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10여 명이 남아 명맥을 유지해 온 미국 교회에 한국인 1.5세 목회자가 청빙 돼 2년 만에 다민족 교회로 거듭난 교회가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인 시애틀 열린문 교회(담임 조범철 목사, 41)는 60년 전통을 가진 교회로 개척초기 많은 성장을 이뤘지만 교인들의 이동이 가속화 되면서 30년 전 부터는 10여 명 만이 남아 교회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 목사 부임 이후 교회는 다민족이 살고 있는 지역 특성에 맞춰 교회의 문을 열었고, 담임 목사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영어, 한어, 네팔, 사모아 회중이 연합해 유기적으로 교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

▲교회의 역할은 예수님께서 행하신 일들을 따라 행하고, 보이신 사랑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하는 조범철 목사ⓒBrain Kim 기자

변화를 향한 시도, 성령이 이끄시는 예배, 끊이지 않는 예배

교회가 변화의 물결을 타기 시작한 것은 조 목사를 청빙하면서 부터다. 전통적인 미국 교회에서 30대 후반의 젊은 한국인 목사를 청빙한 것부터 파격적인 일이었다. 조 목사는 부임 직후 교회가 너무 썰렁(?)했다며 먼저 예배의 부흥을 선포했다.

"주중에는 교회 문을 굳게 잠궈 놓고 주일에만 잠깐 문을 열어 예배를 드렸고, 이후 교회 문은 다시 굳게 닫히게 되더라구요."

조 목사는 교인들에게 교회는 살아 움직이는 곳이 돼야 한다는 비전을 선포하고 예배 신설 및 분위기 혁신에 나섰다. 설교자와 성도들 사이를 막았던 큰 강대상과 성찬상을 없애고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를 밝은 조명으로 대신했다. 마이크 없이 설교하던 것에서 설교의 확실한 전달을 위해 스피커도 설치했다. 이런 노력은 외부 환경을 바꾼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이유는 교인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한 마음으로 예배드리기 위한 변화의 시도였다.

교회는'예배는 순서에 사로잡힌 예배, 형식에 맞춰진 교회가 아니라 성령님께서 이끄시는 예배와 교회가 돼야 한다'는 비전에 따라 점차 변화됐다. 외부적으로 빠르게 나타난 결과만을 볼 때 조 목사가 강권적인 요구를 한 것 같지만 조 목사는 매우 섬세하게 변화를 진행했다. 교인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무리하지 않고 하나님의 역사를 기도했다.

조 목사는 목회자에게 반대하는 교인을 더욱 사랑하고 몸이 아닌 성도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목회를 추구했다. 초교파 사역을 위해 교회 이름을 바이블 뱁티스트 처치에서 시애틀 열린문 교회로 바꾸는데만 1년이 넘게 걸렸을 정도로 세심하게 교인들의 동의를 이끌어 냈다.

현재 교회는 각 사역 및 권역별 주일 예배만 6번 있고, 새벽예배를 비롯해 수, 목, 금, 토요일에는 각 나라별 예배가 진행된다. 주중에는 성경공부까지 있어 교회는 날마다 성도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조범철 목사는 지역을 시작으로 워싱턴주를 변화시키고 미주와 전 세계에 영향력을 넓혀가고 싶다고 말한다.ⓒBrian Kim 기자
눈에 띄는 것이 주일 오전 6시 30분 예배와 오후 3시 30분 예배다. 기자는 이 두 예배를 신설한 이유를 들으며 조 목사의 목회철학을 읽을 수 있었다. 오전 6시 30분 예배는 한 가정이 예배를 드리고 싶은데 주일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드리지 못하게 됐다. 조 목사는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는 이민자에게 직업을 포기하라고 할 수 없었고 주일예배를 지나치라는 이야기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오전 6시 30분 예배. 지금은 한 가정만이 아니라 미국과 한국 여러 가정이 함께 드리는 예배가 됐다.

오후 3시 30분 예배는 노숙자들에게 포커스를 맞춘 예배다. 주일예배를 마친 성도들이 2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노숙자들을 전도해 오면 그들과 함께 드리는 예배다.

비록 단 한 가정을 위한 예배이고, 남들에게 외면하는 당하는 노숙자들이지만 목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조 목사의 말 속에서 한 영혼을 천하보다 소중히 여기셨던 예수님의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

교회가 해야 할 일= 예수님의 사역 돌아봐야

조 목사는 교회의 역할에 대해서 '예수님의 사역을 하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말한다.

"교회는 예수님께서 행하신 것처럼 병든 자와 가난한자를 돌보는 것이지요. 영육간에 목마른 자에게 쉼을 얻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고 예수님으로 부터 오는 영생을 깨닫게 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 아닐까요?"

교회 재정을 생각하면 소수 민족이나 노숙자들에게 초점을 맞을 수 없다. 그러나 "돈은 사람에게는 큰 것일지 모르지만 하나님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것이 믿음,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순종하는 것이 믿음"이라는 조목사의 말 속에서 기자는 희망과 사랑이라는 두 단어를 발견하게 된다.

회복과 변화의 집 'Recovery House'

교회는 회복사역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회복사역은 술과 마약, 성에 중독 돼 인생의 실패를 거듭하며 노숙의 길을 선택한 이들을 위해 숙식을 제공하고 정상적인 삶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Recovery house에는 현재 7명이 숙식을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 새벽예배와 정기 예배에 참석해야하고 성경공부, 자원 봉사도 해야 한다.

이들 가운데 1년가량 예배 하고 상담 받는 가운데 치유가 일어나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와 교회를 섬기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젠 그들이 예전에 그와 같은 상황에 처했던 이들을 돕고 있다. 교회는 잃은 양을 찾듯 소외된 이들을 돌보고, 아픔당하고 있는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 주님의 제자로 거듭나게 하는 것, 그리고 그들이 훈련받아 다른 사람을 세우는 일을 기대하고 있다.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미국 사람들에게 은혜 갚을 때


다민족을 향한 개방적인 선교와 변화를 향한 노력으로 교회는 2년 만에 250여명이 출석하는 교회가 됐고, 힌두교인 17명이 세례를 받기도 했다.

"모든 민족으로 제자를 삼으라고 하셨는데 우리는 그것을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바라시는 교회의 모델이 되어 모든 민족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한 마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조 목사는 이제 한국 사람들만을 위한 목회가 아니라 미국 사람들을 위한 목회를 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한다. 미국 사람들에게 은혜 갚을 때가 됐고 잠자는 미국 교회를 깨울 때가 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초 작업을 했고 뷰리엔 지역을 시작으로 워싱턴주를 변화시키고 미주와 전 세계에 영향력을 넓혀가고 싶다"는 조 목사의 말 속에서 앞으로의 교회의 거보(巨步)가 기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