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그맨 이수근이 ‘식적’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방송의 한 연예프로그램에서 그는 툭 하면 방귀를 뀌고 배 속에 가스가 차 있어서 ‘장 트러블타’로 불리는 것 때문에 한의원을 찾았다. 한의사는 이수근에게 ‘식적’이라는 병이라며 “밥 먹은 기운이 계속 쌓여서 병이 되는 것”이라며 즉석에서 침을 놔주기도 했다. 과식을 하거나, 혹은 음식을 급하게 먹고 난 뒤 속이 갑갑하고, 배가 아파지는 경우가 있다. 한방에서는 이런 증상을 식적이라고 한다.
병의 수많은 원인 중에서 지금 만병의 근원으로 제일 먼저 꼽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어쨌거나 어른들 말씀처럼 잘 먹어야 탈이 없다는 말이다.

식적은 만성 식체 증후군이라고도 하는데, 쉽게 말해서 음식으로 인해 생긴 모든 병을 ‘식적’이라고 한다. 간단히 손으로 명치끝을 눌러서 아프면 음식으로 인한 질환이다. 원래 비위의 기능이 약한 사람이 음식 습관까지 좋지 않게 되면 먹은 음식의 기운이 소화관에 정체된다. 이때 소화가 덜된 음식찌꺼기가 위와 장에 남아 있으면 소화 장애를 일으켜 소화불량과 복통, 대변을 자주 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싱크대에 음식 찌꺼기가 많이 막혀 있다면 음식 찌꺼기가 썩으면서 가스가 발생한다. 그리하여, 물이 잘 내려가지 않아서 싱크대에는 항상 물이 고여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먹은 것이 적(積)을 형성해서 막혀 있는 것이다. 몸의 싱크대인 위장이 막혀있으면 물이 체이게 된다. 즉 습기가 쌓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식이 이렇게 속에서 막히면, 구체적으로 몸에는 어떤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일까? 식적으로 몸에 습이 쌓이면 5가지의 증상이 단계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만성적으로 피곤하고 항상 눕고 싶어지고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소변을 보더라도 시원하지 않다. 이는 몸에 쌓인 습을 제거하려는 생리적인 현상으로 본다. 그리고 자연히 체중이 증가한다. 간혹 ‘원장님 저는 밥을 한 숟가락씩 밖에 안 먹는데 웬 살이 이렇게 많이 찝니까?’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건 먹어서 찌는 것이 아니고 습이다. 흔히 장마철이 되면 화장실 문이 찍찍하면서 열리듯이 몸에 습이 차면 나무가 뒤틀리듯 뼈가 뒤틀린다. 그래서 관절염이 생기고 손이 부으면서 뼈가 튀어나오거나 류마티스 등으로 형태가 변하기도 한다. 이것이 계속 진행이 되면 배에 물이 차서 심하면 중병으로 가게 된다.

그 외에 식적 환자는 감기가 아닌데도 목이 붓고 열이 나는 증상을 보인다. 중이염이나 비염 등의 만성염증이 잘 낫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한 체기를 자주 느끼고 늘 기운 없어하고 만성 소화 불량, 의욕 저하, 복통에 시달린다. 배에서 덩어리 등 단단한 것이 만져지거나 신물이 올라오고 입맛이 떨어져 체중이 줄기도 한다. 이들은 양방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도 대개는 이렇다 할 진단이 내려지지 않는다. 그 외에도 ‘식적 요통’ ‘식적 두통’이라는 질병이 있다. ‘식적 요통’은 동의보감에 나오는 10가지 요통 중 하나이다. 소화 불량, 만성 위염이 있거나 과식한 뒤 허리가 뻐근하게 아파오는 것이 주증상이다. 평소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사람이 요통으로 고생한다면 허리의 문제가 아니라 식적이 원인일 수 있다.

그렇다면 속에 꽉 막혀있는 식적, 이것을 속 시원하게 뚫어줄 방법이 없을까? 식적을 피하기 위해서는 다음 5가지를 반드시 금해야한다.

첫째, 밤 늦게 먹는 것. 독일의 조사결과 밤샘 노동자의 수명이 일반인에 비해서 15년 정도 짧다는 결과가 있다. 물론 밤에 자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밤에 먹는데도 이유가 있을 것. 밤늦게 먹으면 모든 인체가 다 쉬는데 소화 장부만 밤새 혼자 달리는 것과 같아서 소화 장기가 나빠진다.

둘째, 빨리 먹는 것. 천천히만 먹어도 위궤양 등이 많이 나았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속이 쓰리신 분들은 오늘부터라도 꼭 천천히 꼭꼭 씹어서 드시길 바란다. 놀라울 정도로 증상이 완화될 것이다.

셋째, 찬 음식을 먹는 것. 인류가 발명한 물건 중 가장 편리하면서도 건강에 치명적인 발명이 ‘냉장고’라는 말이 있다. 원래 우리의 내장은 찬 것에 적응이 되어있지 않다. 그런데 사람은 항상 찬 것을 먹는데 그것이 혈액순환을 막게 하여서 결국은 큰 병의 원인이 된다.

넷째,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 것.

다섯째, 기분 나쁠 때 드시는 것 기분 나쁠 때 드시면 누구나 체하게 돼 있다.

식적은 한의학에서는 침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그리고 일단 식적이라는 원인이 밝혀지면 식적을 해소하는 원인을 단계에 맞게 처방 하게 된다. 그중 대표적인 한방약은 ‘평위산’. 위를 평평하게 한다는 뜻이다. 소화액이 많이 나오게 해서 소화를 돕고 배에 찬 가스를 몸 밖으로 빼주는 것이 이 약의 효과다.

소화를 돕고 비위를 편안하게 해주는 한약재는 창출, 백출, 귤껍질, 복령, 사인 등이 있는데 이런 약재들을 잘 쓰면 식적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요즈음 뜸이 인기가 많은데 뜸을 배꼽과 배의 정중앙에 뜨면 비위를 따스하게 하여서 통하게 하는 효과 때문에 식적에 도움이 된다.

언젠가 한국에서 한의원을 하고 있을 때, 30대 초반의 두드러기 환자가 찾아왔다. 수개월 전 자장면을 먹고 심한 소화 장애를 일으킨 후 부터 잦은 소화 장애와 함께 두드러기 증상이 시작됐다고 한다. 이는 말 그대로 음식의 정체로 생긴 전형적인 식적의 병증이다. 그래서 약과 침구치료를 실시한 결과 며칠 만에 간단히 증상이 해소됐다. 물론 앞으로도 정기적인 예후 관찰이 필요하리라 생각되지만 한의학의 신속함에 놀랐던 사례였다.

한의학은 주먹구구의 미신이 아니라 오랜 세월 축적해온 데이터의 결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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