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년 전의 일로 기억이 되는데 한국교계 원로중의 한 분으로 널리 알려지신 어느 목사님께서 오늘의 한국 교회 현실을 염려하시면서 신문에 기고하신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분이 말씀하신 내용을 모두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아직도 제게 또렷하게 기억되고 있는 것은 “오늘 우리 한국 교회의 위기는 교회가 오랫동안 교인들이 와서 예배만 드리는 곳이 되어 버린 것”이라는 지적이었습니다. 그러시면서 교회에서는 교인들을 반드시 그리스도의 제자로 양육하고 훈련해야한다는 것을 역설하셨습니다.

그 분이 제자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하신 말씀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교회에서 예배만 드리는 것이 교회의 위기라고 하는 그분의 지적에는 동의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제 생각에는 오히려 오늘날 교회의 위기는 교회가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보다 다른 일들이나 사역에 더 치중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간, 운전하고 가다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어느 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목사님께서는 자신이 섬기는 교회의 여러 가지 사역들을 소개하며 그 교회가 얼마나 귀한 사역을 감당하는지를 말씀 하시는 중에 “교회에 와서 예배만 드리는 교인은 힘이 없고, 그렇게 예배만 드리는 교인들이 있는 교회는 아무 쓸모가 없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두 분 목사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의도가 교회에서의 예배의 중요성을 배제하거나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었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아마도 교회의 여러 사역들을 강조하려다가 말씀하신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와 같은 예배에 대한 표현은 두 분 목사님만이 아니라 아주 흔하게 주변에서 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툭하면 “예배만 드린다”느니, “예배만 드리면 뭐하느냐“는 식으로 예배를 부정적으로 표현하거나 심지어는 “예배나 드린다”느니 “예배라도 드려야 한다”고 까지 말하기도 합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것이 교회의 여러 가지 기능이나 사역중의 하나로 정의되더니만 요즘 교회 개혁이나 갱신을 외치는 이들은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것에 대해 매우 소극적으로 표현하거나 아예 부정적으로 평가하는가 하면, 그러한 평가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드리는 교회의 현실을 접하면서 마음의 안타까움이 큽니다.

그것은 교회의 존재 이유는 바로 하나님을 예배하는데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교회에는 여러 가지 해야 할 사역들이 많지만 그 모든 사역의 초점은 바로 하나님을 예배하는데 집중되어 있습니다. 사역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지 우리가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를 돕는 데서 시작된 것입니다. 사역이란 신령과 진정으로 당신께 예배드리는 이를 찾으시는 하나님께 찾은바 된 우리가 하나님을 바로 예배드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요, 우리의 예배를 그 무엇보다 기뻐 받으시기를 원하시는 하나님께 기쁨으로 예배드리기 위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신 구속의 은총을 베푸신 하나님의 이름을 송축하고 그분을 높이고 그분을 찬양하는 예배를 드리기 위한 것입니다.

저는 오늘날 교회의 위기는 우리가 하나님만을 예배드리지 못하는데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것보다 사역에 너무 치중되어가는 것이 오히려 교회의 위기라고 봅니다. 오늘의 교회가 사역 훈련을 강조하다보니 교인들을 여러 가지 사역을 너끈하게 감당하는 능력있는 사역자를 양성했는지는 모르지만 겸비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거룩한 예배자로서의 모습은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역을 열심히 하므로 얻는 사람들의 보람과 기쁨은 늘었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드리는 신령과 진정의 예배를 받으시는 하나님의 기쁨은 점점 줄어들어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교회를 옛날처럼 다시 “예배당”이라고 불렀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매일 또는 매주 교회에 나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예배만 드렸으면 합니다. 신령과 진정으로 하나님께 예배만 드리고 싶습니다. 거룩하신 주님 앞에 정결한 마음과 몸으로 예배만 드리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찬송하고 감사하는 예배만 드리는 교회를 꿈꾸어 봅니다.

그렇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예배만 드릴 수 있다면, 하나님께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만 드릴 수 있다면,
하나님께 거룩한 예배만 드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나님의 구원을 찬송만 할 수 있다면,
저는 우리가 살아가는 매일 또는 매주간 우리들의 삶이 바로 그런 예배의 연속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오늘 교회의 위기는 예배만 드리는 것이 아니라, 예배만 드리지 못하는데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