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필자가 사역하고 있는 영국의 기독교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영국은 유럽의 대표적인 개신교 국가로, 영국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유럽 기독교의 진단과 한국교회의 역할을 모색해 보는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영국 교인수의 감소

1998년 12월 14일 짐바브웨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에서 당시 조지 캐리 캔터베리 대주교는 “우리 (영국)교회가 피 흘리며 죽어가고 있다(The Church is bleeding to death)”며 기도와 도움을 요청했다. 이 애절한 한마디가 오늘의 영국 기독교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다. 세계선교를 주도하던 영국의 국교인 성공회 최고 지도자로서 이런 발언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발언을 한 지 십 년이 지났는데도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0년 고난주일에 더 인디펜던트 신문에 소개된 ‘(영국)교회, 40년 내 사라진다(The Church will be Dead in 40 Years)’는 충격적인 연구보고가 현실화 될까 봐 걱정이다.

2001년 영국 인구조사에 의하면 72%가 기독교인이라고 하면서 동시에 66%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고 대답하였다. 그 후의 조사에서는 1979년과 2005년 사이 영국교인의 절반이 주일 교회 출석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과 2005년 사이에만도 50만명이 교회를 떠났다. 데일리 텔레그라프 신문의 조나단 피터 기자에 의하면 ‘매주 1천명의 새 교인이 생기지만 동시에 2천5백명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매일 215명씩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지난 1980년부터 1998년 사이에 150만명의 기독교인이 사망하고, 또 150만명은 교회를 떠나 교세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국교인 성공회의 경우 1960년과 1985년 사이에 교세가 절반으로 줄었고, 그 후 1990년과 2001년 사이에도 18%나 줄었다.

2008년 5월 8일 더 타임즈 신문은 급격한 기독교인의 감소가 교회를 재정적으로 지탱하기 어렵게 하므로 교회가 문을 닫는 일은 계속 될 것이며 한 세대가 지나면 교회보다 모스크에서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자선단체인 티어펀드(Tear Fund)가 2006년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영국 성인 중 일년에 한 번도 교회에 가지 않는 사람이 59%, 일년에 한 번 가는 사람이 26%, 한 달에 한 번 가는 사람은 15%, 매주 가는 사람은 10%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교회들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출석인원을 보면 1979년 12%에서 1989년 10%, 1999년 7.5%, 2006년 6.3%로, 거의 십 년마다 2%정도 감소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09년에는 출석인원을 5%정도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거의 매주 출석하는 사람은 2% 미만으로 보는 영국인 교수도 있다. 그 결과 1980년에서 2009년까지 30년 동안 9천개 교회가 문을 닫았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도 매주 평균 4개 교회가 문을 닫고 있어 매년 220개의 영국 교회들이 폐쇄되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새롭게 개척되는 교회도 있고, 성장하는 교단도 있다. 1989년과 2005년 사이 오순절교단은 22%의 성장을 이뤘다. 같은 기간에 천주교가 49%, 감리교가 44%, 성공회가 31%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이다. 영국 출석교인의 12%를 차지하는 소수민족 교회들도 이민과 전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나마 영국 전체 교인수가 더 줄어들지 않은 것은 오순절교단과 소수민족 교회들 때문이다.

영국 성직자의 감소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영국에서 교회수와 교인수와 함께 감소하는 것이 성직자수이다. 1975년 15,911명이던 성공회 성직자는 1992년 13,920명으로 줄었고, 그 후 2001년까지 17%가 더 감소하다가 2009년에는 8천4백명에 이르게 되었다. 2009년 11월 더 타임즈가 입수한 성공회 내부 문건은 향후 5년 안에 10%, 2013년까지는 약 25%의 성직자가 줄어 7,700명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00년 이래 22.5%의 성직자가 감소했다는 말이다. 향후 5년 간 20%는 은퇴하게 된다. 이런 추세가 50년 간 계속된다면 사례 받는 전임 사역자가 한 명도 남지 않게 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재정상황이다. 성공회는 2002년 한 해에만 헌금수입의 70%를 연금으로 지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목회자를 줄여가지 않을 수 없고, 신임 목회자를 양성한다는 것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영국교회 차세대의 부재

교인수의 감소와 함께 심각한 것은 고령화 현상이다. 영국교인의 29%가 65세 이상이다. 특히 감리교와 개혁주의 교회에서는 고령화 비율이 38%로 훨씬 더 높다. 교인 감소의 29%는 20~29세 연령층에서 나타난다. 2006년 영국 콘월의 십대 4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22%는 신의 존재를 믿는다고 대답했고 49%는 믿지 않는다고 했다. 다음해 대영도서관이 의뢰한 모리 여론조사에서도 절반의 십대들이 무신론자인 것으로 나왔다. 뿐만 이니라 유아세례까지 줄어들고 있다. 지난 15년 간 유아세례를 받는 아이들은 17%로 줄었고, 대도시에서는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1930년대의 70%, 1980년대의 30%에 비하면 급격한 감소추세다.

1989년에는 15세 미만 아이들 중 14%가 교회에 출석했으나 1998년에는 8%로 감소했다. 15세 미만의 연령층에서 교회출석 감소의 속도가 가장 빠르다. 잉글랜드에서는 매주 1천 명의 어린이가 교회를 떠나고 있다. 1980년대 교회를 떠난 사람의 67%는 20세 미만이었고, 1990년대에서는 55%를 차지했다. 40%의 영국교회에 주일학교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다음세대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으니 장래가 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각 교회마다 아이들을 전도하여 신앙을 심어주는 것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계속)

(이 글에서 말하는 유럽은 주로 서유럽을, 기독교는 개신교와 천주교를 포함한 것을 말한다.)

최종상 선교사(철학박사, 로마서 전공)는 런던 근교에서 영국인 교회인 이스트버리교회를 개척해 담임목사(1997~2004)를 지냈으며 런던신학대학 객원교수를 역임, 현 동 대학 연구교수(1995~현재)로 재직 중이다. 오엠(OM)선교회 선교사로 로고스호(1979~1984), 둘로스호(1987~1988)에 승선하여 세계 90여개국에서 순회사역을 하고 이후 둘로스 선교선 단장(2004~2009)으로 활약했다. 저서로 ‘Paul as Apostle to the Gentiles’(Paternoster Biblical Monographs, 1997)와 그 번역본 ‘이방인의 사도가 쓴 로마서’(아가페, 2003), 신앙간증을 담은 ‘기도로 움직이는 배 둘로스’(홍성사, 2007)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