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은 나의 딸을 구하지 못했다”라는 도발적인 광고카피가 눈길을 끄는 영화 ‘파괴된 사나이’(The man of vendetta)는 놀랍게도 제1회 서울기독교영화제 출신 우민호 감독의 작품이다. 우 감독은 2003년 ‘누가 예수를 죽였는가’라는 작품으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기독교영화제 출신 감독이라 해서 이 영화가 기독교적일 것이라 지레 짐작했다면 오산이다.
그는 “부모님이 크리스천이지만 자신은 (크리스천이) 아니다”라면서 “이 영화는 신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은 작품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기독교인도 아닌, 그렇다고 기독교적 마인드를 갖고 있지도 않은 감독이 어떻게 기독교영화제에서 수상을 했는지 여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지만, ‘여튼’ 영화 속 기독교는 단지 주영수의 타락상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배경장치로서 역할은 충분히 감당한다.
영화는 목사 주영수(김명민 역)가 딸이 유괴되는 사건을 겪고 난 후, 믿음을 잃어버리고 철저히 타락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너희를 핍박하는 형제를 일곱 번씩 일흔 번 용서하라”는 설교를 하던 그는 강대상을 뛰쳐나오며 욕설을 내뱉거나, 아이가 살아있다고 믿는 아내 박민경(박주미 역)을 향해 “평생 기도해보세요, 아이가 살아 돌아오나”라고 불신과 원망의 말을 서슴없이 한다.
의대진학을 포기할 정도로 믿음에 충만했던 그이지만, 유괴사건 이후 폭력과 욕설을 일삼는 의료사업사장 주영수로 변신하며 나락으로 떨어진다. 신에 대한 믿음, 자신에 대한 믿음, 가족도 모두 버린 채. 그러던 어느 날, 주영수는 8년 만에 죽은 줄만 알았던 딸 혜린(김수현 역)이 살아있다는 유괴범의 전화를 받고, 딸의 모습을 확인하자 자신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뜨거운 부성애와 딸을 잊고 지낸 삶에 대한 죄의식을 느낀다. 주영수는 잃어버린 딸을 다시 찾기 위해 사투를 시작한다.
어린이 유괴사건과 기독교라는 종교를 터치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2007년 개봉한 전도연 주연의 영화 ‘밀양’이 떠오르지만, 싸구려 은혜를 비판하고자 했던 ‘밀양’만큼 깊이 있는 철학은 없다. 유괴된 자녀를 구출하려는 부성애를 그렸다는 점에서 극한의 모성애를 그린 봉준호 감독 작 ‘마더’가 떠오르지만, 마더에서 보였던 그림 같은 작품성은 잘 모르겠다. 냉혹한 연쇄살인마의 하드코어적인 살인행각을 그렸다는 점에선 ‘추격자’ 같은 한국식 범죄스릴러물이 떠오르지만, 범인 최병철(엄기준 역)의 행각은 설득력이 없고 무분별한 살인에 심기만 불편해진다.
열정 가득한 신인감독의 무리한 욕심 때문일까. ‘하드보일드 휴먼 드라마’라는 다소 애매한 장르를 차용한 영화는 하드보일드와 휴먼드라마를 넘나들며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들을 건드렸지만, 결국 관객에게 무엇을 전하려고 했는지 뚜렷한 주제가 부각되지 않은 채 끝을 맺는다. 김명민, 엄기준 등 주조연들의 연기는 뛰어났지만, 절절한 부성애가 느껴지며 감정이입되기보다 ‘이제야 범인이 잡혔구나’라는 안도감이 더 깊게 다가온다.
영화 속 기독교에 대한 평가 역시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목사를 그만두고 의료사업에 뛰어든 주영수에게 한 친구는 “목사는 왜 그만둬서 이 고생이야. 목사가 얼마나 좋아. 일요일이면 차곡차곡 돈 들어오지. 세금 안 내서 좋지”라며 기독교 목사직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친다. 음악애호가 살인사건이 주영수의 짓이라 확신한 경찰은 “전직 목사였던 사람이 살인이나 저지르고, 이러니까 우리 크리스천들이 욕을 먹지”라는 대사를 건넨다. 유괴된 딸이 돌아오기를 ‘죽어라’ 기도만 했던 주영수의 아내는 어리석고 현실을 모르는 사람으로 치부된다.
이 영화를 기독교 교리에 정면도전하거나 신성을 모독하는 ‘반기독교 영화’라 할 수는 없겠지만, 반기독교적 정서가 넘쳐나는 요즘, 기독교영화제서 수상한 감독조차 기독교를 너무나 가볍게 터치하고 있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7월 1일 개봉.
그는 “부모님이 크리스천이지만 자신은 (크리스천이) 아니다”라면서 “이 영화는 신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은 작품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기독교인도 아닌, 그렇다고 기독교적 마인드를 갖고 있지도 않은 감독이 어떻게 기독교영화제에서 수상을 했는지 여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지만, ‘여튼’ 영화 속 기독교는 단지 주영수의 타락상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배경장치로서 역할은 충분히 감당한다.
▲ 딸을 잃고 분노에 차 울부짖는 주영수 |
의대진학을 포기할 정도로 믿음에 충만했던 그이지만, 유괴사건 이후 폭력과 욕설을 일삼는 의료사업사장 주영수로 변신하며 나락으로 떨어진다. 신에 대한 믿음, 자신에 대한 믿음, 가족도 모두 버린 채. 그러던 어느 날, 주영수는 8년 만에 죽은 줄만 알았던 딸 혜린(김수현 역)이 살아있다는 유괴범의 전화를 받고, 딸의 모습을 확인하자 자신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뜨거운 부성애와 딸을 잊고 지낸 삶에 대한 죄의식을 느낀다. 주영수는 잃어버린 딸을 다시 찾기 위해 사투를 시작한다.
어린이 유괴사건과 기독교라는 종교를 터치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2007년 개봉한 전도연 주연의 영화 ‘밀양’이 떠오르지만, 싸구려 은혜를 비판하고자 했던 ‘밀양’만큼 깊이 있는 철학은 없다. 유괴된 자녀를 구출하려는 부성애를 그렸다는 점에서 극한의 모성애를 그린 봉준호 감독 작 ‘마더’가 떠오르지만, 마더에서 보였던 그림 같은 작품성은 잘 모르겠다. 냉혹한 연쇄살인마의 하드코어적인 살인행각을 그렸다는 점에선 ‘추격자’ 같은 한국식 범죄스릴러물이 떠오르지만, 범인 최병철(엄기준 역)의 행각은 설득력이 없고 무분별한 살인에 심기만 불편해진다.
열정 가득한 신인감독의 무리한 욕심 때문일까. ‘하드보일드 휴먼 드라마’라는 다소 애매한 장르를 차용한 영화는 하드보일드와 휴먼드라마를 넘나들며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들을 건드렸지만, 결국 관객에게 무엇을 전하려고 했는지 뚜렷한 주제가 부각되지 않은 채 끝을 맺는다. 김명민, 엄기준 등 주조연들의 연기는 뛰어났지만, 절절한 부성애가 느껴지며 감정이입되기보다 ‘이제야 범인이 잡혔구나’라는 안도감이 더 깊게 다가온다.
▲클래식 음악 매니아인 유괴범 최병철은 단지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얻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반사회적 사이코패스다. |
영화 속 기독교에 대한 평가 역시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목사를 그만두고 의료사업에 뛰어든 주영수에게 한 친구는 “목사는 왜 그만둬서 이 고생이야. 목사가 얼마나 좋아. 일요일이면 차곡차곡 돈 들어오지. 세금 안 내서 좋지”라며 기독교 목사직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친다. 음악애호가 살인사건이 주영수의 짓이라 확신한 경찰은 “전직 목사였던 사람이 살인이나 저지르고, 이러니까 우리 크리스천들이 욕을 먹지”라는 대사를 건넨다. 유괴된 딸이 돌아오기를 ‘죽어라’ 기도만 했던 주영수의 아내는 어리석고 현실을 모르는 사람으로 치부된다.
이 영화를 기독교 교리에 정면도전하거나 신성을 모독하는 ‘반기독교 영화’라 할 수는 없겠지만, 반기독교적 정서가 넘쳐나는 요즘, 기독교영화제서 수상한 감독조차 기독교를 너무나 가볍게 터치하고 있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7월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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