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정치가 디즈레일리는 평소에 "비록 살면서 수많은 실수를 저질렀지만, 결코 사랑 때문에 결혼하는 허황된 것은 하지 않으리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그는 서른다섯 살이 되도록 독신으로 지내다가 어느 날 결혼을 발표하게 됩니다. 어느 돈 많은 과부에게 청혼을 했는데 사랑하지도 않고 자기보다 열다섯 살이나 많은 50대 과부였습니다. 그녀도 디즈레일리가 사랑이 아닌 돈 때문에 청혼한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황당한 청혼을 받은 그녀는 "생각할 시간을 1년만 주세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일 년 후, 디즈레일리의 인격을 검증해 본 그녀는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습니다.

이 황당한 결혼 사건은 마치 모종의 거래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처음엔 그다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이들이 훗날에는 아름다운 결혼의 모범으로 칭찬을 듣게 됩니다. 물론 결혼 생활이 줄곧 평탄하지만은 않았지만 이 부부는 언제나 아름답고 지혜로운 결합을 보여주었습니다. 디즈레일리는 젊지도 아름답지도 그렇다고 특별히 지혜롭지도 않은 그저 돈 많은 과부를 선택했습니다. 그녀는 기본적인 문학, 역사 상식 등에 무지했으며 심지어 그리스와 로마를 제대로 구별하지도 못했습니다. 차림새는 평범함을 지나쳐 괴상하기까지 했고, 실내 인테리어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결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남편과 어우러질 줄 아는 능력"에 있어서는 감히 천재라 칭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녀는 부창부수의 신조를 따르며 언제나 온화하게 생활했습니다. 디즈레일리가 종일 사람 때문에 시달리다 피곤에 지쳐 귀가하면, 부인은 언제나 따뜻하게 남편을 감싸 주었습니다. 그는 집에서 만은 마음을 편히 쉴 수 있었습니다. 기쁨이 넘치는 가정 안에서 이들은 서로를 극진히 존경하고 아껴주었습니다. 디즈레일리의 평생에 있어서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순간은 바로 늙은 부인이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였습니다. 부인은 그의 가장 현명한 내조자이자, 측근, 고문이었습니다. 매일 저녁 디즈레일리는 의회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밖에서 있었던 각종 사건들을 이야기해 주었고 부인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습니다. 그래도 언제나 남편 디즈레일리가 가장 탁월한 인재이며 결코 실패하지 않으리라 굳게 믿어주었습니다.

그들이 함께 보낸 30년 세월동안, 부인은 언제나 남편의 입장에서 생각했고 남편의 짐을 함께 나누어 메려고 노력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재산조차 남편과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기에 가치 있다고 여길 정도였습니다. 물론 디즈레일리에게도 부인은 마음속 영웅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디즈레일리는 부인이 아무리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질러도 절대 질책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부인 앞에서는 그 어떤 비판의 말도 늘어놓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부인을 조롱할 때면 그 즉시 부인을 감싸고 돌았습니다. 완벽하지 않았던 아내 메리 앤 역시 30년간 남편만을 지지했습니다. 그녀는 언제나 남편을 칭찬하고 존경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디즈레일리는 부인을 한 번도 미워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하며,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아내를 꼽았습니다. 그의 아내 역시 친구들에게 "은혜로운 하나님께서 내게 그이를 보내주시어, 이렇게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어."라고 말합니다. 디즈레일리가 가끔 "당신 재산이 아니었다면 부인으로 맞이하지 못했을 텐데..."라고 농담을 하면 메리 앤은 웃으며 이렇게 대답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번에 제게 청혼 하신다면 그땐 분명 사랑 때문이겠죠?" 디즈레일리도 이 대답에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메리 앤은 분명 단점이 많은 여인이었지만, 디즈레일리는 그녀를 변화 시키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녀 원래의 모습을 받아들이며 삶을 즐길 줄 아는 현명함을 지녔던 것입니다.

행복은 나 자신이나 상대방의 단점의 많고 적은 것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품을 수 있을 때 불완전함 가운데서도 온전한 행복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가장 어울리지 않은 부부라고 불행한 결합이라고 생각했던 디즈레일리 부부는 서로의 모든 것을 품어 줌으로써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부부, 누구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던 것입니다. 진정한 행복은 정치적 명예로, 많은 재산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상대의 단점을 조건 없이 품었을 때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우리의 모든 죄와 허물을 품어주심으로 영원한 행복을 보장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