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은 회사나 기구에서 일하는 무보수 실습생으로 정식사원으로 채용되기 전에 일정기간 현장실습을 받는 학생을 말한다. 하지만 이런 ‘인턴’도 단체의 중요한 스텝으로서 얼마든지 훌륭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굿스푼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두 여학생이 그렇다. 한 명은 버지니아대(UVA) 생물학과 3학년으로 한인 학생회장을 맡게 된 조윤아 양이고 다른 한 명은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에 재학중으로 올 가을에 12학년이 되는 이 그리나 양이다.

조윤아 양

▲조윤아 양
조윤아 양은 지난 겨울 굿스푼을 처음 방문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라티노 노동자들에 대해 깊히 생각해 본 적도 없고 한 단계 낮춰 봤다는 조 양. 당시 굿스푼에서 강의를 듣고 너무나도 열악한 그들의 상황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조 양은 지난 학기 Academic & Professional Writing 수업 주제를 라티노 커뮤니티로 정했다. 어느 한 이슈를 정해 그 이슈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를 학기 내내 작성해 나가는 수업이었기에 라티노 커뮤니티에 대해 계속해서 공부하게 됐고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면서 라티노 사역에 미국교회를 참여시키는 방안과 펀드레이징, 추수감사절 행사 같은 다양한 이벤트들을 구상하게 됐다. 이런 일들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대학생들이 필요하겠다 싶어 대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구상했다. 이미 한 학기 동안 인턴 준비를 한 셈이다.

조 양은 여름방학이 시작된 지난 6월부터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풀 타임으로 굿스푼을 섬기고 있다. 주로 하는 일은 굿스푼의 영문 웹사이트에 필요한 문서를 수집하고 작성하는 일과 굿스푼의 여러 사역에 대한 영문 소개서 제작, 그리고 학기 내내 글을 쓰며 구상했던 미국교회에 보낼 후원편지 작성과 대학생 자원봉사자 네크워크 구축 등이다. 대학생 자원봉사자 네트워크는 아웃리치 사역에 관심이 많은 한인교회의 KM, EM, 청년부들을 대상으로 연락해 볼 계획이다.

조 양은 “인턴으로 일하면서 굿스푼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이 라티노들을 똑같이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전에는 스패니쉬를 배우기도 싫었는데 이제는 어린 아이들과 함께 와서 도움을 청하는 그들을 보면 내가 스패니쉬를 못해 도움을 못 주는 게 너무 안타깝구요. 그래서 지금은 스패니쉬 책을 들고 다니며 공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조 양은 “한인들이 아무리 어렵다고 하지만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라티노들을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은 있는 것 같습니다.”라며 한인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이민와서 매일매일 열심히 일하시는 한인 부모님들의 삶을 더 가깝게 체험하게 됐고, 일하는 게 정말 힘들다는 것과 일처리하면서 관계성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 등 짧은 기간 동안 정말 값진 인생경험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조 양은 “자원봉사자의 힘으로 운영되는 굿스푼에 할 일은 너무 많은데 일손이 부족합니다.”라며 “한인사회를 넘어 미 주류사회까지 굿스푼을 알리고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일에 힘을 보태고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이 그리나 양

▲이 그리나 양
지난해 여름부터 매주 토요일 자원봉사를 해온 이 그리나(헌던 거주) 양은 여름방학 동안 주 3일씩 인턴으로 일하면서 한인사회와 라티노 커뮤니티 설문조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양은 “백인과 흑인 커뮤니티 관계를 다룬 자료는 많은데 한인과 라티노 커뮤니티를 다룬 자료는 거의 없어서 힘든 면도 있었지만 우리가 이런 일을 처음 한다고 생각하니 책임감이 더 생기고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믿어요.”라고 말했다.

“친구들이 거의 백인이어서 라티노 같은 불법 체류자는 자기 나라로 되돌려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되니 한인 사회에서 그들을 많이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미국 내 한인들과 라티노 인구가 계속 증가하면서 서로의 문화를 잘 몰라 부딪히는 경우가 많을 거에요. 이럴 때 커뮤니티 간의 관계성이 중요하고 서로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인턴으로 일하면서 굿스푼이 담당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사역들을 보기 전까지는 굿스푼이 단순히 거리급식만 하는 단체인 줄 알았다는 이 양이 이제는 라티노들을 위해 당당히 한 목소리를 내는 대변자가 다 된 것 같다.

굿스푼의 김정수 총무는 “조사 인력이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샘플을 만드는 데 많은 한계가 있지만 한인사회와 라티노커뮤니티에 대한 자료들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양 커뮤니티의 화합과 협력을 위해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일보와 굿스푼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이번 설문조사는 데모그래픽(성별, 연령, 소득수준, 결혼여부 등), 이민자로서 공공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다민족사회에서의 민족간(한인-라티노)의 인식에 대한 내용으로, 영어와 스패니쉬, 한국어 이렇게 3가지 언어로 준비되어 한인마켓과 라티노마켓 등지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굿스푼은 지난 2007년에도 ‘북버지니아 지역 일일 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라티노 일일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열악한 근로환경을 파악해 지역사회에 알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