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과 기근으로 고통 받고 있는 아프리카에서, 탄자니아(Tanzania) 낭가(Nanga) 마을은 색 다른 곳이다.

이곳은 가장 가까운 도시가 1백마일 밖에 있을 정도로 외떨어져 있고, 외부인들의 방문이 거의 없는 마을이다. 낭가 마을의 집 대부분은 진흙을 이겨 거칠게 지어져 있고, 집 주변에는 푸른색의 고구마 잎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곳은 아프리카의 다른 지역과 달리, 비가 제 때에 충분히 내리고 있었고 굶주림과 기근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낭가 마을에 푸른빛을 더해 준 고마운 비는 다른 면에서 참담한 비극을 만들고 있었다. 논에 파인 작은 물웅덩이, 물이 고여 있는 연못 그리고 길가에 버려진 알루미늄 캔, 이런 것들은 모기들이 부화되기에 알맞은 환경을 마련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부화된 모기들은 어린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흡혈귀가 되고 있다.

모기들은 주로 밤중에 집 안으로 들어와 잠자고 있는 사람의 피를 빨아 먹는다. 이 과정에서 모기들은 말라리아 기생충을 몸 안에 주입시킨다. 모기에 물린 후 약 30분이 지나면 말라리아 기생충은 내장 기관으로 번져, 곧 혈관에까지 침투하게 된다. 이쯤 되면 모기에 물린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죽음의 덫에 붙잡히게 되는 것이다.

말라리아의 증상은 주로 오한과 열, 두통, 그리고 관절염 등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아동들이 쉽게 걸리는 대뇌 말라리아(Cerebral Malaria)는 정신착란과 발작을 일으키고 혼수상태에 빠뜨리기도 한다. 한편, 임산부에게 말라리아의 피해는 더 심각하다. 무기력감과 피로를 느끼기도 하고 호흡곤란에 빠지기도 한다. 어떤 경우,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도 못하지만, 그 사이 말라리아균은 태반에까지 퍼져 저체중아를 낳거나 유산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편, 5세 이하의 유아들이 말라리아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게 되면, 사망률은 매우 높아진다. 현재, 매 40초 마다 한 아동이 지구상에서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고 있다.

낭가 마을에 살고 있는 41세의 쥴리 느웨(Juli Ndege)는 말라리아로 자녀를 잃고 슬퍼하는 수백만의 어머니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녀의 넷째 딸이 열이 났을 때, 그녀는 진통제를 아이에게 먹였다. 그러나 아이의 상태가 더 악화되어, 딸을 근처 보건소로 데리고 갔지만 보건소 직원은 빨리 병원으로 데리고 갈 것을 권유했고, 자전거를 빌려 병원으로 떠날 무렵, 딸은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다. 쥴리의 이야기는 말라리아가 아프리카에서 맹위를 떨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다. 외떨어진 마을, 모기가 부화하기에 알맞는 환경, 의료 시설 부족, 말라리아 증상에 대한 몰이해... 이와 같은 원인들이 합쳐져 사하라 사막 남부 지역에서 매년 1백만 명에 가까운 다섯 살 이하 어린이들이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고 있다.

가난과 미신 또한 말라리아 사망자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낭가 마을의 주민들은 대부분은 가난한 농부로서, 이들은 모기장이 부유층이나 사용할 수 있는 사치품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이들은 수건이나 옷 같은 것을 흔들어 모기를 쫓아내거나 향기 나는 나무로 집을 꾸며 모기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한편, 대뇌 말라리아에 걸린 아동들은 구신에 걸린 것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무당을 불러 굿을 해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병원으로 데리고 가지만, 그때는 이미 치료의 시기를 놓친 후의 일이다.

말라리아는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 온 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제 사회가 밀레니엄 개발 목표(Millennium Developement Goals)를 채택하고 질병 퇴치와 함께 지구촌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데 공동적인 관심을 가지면서 말라리아 박멸에 대해 희망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후 개발 목표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2002년 'AIDS,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글로벌 펀드'가 조성됐고, 2005년에는 미국 부시 대통령이 '말라리아 발의안'을 만들었다. 2008년, 부시 대통령과 의회는 '글로벌 AIDS, 결핵, 말라리아' 법안을 제정해 향후 5년 동안 50억 달러를 말라리아 프로그램에 사용하도록 하였다. 한편, 민간 차원에서 게이츠 재단(Gates Foundation)이 수 억 달러를 말라리아 백신 개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해 월드비전은 말라리아 퇴치를 최우선 사업으로 정하고, 지역 개발 사업장 내에서 말라리아 감염률을 75% 이하로 떨어뜨리고, 2015년까지 예방 가능한 아동 사망자가 없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말라리아 퇴치에 희망을 갖게 되는 이유는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말라리아 백신의 등장, 임산부 예방 조치, 살충제 실내 살포와 함께 장기간 살충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새로운 모기장(LLIN, long-lasting, insecticidal-treated bed nets) 개발이 이와 같은 희망을 갖도록 하는 원인이다.

모기장은 오래 전에 등장했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서 살충 능력이 향상된 모기장이 개발됐다. 초기의 살충 모기장은 모기장 표면에 처리된 살충 능력이 쉽게 사라져, 오랫동안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살충 처리 모기장은 모기와 접촉으로 인해 살충액이 없어진 곳에 일정한 비율로 살충액을 지속적으로 보내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그 성공이 달려 있었다. 2003년 월드비전의 협력 기관이자 세계 최대 살충 처리 모기장 생산업체인 Vestergaard Frandsen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한 PermaNet 1.0을 개발했고 더욱 향상된 성능을 보이는 모기장을 곧 발표할 계획이다. 살충 처리 모기장의 위력은 그것이 커뮤니티 전체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살충 처리 모기장의 사용으로 모기의 수가 점점 감소할 것이며, 이것은 궁극적으로 말라리아 확산 방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월드비전의 전염병 예방 담당자인 마크 마이어(Mark Maire) 박사는 살충 처리 모기장의 배급과 모기장의 올바른 사용을 홍보하는 것이 월드비전이 '글로벌 말라리아 액션 플랜(Global Malaria Action Plan)' 에서 담당하고 있는 몫이라고 말한다. 월드비전은 수 천 명에 달하는 커뮤니티 간호 봉사자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모기장의 보급과 설치 그리고 예방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또한 모기장이 제대로 설치되었는지 직접 가정을 방문해 확인하고 있다. 월드비전의 말라리아 퇴치 캠페인의 핵심에는 말라리아 피해 지역에 살충 처리 모기장을 집중적으로 분해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월드비전은 잠비아, 케냐, 말리 그리고 모잠비크에 간호 봉사자를 통해 3백만 방의 모기장 보급을 첫 번째 목표로 삼고 있다.

세 자녀를 둔 케냐의 어머니, 앤 멜라니(Ann Melanee)에게 간호 자원 봉사자들은 마치 하나님께서 보내신 천사와 같다. 그녀의 두 살 된 아들이 아팠을 때, 그녀는 어쩔 줄 몰랐고 두려웠다고 말한다. "아들이 너무 고통스러워했어요. 그러나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지요."가고 그 때를 회상하며 말한다.

월드비전의 자원 봉사자가 찾아와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갔고, 병원에서 앤은 말라리아 예방 접종을 받아 뱃속의 태아가 말라리아 감염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봉사자들이 집을 방문해 모기장을 설치해 주고, 집 주변에 있던 수풀과 빈 깡통 등을 치워 주기도 했다. 지금 앤은 넷째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다면, 저는 다음 달에 건강한 아이를 품에 안고 있을거에요."라고 말한다.

자원 봉사자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역을 펼치고 있는지에 대한 예는 잠비아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곳에서는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RAPIDS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약 1만 5천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50만 장의 모기장을 신속하게 분배했다. RAPIDS(Reaching HIV/ AIDS Affected People with Integrated Development and Support)는 월드비전이 주도하는 구호기관 협력체로서, 원래 HIV/AIDS 간호 봉사자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설립되었다. 봉사자들에게는 간호 키트가 제공되고 장거리 여행을 위해 자전거가 주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RAPIDS가 말라리아와의 전쟁에서 선봉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봉사자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고통스러운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다. 붕사자 데이네스 루맘바(Dainess Lumamba)는 말라리아로 인해 두 자녀를 잃었다. 그 후 데이네스는 자녀들을 항상 모기장 안에서 자도록 하였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녀가 살고 있는 잠비아 키사사(Kisasa) 지역에서 말라리아의 위험을 알리는 일에 스스로 참여하고 있다. 아무런 금전적인 혜택이 주어지지 않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고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것 자체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기술들을 사용해 말라리아를 지구상에서 퇴치시킬 수 있을까? 마크 마이어 박사는 아직 낙관하기에 이르지만 현재의 기술 수준은 말라리아를 통제 가능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말라리아 퇴치를 향한 첫 번째 단계라고 전한다. "앞으로 10년 내에 큰 발전을 이룰 것입니다. 희망하기는, 그 때쯤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낭가 마을에서 말라리아는 이전처럼 치명적인 질병이 아니다. 월드비전은 탄자니아 정부와 협력해 모기장 분배에 나섰고 간호 봉사자들은 마을 회의와 가가호호 방문을 통해 말라리아 발생 원인과 예방법을 홍보하고 있다. 말라리아 환자들은 더 이상 전통적인 주술사를 찾아가지 않는다. 혹 찾아간다 해도 주술사들이 환자들을 병원으로 보내고 있다. 간호 봉사자가 된 데이네스는 더 이상 옷을 흔들어 모기를 쫓아내지 않는다. 그리고 모기장을 몇몇 특권층만이 사용하는 사치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 저녁 그녀의 자녀들은 모기장 아래서 편안한 잠을 청할 수 있을 것이다.

말라리아는 매년 약 1백만 명의 어린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이 숫자는 하루에 2천 명의 어린이들이 생명을 잃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사망자 가운데 약 85%는 다섯 살 이하 유아로서 이들 대부분은 사하라 사막 남부 지역에 살고 있다.

월드비전은 2015년까지 예방 가능한 말라리아 사망자를 최소로 하는 것을 목표로 한 'End Malaria' 캠페인을 통해 모기장과 치료약의 보급 및 정부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월드비전은 아프리카 탄자니아를 방문해 말라리아로 인해 일어나고 있는 지역 사회의 변화를 취재하였다.


<출처: 월드비전 코리아데스크 소식지 '꿈이 있는 세상' 2009년 가을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