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경기 중에서 규정이 가장 까다롭게 적용되는 경기가 골프일 것입니다. 특히 골프의 규정은 스스로 지키도록 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특별합니다.

골프 규정 중에서 플레이의 순서가 있습니다. 일단 티 박스에서 티 오프하고 나면 홀에서 먼 공을 먼저 플레이 합니다. 이 규정은 공이 그린에 올라간 후에도 적용됩니다. A 플레이어가 공을 그린에 올리고 B 플레이어의 공은 그린 옆의 모래에 들어 간 경우에도 A의 공이 홀에서 멀다면 A가 먼저 플레이를 해야 합니다.

골프의 규정을 어길 때는 그에 해당하는 벌타나 처분도 정해져 있습니다. 플레이 순서를 어길 때는 어떤 종류의 경기를 하느냐에 따라 처분이 달라집니다. 플레이한 스트로크 전체를 기준으로 결과를 정하는 스트로크 플레이에서는 순서를 어겨도 벌타나 처분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어느 한 사람에게 고의적으로 유리하게 하려고 순서를 바꾸었다고 판단이 되면 함께 치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탈락합니다.

한 홀씩 승부를 가려는 매치 플레이에서 순서를 어기면 먼저 쳐야 할 플레이어가 순서를 어긴 플레이어에게 다시 순서에 따라 다시 치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런 규정이 그대로 적용된 경우가 있습니다. 솔하임 컵 경기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솔하임 컵은 2년에 한 번 열리는 경기로 미국의 여성 프로 대표팀과 유럽 대표팀이 우열을 가리는 경기입니다.

솔하임 컵에서 골프 여제라고 불리는 아니카 소렌스탐이 그린 주변 모래에 공을 떨어뜨렸고 상대 선수가 그린에 공을 올렸습니다. 당시 경기 방식은 매치 플레이였습니다. 거리를 따져서 아니카 소렌스탐이 더 가까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래에 들어 있던 공을 아니카 소렌스탐이 쳐서 꺼냈고 그 공은 그대로 홀로 들어 갔습니다. 유럽 팀은 환호를 올렸습니다. 그러자 상대편 선수가 순서를 어겼다고 지적을 했습니다. 거리를 자세히 비교해 보니까 아니카 소렌스탐이 모래에 있고 상대편이 그린에 있었어도 그린에 있는 공이 더 멀리 있었기 때문에 먼저 쳤어야 했습니다.

결국 그림 같이 한 번에 홀에 들어간 것은 무효가 되었고 지적을 당한 아니카 소렌스탐은 마음이 흔들린 탓인지 다시 시도한 스윙에서 실수를 해서 그 홀을 잃었습니다. 골프 규정에서 아주 작고 사소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규정을 잘 알고 규정을 철저히 지킨 결과입니다. 그러나 규정과 적용을 뛰어 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골프라는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입니다. 스포츠맨십이라는 것입니다. 스포츠맨십은 상대방을 향한 배려도 들어 있습니다. 당시에 소렌스탐의 상대방은 소렌스탐이 모래에 들어가서 스윙을 준비할 때 순서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려 줘야 했습니다. 규정이 요구하지 않지만 스포츠맨십이 요구하는 일입니다. 상대방 선수는 아니카 소렌스탐이 규정을 어기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그것을 미리 막지 않은 것입니다.

은혜와 율법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우리는 비록 은혜 아래 살고 있어도 율법을 완성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율법을 완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율법을 적용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일입니다. 사랑, 긍휼, 배려, 나보다 남을 더 낫게 여기는 일 등 실수와 잘못이 생기기 전에 은혜로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입니다. 법대로 했다는 칭찬보다 더 좋은 것은 은혜로 법을 이루었다는 칭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