동번역의 본문을 북한식 한글 표기법에 따라 교정했기에 북한 어휘가 사용됐을 뿐 내용상 공동번역과 거의 차이가 없다.

북한식 맞춤법에 따른 번역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두음법칙을 사용하지 않는다(양식→량식) ▲사이시옷을 사용하지 않는다(호숫가→호수가) ▲숫자는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한다(육십만삼천오백오십→60만3550) ▲북한식 관용어에 따라 공동번역의 어휘를 교정했다(아내→안해) ▲용어나 어휘를 북한의 정치 사회적 상황에 맞추어 교정했다(방백→영도자→지도자/ 개역성경, 공동번역, 북한성경 순) ▲띄어쓰기는 공동번역과 다소 차이가 난다(하늘 나라→하늘나라)

또, 북한성경은 개역성경을 함께 참조하여 번역, 공동번역의 어휘나 한자어 등을 현대어나 토박이말로 교정한 경우가 많다. (잡족→트기→잡종/개역성경, 공동번역, 북한성경 순) ▲공동번역의 오류나 어려운 본문을 개역에 근거하여 교정함으로 공동번역의 오해를 벗어난 경우도 있다.(신이 임하신 때에 그들이 예언을 하다가→영이 그들에게 내려 머물자 그들은 입신하였다→령이 그들에게 내려 머물자 그들은 령을 받았다) ▲우리말 표현을 살리려다가 구약 원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본문을 오해 또는 이스라엘 신앙의 종교적 문화적 역사적 상황을 알지 못해 잘못 번역한 경우도 있다.(전제물을 붓고→술을 붓고)

남북한 맞춤법 통일과 공동번역 이뤄내야 하는 과제 남아 있어

왕대일 교수는 “북한성경을 검토하면서 성서학계에 두 가지 과제가 주어져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왕 교수가 말하는 두 가지 과제란 남한과 북한의 한글학자들이 우리말 문법에 맞춤법을 통일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점과 성서 언어를 배우고 익힌 남한과 북한의 성서학자들이 함께 모여 성서의 남북한 공동번역을 이뤄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