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인간의 권리는 어디까지 허용이 되어야 할까?

지난달 30일 영국대법원이 안락사 관련 소송을 낸 데비퍼디(女·46)의 손을 들어줬다. 안락사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이를 용인해준 사람은 기소되는데, 이번 판결로 안락사를 용인해 준 사람이 기소를 면하게 될 길이 열린 것이다.

데비퍼디(女·46)와 그의 남편 푸엔테는 세계각지를 다니며 자유롭게 인생을 즐겼다. 그러나 퍼디는 다발성경화증이라는 불치병에 걸려 운동장애와 마비증세가 몸을 덮쳤고, 현재는 침대에서 하루종일 누워있어야만 하는 정도로 악화되었다.

데비퍼디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안락사로 마감하고 싶다는 결정을 내려 스위스로 갔다. 영국은 안락사가 불법이지만 스위스는 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퍼디가 죽고 난 후 남편이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면 남편은 기소당하게 된다. 이 때문에 퍼디가 소송을 낸 것이다.

2007년에 소송을 냈고 1심(고등법원)과 2심(항소법원)에서 모두 패소했으나, 이번에 대법원이 데비퍼디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이 안락사나 안락사 협조를 합법화 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적으로 안락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지평을 열어놓은 셈이다.

이 판결에 대한 찬반논쟁은 분분하다. 삶의 마지막 페이지를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부분과, 장애인이나 빈곤층 등에서 남용·오용되어 생명경시풍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러한 논쟁은 미국과 한국에서도 뜨겁다. 미국에서는 오레곤 주가 1997년 존엄사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워싱턴 주에서는 조력 자살까지도 허락하는 존엄사법을 올해 통과시켜 현재 시행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 대법원은 사상 처음으로 존엄사를 인정하는 판결을 냈다. 김모씨(77.여)는 작년 폐암 조직검사를 받던 중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후, 자녀들이 '평소 어머니가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고 싶어했다'며 소송을 낸 것이다.

대법원의 존엄사 인정 판결 이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반대성명을 냈다. 협회는 존엄사로 인해 인간생명의 존엄성이 침해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최근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이 존엄사법과는 다른 '자연사법'을 발의했다. 이는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본인이 치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법안이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자연사법에는 찬성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