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슬람의 명예살인으로 목숨을 잃는 여성의 수가 5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AFP통신은 4일 발표된 나바네템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UNHCHR)의 성명을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명예살인(honor killing)’은 집안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을 살해하는 행위로,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파키스탄, 터키 등 거의 전 세계의 이슬람 국가들에서 오래 전부터 자행되어 온 악습 중 하나다. 특히 이 같은 명예살인은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것이 지배적이다.

나바네템 필레이 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전 세계 여성 3명 중 1명이 평생을 폭력이나 성폭행,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히고, 이 중 이슬람 국가들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명예살인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학대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라고 규정했다.

특히 이들 국가들에서 명예살인이 극히 가벼운 처벌에 그치거나, 아예 처벌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현실이 명예살인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국제법은 여성 차별을 금지해야 하는 국가의 분명한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래 전부터 이슬람 국가들에서는 순결이나 정조를 잃은 여성은 집안의 명예를 더럽힌 것으로 간주해, 아버지나 남편, 오빠나 남동생 등이 해당 여성을 살해하는 일이 종교적 관습처럼 행해지고 있다. 가족 안에서의 살인이 명예란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그 살해 방식이 화형, 교수형, 생매장, 신체 절단 등 지극히 잔인해 여성 학대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또한 실제로 부정을 저질렀는지의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단순히 의심만 갖고 여성을 살해하고, 성폭행을 당했거나, 집안이 정해 준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거나, 길을 가던 낯선 남성과 이야기를 했다거나 하는 이유만으로 억울하게 살해당하는 여성들의 경우도 빈번히 보고되고 있어 명예살인은 이슬람 내의 어두운 여성 인권 실태를 여실히 드러내 준다.

명예살인에 대한 실태 보고가 처음으로 이뤄진 것은 2000년 제네바 유엔인권위원회로, 이후 명예살인에 반대하는 운동이 국제 인권단체들에 의해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고, 일부 이슬람 국가들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이슬람 내에서는 명예살인이 묵인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 예로, 지난 2003년 요르단 정부는 명예살인을 저지른 범인에게 중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한 법률을 개정하고, 명예살인을 정당화하는 법 조항을 삭제했지만, 2009년까지도 이 나라에서는 매년 15~20명의 여성이 명예살인으로 희생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