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낙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올바른 성 인식과 가치관이 필요하다는 데 견해를 함께 하고, 신학적으로 비교적 다루어지지 않았던 ‘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기로 했다.

전미복음주의협의회(NAE)는 최근 낙태율 감소를 위한 협의회를 단체 내에 창설하고, 교회가 성에 관한 토론과 연구를 활성화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작년 낙태 반대 결의안을 채택한 NAE는 이미 친생명(pro-life) 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낙태 허용 법안 저지를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낙태는 성과 관련되어 발생하는 일이고, 따라서 근본적인 낙태 방지를 위해서는 반드시 성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다. NAE 대정부 담당 디렉터인 갤런 캐리 목사는 “성에 대한 바른 이해와 존중은 생명에 대한 바른 이해와 존중으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따라서 성경에 기반한 바람직한 성 인식과 가치관을 정립하고 보급하는 일에 활동을 집중할 전망이며, 먼저는 소속 복음주의 교회들에서 성 문제에 보다 관심을 가지도록 주력하고 있다. 복음주의 교인들 가운데서도, 특히나 젊은층 사이에서는 혼외 성관계가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고, 이에 따라 복음주의 교인들 역시 낙태 시술의 소비자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캐리 목사는 “복음주의 커뮤니티 안에서도 많은 미혼 교인들이 성 문제로 혼란을 겪고 있지만 교회가 이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NAE 소속 목회자 90%가 낙태에 반대하지만, 성 문제에 있어 교회가 적절하고 충분한 가르침을 제공하고 있다고 답한 목회자는 30% 미만이었다.

이에 협의회는 현재 40개 회원 교단들을 대상으로 ‘성의 신학(Theology of Sex)’이라는 소책자를 교부하고, 이를 교회 안에서 성경적 성에 대한 설교나 대화에 활용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총 24쪽의 이 책은 성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선한 것이라는 전제 하에, 성이 존재하는 이유를 ‘결혼한 부부의 하나됨’, ‘배우자에 대한 사랑의 표현’, ‘부부가 함께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생명의 창조’의 4가지로 꼽았다.

책은 “하나님께서는 남편과 아내의 육체적인 하나됨이라는 가장 친밀하고, 사랑으로 충만한 연합을 통해서 새로운 생명이 이 땅에 있게 하셨다”고 밝히고, 따라서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와의 성적 결합은 생명의 창조에 관한 행위에 생명을 창조하려는 의도 없이 임하는 것이며, 이는 성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 된다”고 오늘날 낙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혼외 성관계의 위험을 성경적 기반에서 지적하고 있다.

낙태와 관련해서는, 성폭행 등으로 인한 원치 않은 임신이나 산모나 태아의 건강상의 이유로 낙태가 필요로 되는 경우에도 모든 생명은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지어진 존재”로서 존엄성을 지니기에 태아의 보호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NAE는 협의회 활동을 통해 낙태 관련 법안에 있어서 서로 반대되는 견해를 가진 단체들도 낙태 자체에 대해서는 공동의 인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아 때부터 다운증후군을 앓아 온 아들을 두고 있는 캐리 목사는 많은 미국의 장애인 보호 단체들이 낙태 불법화를 반대하지만, 장애인 부모들이 낙태보다는 출산을 선택하기를 권장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이처럼 법적인 견해가 비록 다르더라도 미국의 많은 단체들과 낙태율 감소를 위해서는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