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갑작스레 잃는 아픔을 하늘의 축복과 위로로 승화시킨 글로 잔잔한 감동을 미주 교계에 일으켰던 홍석환 목사가 워싱턴에 잠시 들렀다. 영성 수련회에 참석한 후 친구 김용환 목사(새빛교회)를 만나고 보스턴으로 바삐 돌아가는 홍 목사의 발걸음을 잠시 멈춰 세우고 근황을 물었다.

“한국일보 워싱턴에서 ‘뜻밖의 선물’을 잘 소개해준 덕택일까요?(3월 19일자 보도) 5판 인쇄에 들어간다니 감사할 뿐입니다. 현택이가 뼈암으로 쓰러지면서 거의 목회를 못하게 된 상태에서 어떻게 해서든 정리를 해서 성도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웹사이트에 올리고 편지를 써서 교회에서 낭독한 글들이 모아져 만들어진 책입니다.

우연히 홍성사와 연결이 됐지요. 기적적으로 치유를 받은 사람, 혹은 그런 가족을 둔 분의 간증은 많지만 저와 같은 경우는 드물다고 하더군요.”

당시 성도들은 홍 목사가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지 가만히 주시하는 분위기였다. 한 인간으로서, 도저히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 서 있는 목사로서, 목회자도 영적인 아버지라는 생각에 책임감이 느껴졌다.

설교하듯이 써내려가려 했지만 엄청난 고통을 다시 겪어야 했기에 쓰다 말다 하다가 수도원에 한달 간 들어가 겨우 마칠 수 있었다.

약간 아쉬운 것은 고난을 당하는 신학자의 고민과 사색이 일반 독자를 고려하다 보니 많이 빠진 점. 그래도 반향은 컸다.

어떤 분은 500권을 혼자 구입해 교회에 기증하기도 했다. 수익금은 교도소 사역을 하는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을 돕는데 사용됐다. 요즘은 홍 목사의 CD를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비슷한 일을 경험한 분들의 전화도 간혹 있다.

더욱 감사한 일은 홍 목사와 함께 성도들이 성장해간 사실이다. 부임 시절 성도 간 갈등이 없지 않았는데 화해가 자연스레 이뤄졌다. 그리고 삶에 닥쳐오는 문제들을 성경에 비추어 홍 목사와 함께 씨름하면서 신앙의 깊이를 더해갔다.

그럼에도 ‘신앙인들이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하는 물음에 “인생은 절대 공평하지 않다”고 홍 목사는 말했다. 거기에서 대답이 끝났다면 희망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홍 목사는 “하나님은 공평하신 분입니다”하고 덧붙였다.

이 세상에는 알 수 없는 일들이 널려 있는 법. 신비에 쌓여있는 삶 속을 걸어가는 신앙인들에게 그래서 하나님을 향한 믿음은 절대적이다.

공부도 잘하고 다재 다능했던 아이, 착한 아이를 10대에 하늘나라로 보낸 아버지의 수기 ‘뜻밖의 선물’은 곧 영문으로도 번역될 예정이어서 2세들과 미국인 독자들에게도 큰 감동을 줄 것 같다. 홍 목사는 북부보스턴교회를 8년 째 담임하고 있다.

<워싱턴 한국일보 이병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