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일 년에 한두 차례 으레 몸살을 아주 심하게 앓아, 한번 걸리면 한 주 정도는 흠씬 매를 맞은 사람처럼 녹초가 되어 며칠을 지내곤 했는데, 검도를 다시 시작한 이후 지난 5년 동안에는 몸살은커녕 감기도 한번 걸리지 않을 만큼 건강하게 지냈습니다. 내심 나름 운동을 열심히 한 덕분이라 생각하고 가끔씩 다른 이들에게 은연중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사이 며칠 동안 몸살 기운 때문에 지내기가 편치가 않습니다. 일주일 전 즈음인가 까닭 없이 밤에 자는데 땀이 많이 나더니 목이 탁해지고 몸이 나른해 지더니 마른기침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더 아프지도 덜 아프지도 않고 그냥 그런 상태가 며칠째 이어지는 겁니다. 차라리 많이 아프면 몸져눕기라고 할 텐데, 그렇게 심하게 아픈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운하게 다 나은 것도 아니고...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지만 아무튼 이로 인해 몸과 마음이 다 그냥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편치가 않고 게다가 일을 능률적으로 할 수가 없으니까 일을 하기도 힘들지만 해도 영 신통치가 않습니다. 몸이 불편해서 움직이며 일하기가 쉽지 않으면 이런 저런 구상이라도 할 수 있도록 마음이라도 편하면 참 좋을 텐데 몸이 불편해서 일하기 어려우면 영락없이 마음도 불편해져서 아무 생각도 제대로 따라 주지 않아 짜증나기가 일쑤입니다.

이렇게 몸이 편하지 못하니 차분한 마음으로 글 한 줄을 읽기도 쉽지 않아 인터넷에 실리는 이런 저런 글들을 뒤적거려 보는데 아마도 허접한 마음을 뭔가로 채우려는 본능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인터넷을 뒤지다가 L.A.에서 목회하는 김세환 목사님이 쓴 칼럼을 읽으면서, “아, 이런 불편도 하나님의 신호등이다” 싶은 생각이 들어 오늘은 그 칼럼을 여러분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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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새벽기도를 나오는데 집에서 교회까지의 거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새벽시간은 왜 그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급한 마음으로 운전을 하는데 빨간 신호등에 걸리지 않고 녹색신호등만 만나서 일사천리로 교회까지 오게 되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릅니다. 아주 유치하고 사소한 발상이지만 하루가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그런데 어떤 날은 매 신호등마다 "빨간색" 불을 만나게 됩니다. 이상하게도 급하고 늦은 날에는 더 많이 빨간 신호등을 만나 기다리게 됩니다. 짜증스럽고 심지어는 화가 날 때도 있습니다.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며칠 전 새벽에 운전을 하다가 아주 급하게 차를 모는 한 중년 남자를 보았습니다. 아마도 이른 아침부터 해야 할 급한 일이 있었나 봅니다. 노란 불에서 빨간 불로 신호가 바뀌어가는 중인데 이미 무서운 속도로 엑셀을 밟기 시작합니다. 그 여세로 보아서 지금쯤은 아주 멀리 갔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그 다음 신호등에 가니까 빨간 불 신호등을 만나서 부릉부릉 거리며 신호변경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백인 남자가 한국 사람들처럼 새벽기도를 드리는 것도 아닐 텐데 이른 새벽에 어디론가 급하게 달리고 있었습니다. 신호등의 파란불이 들어오자마자 또 다시 미친 듯이 급발진을 하면서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안쓰럽게도 그 다음 신호등에서 또 어김없이 그 사람과 조우하게 됩니다. 몇 번을 그렇게 반복합니다. 정말 억세게 운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다가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비로소 제 속력을 내기 시작했나 봅니다. 그런데 정말 불행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고속도로를 타려고 우회전을 하는데 바로 그 차가 숨어있던 경찰관에게 붙잡혀서 "딱지"(Violation Ticket)를 끊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빨간색 신호에서 우회전을 할 수 없는 곳 (No turn on red)인데 미처 푯말을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잔뜩 찌푸린 얼굴로 경찰관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그 운전자의 옆을 지나치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이것이 교통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인생의 여정에 관한 일이라면 어떨까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밤이 늦도록 수고하고 노력했는데 인생의 고비마다 알 수 없는 적신호를 만나 멈춰서고 주저앉게 된다면 얼마나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겠습니까! 예전에 어떤 정치인의 절규처럼 "큰 뜻을 마음에 품었는데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 대도무문(大道無門)이면 얼마나 그 인생이 힘들고 고통스럽겠습니까!

성경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16:9) 살아갈수록 우리 인생은 우리 생각과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인생을 나의 노력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주님의 도우심과 인도하심을 구하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인생의 주인은 바로 주님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