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워싱턴 지역 교회 분쟁과 관련한 말들이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또한 분쟁 내용이 일간지 1면을 장식하며 세간의 비웃음을 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취재를 위해 지역 교회 목회자들이나 성도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교회의 수습과 화해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 내 분쟁에 관해서 어떤 이는 목회자가 너무 자기만의 교회를 세우려 한다고 말하고, 또 다른 이는 교회 중직자들이 화합과 일치보다는 분열에 익숙해져 교회의 주인 됨을 자처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일련의 일들을 바라보며 교회의 다툼은 누구의 잘못이나 옳고 그름을 떠나 한인 이민교회의 총체적인 미성숙함이 원인이 아닌가 싶다.

교회 안에서 서로 잘못을 지적한 것들이 교회 밖으로 나오면 그것은 한 교회의 문제가 아닌 개신교의 문제로 부각 된다. 한 교회의 문제는 성급한 일반화를 거치며 모든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비쳐지며 더 나아가 기독교의 근본을 뒤흔들려는 사람도 나타난다.

교회 내 미성년자 성관계, 목회자의 부도덕, 성도들의 알력다툼 등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들을 바라보면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의 눈에는 교회가 각각의 교회가 아니다. 사람들은 문제된 교회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교회에서 일어났던 일이라는 것만을 기억한다. 한 교회가 잘한 일이 있으면 개신교가 행한 일이고, 어떤 교회의 문제가 있다면 모든 교회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최근들어 교회의 연합과 일치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세상은 벌써 교회를 공동체로 인식하며 하나로 보고 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전 다툼을 일으켰다. 주의 나라에서 주님의 좌, 우편에 앉고 싶어서였다. 나를 주장하며 내가 높은 자리에 서고자 원했던 것이다. 그 때 주님께서 하셨던 말씀은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 종이 되어야 하리라(마20:26)였다. 섬기는 자가 주인이라는 천국의 복음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아는 만큼 실천이 따르지 않는 것 같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지금 사순절 기간을 보내며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고 있다. 그 옛날 제자들과 같이 예수님의 십자가 앞에 서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언제나 해야 할 것, 그리고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우리 주님께서 제자들의 더러워진 발 앞에 무릎을 꿇으시고 손수 씻기신 그 모습을 기억하고 본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회의 아픔과 고통이 있다고 슬퍼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예수님께서 세상 모든 정사를 치리하시고 감찰하시며 사망과 죽음의 권세를 깨뜨리고 우리를 새롭게 하시기 때문이다.

남은 사순절 기간 우리의 부족한 모습을 십자가에 비쳐보고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을 묵상하면 좋겠다. 그리고 교회의 아픔을 바라보며 함께 기도하고 다른 교회의 문제가 아닌 우리교회의 문제,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겸허히 기도하면 좋겠다.

부흥의 운동은 말씀과 회개를 통해 비롯됐다. 사순절 기간 회개의 깊은 기도가 우리 속에서 일어나길 기대한다. 서로 싸우고 십자가 앞에서 예수님을 부인했지만 나중에는 부활의 증인이 됐던 사도들과 같이 우리 또한 예수님의 십자가를 경험하고 부활의 증인, 더 나아가 사도로 거듭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