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을 부고라고 한다. 특별한 사람일 때는 TV나 신문에서 다루지만 보통사람은 인터넷이나 신문 또는 전화로 알린다. 부고를 접할 때 나타나는 반응은 다양하다. 첫째는 충격적이다. 근래에 대표적인 분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이 세계적인 뉴스가 되었다. 또 약물 중독으로 갑자기 죽은 천재적 가수 마이클 잭슨도 여기에 해당된다. 헌법을 고치면서까지 오래 집권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도 빼 놓을 수 없는 충격이었다.

두 번째는 아쉬움을 주는 부고다. 좀 더 오래 사시면서 좋은 일 많이 하실 분이 가셨다고 애석해 한다. 즉 몇 일 전에 별세한 에디워드 케네디, 그는 미국의 정치사를 바꾸어 놓은 케네디 3형제의 막내로써 미 전국민의 애도 속에 장례를 치른 경우다. 한국에는 성자로 불렸던 한경직 목사나 김 순환 추기경을 꼽을 수 있다. 인류역사에서 이 항목에 드는 가장 위대한 분은 모세다. 그는 세계를 호령하던 애급 왕의 공주의 양 아들로 호의호식할 수 있었으나 그 모든 영광을 뒤로 하고 노예 생활하면서 가난하고 병들고 의지 할 것 없는 자기민족들과 같이 그 나라의 독립을 위해 120년을 고생하다가 꿈에도 소원인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복지를 바라보면서도 들어가지 못하고 비스마 산 꼭대기에서 애처롭게 죽는다. 그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300여만 명 이상의 백성들이 30일 동안 통곡을 하면서 슬퍼했다.

세 번째는 덤덤하게 받아드리는 부고다. 보통사람은 이 항목에 속한다. 세상에 태어나서 시집 장가가고 아들 딸 낳고 살다가 때가 되면 떠나는 것을 누가 막으리요. 오는 순서는 있으나 가는 순서는 없다고 하듯 자연의 섭리라고 당연하게 받아 드린다.

네 번째는 "잘 죽었어, 그 사람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어! 높은 자리에 오래 앉아 있으면서 죽을 때까지 양심은 일찍 쓰레기 통에 집어 던지고 아첨꾼들을 거느리고 할 짓 못 할 짓 다 하면서도 남들에게는 거룩한 자로 부각되어 부귀영화 누리다가 죽었으니 너무 잘 됐어" 하고 속으로 춤을 춘다. 또 이 항목에 속하는 족속은 막가파가 있다. 세상에 나쁜 짓 만 골라 하다가 제 명을 못 다하고 가는 사람들.

세계적으로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부고를 받은 사람이 있다. 바로 그 유명한 알프레드 노벨이다. 노벨상이 세상의 최고의 상으로 아는 사람은 많지만 그 상이 부고에서부터 시작된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당시 노벨은 엄청난 돈을 모았고 자나 깨나 돈은 계속 그의 금고로 들어오는 큰 부자였다. 어느 날 그는 불란서 여행 중에 한 호텔 방에서 아침신문 첫 페이지를 보고 기절할 뻔했다. "알프레드 노벨 사망"이라는 특종기사다. 그리고 내용에는 "그가 만들어 낸 다이나마이트가 전쟁에 사용되고 있으며 더 큰 전쟁을 확대시키는 장본인이다" 라는 내용이었다. (그의 동생의 부고가 신문에 잘못 전해진 것이다.) 그는 그날 모든 스케쥴을 중단하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가 발명한 다이나마이트가 좋은 일에 많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전쟁의 살인 무기에 사용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전쟁에는 절대로 못쓰게 하는 방법이 없다. 그는 한 아이디아를 냈다. '세계평화를 위한 일을 하자. 평화를 위해 수고한 사람에게 큰 상급을 주면서 전쟁을 억제하는 운동을 하자'하고 만든 것이 노벨 평화상이다. 한국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 화해에 공이 있다고 인정 되어 이 상을 받았다. 노벨이 잘못된 부고를 접하지 않았더라면 돈 많은 부자로 살다가 갔을 것이다.

보통사람에게도 부고가 필요하다. 즉 친지의 별세소식을 접할 때 자기를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나도 언젠가 꼭 죽는다, 그리고 부고가 돌겠지,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할까? "정말 아까운 사람이 갔어" 하고 슬퍼 할까? 아니면 "정말 잘 죽었어 하고 손 벽 칠까?" 그 판단은 다른 사람의 몫이다. 그 사람의 진가는 관 뚜껑을 덮을 때라고 하듯이 살았을 때 좋은 일을 많이 해서 죽은 후에 아쉬운 여운을 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