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중인 콩고민주공화국을 방문한 WCC 사무엘 코비아 총무가 현지 여성들의 인권 문제에 세계 교회가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1992년부터 시작된 종족 간 분쟁과 역시 내전 중인 르완다 등의 인근 국가들로부터 유입된 반군들의 활동으로 무려 17년간이나 혼란이 지속돼 왔다.

특히 무장 세력들 간의 충돌 과정에서 상대 진영의 여성에게 성폭력을 가하는 것이 전쟁 무기로 이용되면서 한 해 1만3천여 건의 성폭력 피해가 접수될 정도로 여성 인권 상황이 심각하다.

WCC는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세계 분쟁 국가를 방문해 국제사회와 교회의 연대감을 전달하고,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리빙 레터스(Living Letters) 사역의 일환으로 에큐메니컬 사절단을 콩고민주공화국에 파견했다.

사절단과 함께 콩고민주공화국 5개 지역을 둘러본 사무엘 코비아 총무는 이어 13일 수도인 킨샤사에서 열린 전아프리카교회협의회(AACC) 주최 ‘평화, 치유, 화해를 위한 트랜스포메이션 리더십 여성 워크숍’에 참석, 현지 여성들의 피해 참상을 알리고 세계 교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연설을 전했다.

코비아 총무는 “우리는 (지난 방문 기간) 가난으로 인한 고통뿐만 아니라 폭력적인 집단에 의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면서 생명의 위협에 처해 있는 어린이들과 여성들을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자신이 만난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더 고통 받아야 교회가 귀를 기울여줄 것인지 물었다”며 “우리는 그들의 고통에 오랫동안 침묵해 왔다”고 말했다.

또 “교회는 여전히 폭력의 문제를 개인의 영역에 국한시키고 있으며, 폭력을 신체적인 것으로만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가장 시급한 노력은 교회가 이 나라에서 폭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이 문제를 개인의 영역에서 끌어 내서 우리 교계와 정계, 학계로 가져와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코비아 총무는 강조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인근 국가로부터 유입된 세력까지 포함, 약 12개의 무장 조직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소녀들로부터 임신한 여성, 노인들까지 무자비한 성폭력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계속되는 내전으로 성폭력에 대한 처벌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한편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콩고 그리스도의교회(ECC) 지도자들은 WCC의 리빙 레터스 사절단을 환영하며, 이같은 방문이 그들에게는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ECC 장-뤽 뀌예 은동도 회장은 “WCC는 그동안 어려움에 처한 지역을 돕기 위해 세계 교회와 국제사회를 연결시켜 왔다”며 콩고민주공화국의 평화를 위한 다방면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