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합감리교(UMC) 신학교인 클레어몬트신학교(Claremont School of Theology)가 최근 유대교, 이슬람과에 문을 개방한 데 따라 현지 교계와 신학계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서부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클레어몬트신학교는 1885년 연합감리교 신학교로 개교했으며, 현재 소재한 캘리포니아 주 클레어몬트로 이주한 1957년부터 에큐메니칼 비전을 채택하고 감리교인만이 아닌 침례교, 장로교 등 다양한 교단 출신의 학생들도 수용하고 자유주의 노선의 신학 교육을 지향해 왔다.

2006년부터는 이에서 더 나아가 종교 간 대화와 협력 증진이라는 새로운 비전에 맞춘 ‘유니버시티 프로젝트(University Project)’를 추진해 온 클레어몬트신학교는, 최근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유대교아카데미(Academy for Jewish Religion), 남캘리포니아이슬람센터(Islamic Center of Southern California)와 컨소시엄을 체결하고, 학생은 물론 교수진 교류를 협의했다고 지난 9일 현지에서의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이를 통해 이번 가을학기부터 운영될 전망인 성직자 훈련 프로그램은 이들 3개 교육 기관의 대학원 과정 학생들이 동시에 이수하는 과목으로, 각 교육 기관에서 선발한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 신학자가 공동으로 강의를 맡을 예정이다. 제리 캠벨 클레어몬트신학교 학장은 “(프로그램이) 각자의 종교적 전통 안에 머무르면서도, 자신과 종교가 다른 이들과 대화하고 이 세계의 현안들을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캠벨 학장은 또 “세계는 변화하고 있고 클레어몬트신학교 역시 변화하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전례가 없다시피 한 타 종교 교육 기관과의 컨소시엄 체결이 “날마다 증가하는 종교 간 협력의 필요성에 따른”것이라고 밝혔다. 캠벨 학장은 현재는 유대교, 이슬람에 한정된 타 종교와의 교육 협력을 향후 힌두교, 불교에까지 확대할 계획임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클레어몬트신학교의 이번 결정은 타 종교에 대한 지나친 개방성이 아니냐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외부로부터 일으키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캠벨 학장은 이 프로젝트가 2006년 시작될 때부터 일부 교직원들의 반대가 있어 왔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특히 기독교 신학교로서의 정체성에 우려를 표현하는 교직원들도 있었다고 그는 밝혔다. 학교측의 최종 결정에 대한 동의를 구하면서, 캠벨 학장은 “우리는 누군가 감리교인으로서 이 학교에 입학했다면, 더 나은 감리교인이 되어 졸업하기 원하는 것이지 그의 종교를 바꾸거나 어떤 혼합된 방식의 종교를 만드려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교측의 결정은 연합감리교측과도 완전한 동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현재 교단측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교단 내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학교에 대한 수백만 달러 규모의 연간 재정 후원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복음주의와 보수주의 교계 역시 클레어몬트신학교에 우려 섞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남침례교신학교(Southern Baptist Theological) R. 앨버트 몰러 Jr. 학장은 “이는 기독교 신앙에 대한 포기에 가깝다”며 “복음주의나 정통 기독교의 이해로는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기독교 목회자로서, 신학교 학장으로서 하는 일이 아니며,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기독교 보수주의 단체인 종교와민주주의연구소(Institute on Religion and Democracy)의 마크 툴리 소장 역시 “다종교 사회와 환경은 기독교인이 지난 2천 년간 경험해 온 것으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며 “복음에 신실하고 헌신되길 원한다면 이같은 환경을 도전으로 받아들여야지 이를 수용하거나 이에 굴복하려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