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7일 이라크 총선을 앞두고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정치적 목적에서의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아랍계와 쿠르드계, 시아파와 수니파 이슬람이 대립하고 있는 복잡한 이라크 정치 구도 속에서 소수 집단인 기독교인이 정쟁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 북부 니네베 주 모술 시에서는 최근 기독교인에 대한 총격 테러가 연달아 발생해 이곳 기독교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현지 기준), 학교에 가다 납치됐던 기독교인 대학생이 당일 오후 온 몸이 총알 투성이인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이 있었다. 그 바로 전날에는 길을 가던 두 기독교인 대학생이 갑작스런 총격을 당해 이 가운데 한 명이 사망했다. 이보다 앞선 14일에는 한 기독교인이 집 밖에서 역시 피격으로 숨졌고, 식료품점을 운영하던 또다른 기독교인도 차량을 탄 채 가게를 급습한 괴한들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4일간 총 4명의 기독교인이 살해당한 것이다.

이라크 북부는 니네베 주를 비롯한 이 지역에서의 관할권 확장을 주장하는 쿠르드계와 이라크 민족인 아랍계 간의 분쟁이 빈번한 곳으로, 최근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의 급증은 이 지역 총선 결과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소수 집단 유권자들에 대한 위협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한 최근 알 카에다 등 수니파 이슬람주의자들이 시아파 이슬람이 주도하는 총선을 좌절시키기 위해 군사적 수단까지 도모하겠다고 밝히고 나서기도 해, 잇따른 기독교인 공격은 시아파 이슬람을 지지하는 소수 집단의 투표를 막기 위한 시도로도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언제 어디서 테러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현지 기독교인들의 공포감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한 기독교인 주민은 최근 잇따른 기독교인 피살 소식에 결국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문을 닫았다며, “우리를 향한 공격이 그칠 때까지 집에 숨어서 내 자신과 내 가족을 지키려고 한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전 개전과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이래 두번째로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서는 총 325석을 놓고 후보자들이 경쟁한다. 전체 2천3백만여 인구 가운데 유권자는 1천9백만 명. 그러나 2005년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인구의 3% 가량을 차지하는 기독교인 등 소수 집단은 자신들을 위해 할당된 의석은 없다시피 한 실정 가운데, 정치 세력 간 각축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이라크의 한 기독교 성직자는 AFP통신에 “우리는 지금으로서는 선거도, 우리를 대변할 정치인도, 우리의 권리도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다만 살아남고 싶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지금 상황에 대해, “악몽과도 같다”며 이라크 치안 당국이 기독교인들을 보호하는 데 충분한 노력을 보이고 있지 않다고도 말했다.

한편,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총선 선거 운동 시작과 함께 고조되고 있는 이라크 내 긴장이 기독교인을 비롯한 소수 집단을 위태로운 상황으로 몰아 넣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현지 인권 문제에 국제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현재 이라크 북부 지역에는 25만에서 30만 가량의 기독교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