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워싱톤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요건들을 고루 갖추고 있어서 편리할 뿐만 아니라, 자연의 아름다움 또한 특별합니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이라 대수롭게 여기지 않아서 그렇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왜 사람들이 미국에서 가장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이곳을 꼽고, 또 왜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살고 싶어 하는 지를 금세 공감하실 수 있습니다. 나라의 수도라서 그런지 몰라도 여기는 자연 재해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의 사계절이 또렷하여 각 계절마다 자연과 시간의 변화를 통해 느끼는 감동 또한 각별합니다.

그래도 여름철에 습도가 좀 많다는 것이 여기서 살면서 꼽을 수 있는 흠이라면 흠인데 올해는 여느 해에 비해 습도가 아주 낮아 유난히 상쾌한 여름을 지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20년을 살아온 제 기억으로도 이렇게 상큼한 날씨로 여름을 지낸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허지만 여름 날씨가 어딜 가랴 싶은 생각에 이렇게 상쾌하게 지내면서도 언제 푹푹 찌는 제철(?)의 여름이 들어 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있긴 합니다.

7월의 마지막 주간, 그야말로 한 여름을 지내면서 여름이래야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자연의 모습들을 조금 더 유심히 바라보고 느끼므로 그것들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하나님을 경험하였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 보면서, 이해인 님이 쓰신 ‘7월, 여름편지’ 나눕니다. 여름날 뜨겁게 내리 쬐는 햇살에서 뜨겁게 우리를 달구는 사랑과 기쁨을 노래하고, 산과 숲을 가득 채운 푸른 잎사귀의 나무들을 보며 우리도 이웃을 위해 여름날 시원한 한 자락 나무 그늘이 되어보자고 결심하고, 파도 소리로 가득한 확 트인 바다를 보면서 우리도 확 트인 희망과 용서의 바다가 되어 보자는 시인의 마음이 한 여름을 지내고 있는 여러분과 저의 마음이기를 바랍니다.

* * * * *
움직이지 않아도
태양이 우리를 못 견디게 만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서로 더욱
뜨겁게 사랑하며
기쁨으로 타오르는
작은 햇덩이가 되자고 했지?

산에 오르지 않아도
신록의 숲이 마음에 들어차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묵묵히 기도하며
이웃에게 그늘을 드리우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자고 했지?

바닷가에 나가지 않아도
파도소리가 마음을 흔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탁 트인 희망과 용서로
매일을 출렁이는
작은 바다가 되자고 했지?

여름을 좋아해서
여름을 닮아가는 초록빛 친구야
멀리 떠나지 않고서도
삶을 즐기는 법을 너는 알고 있구나
너의 싱싱한 기쁨으로
나를 더욱 살고 싶게 만드는
그윽한 눈빛의 고마운 친구야

잔디밭에 떨어진
백합 한 송이
가슴이 작은 새가
살짝 흘리고 간
하얀 깃털 한 개
이들을 내려다보는
느티나무의 미소
그리고
내 마음의 하늘에 떠다니는
그리움의 흰 구름 한 조각에
삶이 뜨겁네.

바람 한 점 머물지도 않고
몸도 마음도
땡볕에 타는 여름
땀에 절어
소금기는 다 빠져버린
나의 무기력한 일상을
높은 데서 내려다보며
매미, 쓰르라미는
참 오래도 우는구나
너무 힘들어 쉬고 있는
나의 의무적인 기도를
즐겁게 즐겁게
대신 노래해주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