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던 작은 미국교회를 위해 한인교회가 베푼 온정이 아름다운 꽃을 피워냈다.

와싱톤한인교회(담임 김영봉 목사) 성도들은 지난 7월 26일 폴스쳐치에 소재한 갤로웨이연합감리교회 성도들과 함께 새모습으로 말끔히 단장된 사택을 헌정하는 기념식을 가지면서 감격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올해 14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갤로웨이연합감리교회. 그러나 성도가 50명이 채 안되는 작은 교회의 성도들은 고민이 많았다. 낡고 오래돼 사용이 불가능하다시피한 담임 목사 사택을 보면서도 마땅히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늘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이전 목사들은 개인 주택이 따로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얼마 전 새로 부임한 로리스 존스-윌크스 목사는 사택에 입주해야 하는 처지였다.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조영진 목사(UMC 버지니아연회 알링턴 감리사)가 자신이 담임했던 와싱톤한인교회에 SOS를 쳤다. 갤로웨이연합감리교회는 UMC 알링턴 교구에 속해 있기 때문에 조 목사로서는 자신의 양무리들을 돌봐야 하는 책임이 있기도 했다.

처음부터 공사를 지켜본 김미혜 목사(선교담당)는 “재정상 크게 도울 수 없다는 게 와싱톤한인교회의 입장이었다”며 “그러나 지역사회를 위해 꼭 한인교회가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조 감리사님의 고집(?)에 순종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방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다른 UMC 미국교회들이 돕겠다고 나섰고 갤로웨이연합감리교회도 비용을 보태 마침내 공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워낙 건물이 낡아 공사를 할수록 일이 많아졌고 여섯 교회가 3,000달러씩 각출해 1만8,000달러면 충분할 것으로 처음에는 예상했는데 공사비도 훨씬 더 들어갔다.

노동력은 와싱톤한인교회 성도들이 주로 제공했다. 목공사역팀의 정운용(W•정 건축) 집사와 고광섭(한픽스 사이딩) 집사는 개인 사업을 뒤로한 채 거의 2주 반을 달려들었고 정철용, 이한주, 김성두, 정영학 성도 등이 페인트, 마루, 부엌, 창문 등을 말끔히 교체했다. 공사를 마친 현재 새롭게 단장된 사택을 이전 사진과 비교하면 몰라볼 정도다.

존 윌크스 목사는 “공사가 시작되고 두 번, 세 번 현장에 들를 때마다 너무 달라져 믿기지 않았다”며 “우리의 기도를 하나님이 한인들을 통해 들어주셨다”고 감격해 했다.

조금 무리인 줄 알면서도 와싱톤한인교회 성도들이 더욱 각별히 신경을 써가며 완벽하게 공사를 마무리하려 했던 이유가 있다. 한인처럼 소수계인 흑인 주민들의 교회가 재정 및 성도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은 한인교회와 공통점이 많았기 때문. 흑인교회의 처지를 목도한 봉사자들이 더욱 정성껏 섬기려 한 것은 동병상련의 마음이었다.

한편 와싱톤한인교회의 미국교회 사택 수리 프로젝트는 외형적인 지원 외에 한인교회가 미국교회의 새로운 부흥을 유도해줬다는 영적인 의미도 있어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조영진 감리사는 “해외선교도 시급하나 커뮤니티의 필요를 서로 채워주는 봉사도 매우 중요한데 한인교회가 그 일에 앞장섰다는 건 매우 감사한 일”이라며 “한인사회의 차원을 뛰어넘는 지역 섬김의 샘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와싱톤한인교회 성도들과 갤로웨이교회 성도들은 사택 헌정식이 끝난 후 갤로웨이교회 142주년을 축하하는 자리도 마련해 서로 기쁨을 나눴다.

<워싱턴 한국일보 이병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