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는 분 중에서 운전하다가 심한 교통 체증을 한번쯤 경험하지 않은 분은 아마 없을 겁니다. 갈 길은 바쁜데 꽉 막힌 차량 행렬은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을 때, 그것도 시내 도로라면 옆 골목길로 빠져 나가기라도 하지만 고속도로에서 차량이 정체되면 정말 난감하기가 그지없습니다. 오도 가도 못하고는 그저 앞 차의 움직임에 따라 굼벵이 걸음걸이 하듯 서서히 움직이면서 그저 교통이 원활해지기만을 바라노라면 정말 한심하기가 짝이 없습니다.

그것도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는 시간이라면 하루 이틀 그런 것이 아니니까 으레 그러려니 하고 또 다들 그렇게 운전하는 거려니 하며 참기라도 하지만 출퇴근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한낮이나 늦은 밤 시간에 교통이 정체되면 정말 감정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출퇴근 러시아워가 아닌 때에 차가 그렇게 꽉 막히는 경우는 대부분 도로에서 일어난 사고로 인한 정체될 때가 많은데, 그렇게 도로가 막혀서 서행으로 앞차를 따라 가다가도 사고 지점에 다다르게 되어 사고를 당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래도 나는 사고를 당하지 않고 무사히 운전을 하고 있음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스며들면서 그동안 차량 정체로 인해 받은 짜증을 금새 물리쳐 주기도 합니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것이 차가 막혀도 내가 가고 있는 도로의 반대편 방향 도로에도 차가 같이 정체되어 막혀 있으면 그래도 참아내기가 좀 나은데 비해, 반대편 방향 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아주 원활하게 소통이 잘 되기라도 하면 마음은 더 심란해 지는가 하면, 그 반대로 반대편 방향 도로에는 차가 꽉 막혀서 거의 모든 차가 서있는 듯 정체되었는데, 내가 가는 방향에는 막히지 않고 달리게 되면 그 뭐라고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묘하게 통쾌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게다가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목적지에 갈수 있는 길이 여러 갈래라서 그중에 하나를 택했는데 그렇게 택한 그 길이 막혀 버리면 참 암담하기가 짝이 없고, 길을 정하고 가는데 길이 전혀 막히지 않고 원활하게 운전을 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아마 기분이 좋은 이유는 길이 막히지 않아서도 그렇지만 그 길을 택하는 결정을 한 내 자신에 대한 뿌듯함이 기분을 더 좋게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곤 그 속도로만 가면 목적지까지 언제쯤 도착하리라 예상을 하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도로가 막히면서 교통이 정체되면 아, 그때 느끼는 기분은 영 아니올시다 입니다. 길이라는 것이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사고나 다른 이유로 인해 막힐 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래도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아마도 길이 막혔다는 그 자체보다는 그길로 가겠다고 결정한 자신의 결정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 것입니다.

며칠 전 고속도로로 운전을 하는데 내가 가는 방향과 반대편 도로가 갑자기 차량으로 꽉 막혀서 도로가 거의 주차장처럼 정체가 되더니만 그런 상태가 꽤나 길게 이어진 것을 운전을 하면서 보게 되었습니다. 몇 마일은 족이 될 만큼 길게 차들이 늘어섰는데 마치 주차장에 정차한 듯 정체 현상이 심했습니다. 한참을 달렸더니 그제야 정체 현상이 조금씩 나아지더니 다시 얼마를 달리면서 보니까 그 뒤부터는 차량들이 제 속도로 달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물론 그렇게 달리는 이들은 불과 수마일 앞이 꽉 막혀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속력을 내서 질주를 하는데, 이미 차들이 많이 막혀 있는 도로를 보고 오는 내 눈에는 그야말로 정체된 차량 행렬을 향해 속력을 내서 질주하는 것이 우습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그렇게 달리는 차들이 자기 앞에 있는 도로가 차량으로 꽉 막혀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저렇게 달려가지는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니까 그렇게 질주하는 이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보이기까지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문득 우리네 인생도 마치 얼마 앞의 도로 사정을 알지 못해서 조금만 지나면 확 뚫린 길인데도 지금 막힌 것만을 불평하는가 하면, 조금 앞에는 차들로 도로가 꽉 막혀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은 막히지 않았다고 속력을 내어 질주하는 차량들처럼 우리도 인생의 한 치의 앞을 내다보지 못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내가 가는 방향과 반대로 달려오면서 내 앞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이 막혀있다든가,,, 아니면 확 뚫렸다든가,... 내가 스스로 볼 수 없는 앞날을 미리보고 알려주는 이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뿐... 그렇게 미리 알려 준다고 해서 내가 가는 길이 크게 달라질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가야할 길이라면 앞이 막혔다고 돌아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앞이 뚫렸다고 해서 건너뛸 수도 없습니다. 길은 막혀도 그냥 가야하고, 뚫려도 그냥 가야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