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강효성은 내내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지난 30년간 땀흘려 수고하며 연기했던 무대인생의 회한(悔恨)이 떠올라서일까. 혹은 그간의 성취를 자축하는 기쁨의 눈물일까.

1대 마리아 강효성이 올 봄 공연을 끝으로 뮤지컬 <마리아마리아> 무대를 떠난다.

<마리아마리아>는 성경을 모티브로 예수를 유혹해 밑바닥 인생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창녀 마리아와 그를 구원하고자 하는 예수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음악과 스토리로 재창조한 작품.

배우 윤복희의 뒤를 잇는 뮤지컬 1세대로 올해 뮤지컬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강효성은 2003년 초연 이후 7년간 한해도 쉬지 않고 <마리아마리아> 무대에 올랐다.

그간 소냐, 김선영, 이소정, 차지연 등 11명의 여배우가 무대에 올랐지만 많은 관객들은 ‘마리아’ 하면 강효성을 먼저 떠올리며 해마다 그녀의 무대를 기다렸다. 강효성 또한 <마리아마리아>를 중심으로 다른 스케줄을 정할 정도로 애착을 갖고 무대에 섰을 정도.

강효성은 “배우생활을 하며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느껴져 유학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유학을 떠나기 전, 정리해야 할 가장 큰 숙제인 <마리아마리아>가 떠올랐다”고 고별무대를 가지는 소감을 말했다.

2003년 초연 당시 <마리아마리아>는 작고 초라한 140석의 소극장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입소문만으로 객석은 연일 매진이었고, 6개월간의 소극장 공연 기간 동안 3만명이 넘는 관객이 다녀갔다. 그 흥행돌풍의 중심에 배우 강효성이 있었다.

여자로서 가장 밑바닥 인생인 ‘창녀’를 표현하기 위해 자기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끄집어내야 하는 녹록지 않은 역할이었음에도, 강효성은 관객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소름끼치는 연기로 ‘마리아 그 자체’라는 찬사를 들으며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마리아마리아>는 배우 강효성에게도 특별한 작품이다. 그녀는 “<마리아… >를 만나기 전에는 표정이 어둡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공연을 하면서 성격도 많이 밝아지고 제 자신이 ‘치유’된 것 같다”고 했다.

<마리아마리아>를 공연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도 치유받았다. 공연을 보면서 자신의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사람, 공연을 본 후 예수가 궁금해져 성경책을 구입했다는 사람, 자살하려고 계획했지만 공연을 보고 다시 살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사람 등등…….

강효성은 “이 공연을 주님이 역사하시고 바라셨구나”라고 생각했다면서 “한 사람의 영혼과 미래에 영향을 주고 삶을 밝고 희망차게 바꾸고, 소망을 주는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다. 하나님께서 나를 마리아로 지목하시고 선택해주신 큰 축복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번도 자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 아버지와의 관계가 회복되면서 진정한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강효성은 “아마도 사람들이 <마리아마리아> 공연을 보면서 진정성 있는 사랑을 느끼고, 그 안에서 ‘치유’가 일어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별무대를 앞둔 강효성은 마치 ‘첫 무대에 서는 느낌’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하고, 춤을 추는 모든 과정에서 배울 것이 아직 많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강효성의 <마리아마리아>’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이전 공연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달라진다. 대극장을 벗어나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좁혀 그 때의 감동과 전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 펼쳐져 있던 사건을 압축하고, 마리아와 주변 인물들을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표현해 좀 더 진한 감동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80대에 은퇴하는 무대를 갖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강효성은 “인생에 있어 가장 큰 버팀목은 남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삶이다. 앞으로도 주님께서 큰 뜻을 갖고 사용하시도록 순종하고 싶다”고 밝혔다.

배우 강효성, 그녀가 흘린 눈물은 그리스도의 핏빛 사랑을 가슴 깊이 느낀 자가 흘리는 감동의 눈물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