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일었던 ‘법정 스님 신드롬’은 그가 쓴 책 ‘무소유’에 힘입은 바 크다. 그는 생전 30여 권의 책을 지어 ‘속세의 중생’들과 소통했다. 특히 그가 책을 펴내 받은 인세(印稅) 수십억 원을 모두 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이후 ‘인세’라는 단어에 관심이 쏠리면서 일반 출판 시장에선 200~300만 원에서부터 수백억대까지의 인세가 오간다는 보도도 있었다. 과연 기독교 출판 시장에서 인세는 어떻게 매겨지는지, 기독교 작가 특히 목회자들에게 있어 ‘책을 낸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를 알아봤다.

책, 설교와 같은 또 하나의 목회도구

얼마전 국회조찬기도회에서 김남준 목사는 열린교회 담임목사가 아닌 베스트셀러 작가로 소개되면서 설교 강단에 올랐다. 그럴만도 한 게 김 목사는 ‘게으름’(생명의말씀사), ‘존 오웬의 신학’(부흥과개혁사), ‘자기 깨어짐’(생명의말씀사) 등 100여 권 이상의 책을 집필한 기독교 베스트셀러 작가다. 목회자 이전에 작가로 먼저 알려진 케이스다.

김 목사만이 아니다. ‘백악관을 기도실로 만든 대통령, 링컨’과 ‘성경이 만든 사람 백화점 왕 워너메이커’(이상 생명의말씀사)의 저자 전광 목사도 목회자가 아닌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그의 책들은 출판된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각종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있다.

이 밖에도 전병욱, 옥한흠, 강준민, 이재철, 이동원 목사 등이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교인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들은 각자 교회를 담임하는 목회자로 설교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책이라는 또 하나의 중요한 매개체를 통해 그들의 신학적 견해와 목회비전, 성경 해석 등을 교인들에게 전달한다.

이처럼 기독교 출판 시장은 목회자들을 비롯한 기독교 작가들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목회의 장’이며, 교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대표적 창구로 점차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교인들 역시 그들의 신앙을 다지고 종교적 물음에 답을 얻기 위해 서점에서 책을 집어든다.

타 종교에 비해 기독교 출판이 활발하다는 건 통계자료에서도 드러난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간한 ‘2009 전국간행물종별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간된 종교신간은 총 2,177권이었고 이 중 기독교(개신교) 신간이 1,849권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체 신간 중 종교신간이 차지한 비율은 5.16%였다.

인세, 현금 대신 책으로 받는 경우 많아
1만권 팔면 본전이지만 2천권도 어려워


그렇다면 인세는 어떻게 매겨질까. 인세는 출판사나 발행자가 책 판매 부수에 따라 저자나 저작권자에게 지급하는 돈이다. 일반 출판 시장의 경우 대개 판매된 책값 대비 10% 선에서 정해지지만 여러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내용을 보충한 대필작가가 따로 있거나 일러스트레이터·사진 등을 따로 비용을 들여 작업했다면 저자에게 돌아가는 인세는 6%까지 낮아지기도 한다. 기독교 출판 시장 역시 비슷한 상황이긴 해도 일반 출판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아 인세는 더 낮게 책정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모든 작가들에게 이 인세가 지급되는 건 아니다. 소위 ‘현금’ 인세는 일부 베스트셀러 작가들에게 국한된 이야기일 뿐 대부분의 작가들은 인세를 현금 대신 출판한 책으로 받는다. 물론 일반 출판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기독교 출판에 있어 그 비중이 더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왜 현금이 아닌 책을 인세로 받을까. 한국기독교출판협회(이하 기출협) 최승진 사무국장은 “웬만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고선 출판사가 책 판매로 이윤을 남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한 마디로 책이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내 기독교 출판 시장의 속을 들여다 보면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인 베스트셀러 작가와 다수의 무명 작가로 나뉜다.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규장과 생명의말씀사, 두란노 등 일명 ‘빅3’ 출판사와 계약을 맺는데, 출판 과정에서의 제작비를 출판사가 부담하고 이후 책 판매에 따라 일정 부분의 인세를 작가가 가져가는 ‘정상적인’ 출판 계약을 맺는다. 반면 무명 작가들은 빅3 출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출판사들과 계약을 맺게 되는데, 출판사 입장에선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고 출판을 감행할 수밖에 없다. 무명 작가들의 책이 어느 정도 팔릴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독교 출판 시장 관계자들은 베스트셀러의 기준을 보통 1만권 내외 판매로 보고 있다. 책값을 1만원이라고 했을 때 1만권을 모두 팔면 1억원의 수익이 생긴다. 이 중 인건비를 포함한 제작비가 30~40%를 차지하고 기타비용과 작가에게 지불하는 인세를 제외하면 실제 출판사가 갖는 순이익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 정도는 팔아야 손해가 나지 않기 때문에 1만권을 베스트셀러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이에 비해 무명 작가들의 책은 최저 5백부에서 2천부 내외로 초판이 인쇄되는데, 이것조차 모두 팔리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무명 작가들이 스스로 출판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출판사는 유통과 어느 정도의 홍보만을 책임지면 되기 때문에 위험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출판이 이뤄지면 작가는 출판사로부터 자신이 부담한 비용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책을 받고, 이후 남은 책이 팔리는 정도에 따라 인세를 지급받는다. 그러나 남은 책이 팔려도 그 판매 부수가 많지 않으면, 수익이 유통 과정에서의 인건비와 홍보비, 서점에 지불하는 비용 등으로 전부 빠져나가 작가에게 지불할 인세는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애초에 남은 책 판매에서 나올 인세를 미리 예상해 이것까지 책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질까. 작은 규모의 출판 시장, 몇몇 대형출판사의 작가 독점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소비자들이 일부 베스트셀러 작가들에게 집중되는 경향도 한 몫을 한다는 지적이다. 한 기독교 출판사 관계자는 “일반 출판에 비해 규모가 작은 기독교 출판 시장에서 일부 베스트셀러 작가들에게 관심이 몰리는 이른바 ‘쏠림현상’이 심하다”며 “매년 약 2천권의 신간이 출판되지만 이 중 꾸준히 판매되며 6개월 이상 시장에 남아있는 책은 약 백권 미만이다. 물론 살아남은 책들 대부분이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것”이라고 했다.

▲ 목회자들이 자비량으로 책을 출판하고 인세 또한 제대로 지급 받지 못한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소비자들이 일부 베스트셀러 작가들에게 집중되는 경향도 한 몫을 한다는 지적이다. ⓒ 김진영 기자

수익 없어도 선교적 목적에서 출판
“출판 쉽게 생각지 말고 역량 키워야”
스스로 돈을 들여 책을 내야 하고 판매에 따른 인세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출판을 하려는 목회자가 있을까. 기출협 최 국장은 “100명이 책을 내고 싶어해도 출판사가 계약을 맺는 경우는 한두 건에 불과하다”고 했다. 경쟁율로 치면 100대 1 정도 되는 셈이다. 책을 내고 싶어도 다 낼 수 없을만큼 목회자들은 책을 쓰고 싶어 하고 또 출판하고 싶어한다.

최 국장은 “목회자들이 자신의 설교나 강해, 묵상 등을 책으로 엮어 출판하는 것을 일종의 사명으로 여기는 것 같다”며 “성경을 묵상하고 난 후의 깨달음이나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한다. 선교에 목적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했다. 서울 아현교회 부목사인 최도훈 목사도 “주변 목회자들을 보면 대개 선교를 목적으로 책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밖에 단순히 자신의 책을 소장하고 싶어 책을 내는 경우도 있다. 도서출판 진흥의 박경진 대표는 “특히 설교집 같은 경우 상당수 목회자들이 그것을 자기 목회의 상징처럼 여기기도 한다”며 “오랜 기간 설교한 것을 책으로 내고 싶어하는 마음은 목회자라면 아마 누구나 동일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목회자들이 출판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데 있다고 최 국장은 지적했다. 그는 “출판사들과 소비자들이 일부 베스트셀러 작가들을 선호하는 것은 시장의 구조적 결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 원인은 작가들의 수준에 있다”며 “신인 작가들도 그렇지만 출판 경험이 있는 중견 작가들 중에서도 글을 매끄럽게 쓰지 못해 내용 전달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또 “흔히들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중·대형교회 담임목사인 점을 들어 그들이 책 내용에 관계없이 ‘교회 성도’라는 독자를 이미 확보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물론 일정 부분 맞는 말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며 “기본적으로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글이 좋기 때문이다. 전병욱 목사는 대형교회 담임목사가 되기 이전부터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중요한 건 참신한 소재를 매끄러운 문장과 깊이 있는 내용으로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