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청각은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능력입니다.

길에서 두 사람이 대화를 합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하면 상대의 말이 잘 들립니다. 지나는 차소리와 사람소리 같은 소음이 잘 안 들립니다. 그러나 길가는 사람이 조용한 방에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통화를 하면 달라집니다. 전화를 통하면 모든 배경 소음이 같이 들립니다. 전화로 통화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아무리 주변에 소음이 많아도 눈을 마주하고 관심을 갖고 상대를 대하면 상대의 말이 뚜렷하게 들리는 법입니다.

우리의 귀가 소음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또 한 가지 있습니다. 주변에 소음이 너무 많을 때입니다. 큰 방에 테이블을 2-3개 두고 사람들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합니다. 바로 옆에서 나누는 소리 때문에 자기 테이블에서 나누는 대화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넓은 방에 테이블을 수십 개를 두고 동시에 대화를 하게 하면 오히려 다른 테이블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됩니다. 바로 옆에 있는 테이블의 소리가 귀에 잡히는 이유는 그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 십 가지의 대화가 동시에 들리면 우리 귀와 머리가 각각의 대화를 따라 잡지 못합니다. 결국 어떤 소리도 이해할 수 없게 되고 귀와 머리는 이해할 수 없는 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포기하게 됩니다.

지금 이 시기가 꼭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소음이 들립니다. 처음에는 한 두 가지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경제 위기, 대형 은행과 대형 회사가 파산한다는 소리 등이 크게 들렸습니다. 그럴 때 우리의 귀는 쉽게 큰 소리에 끌려 매입니다.

이제는 너무 많은 소리가 들립니다. 국가수반들이 모여서 경제 위기를 의논하고,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서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고, 중국에서는 인종갈등으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신종 독감은 계속해서 늘어만 가고, 마이클 잭슨의 장례식이 거행되며, 미국과 러시아 간에 “역사적”인 핵무기 감축을 위한 합의가 도출되고, 내년도 경제 성장률에 대한 보다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며, 북한으로 추정되는 세력에 의해서 미국과 한국의 국가 전산망이 집중 공격을 받았고, 차기 대통령 선거를 위해서 벌써 움직임을 시작하는 정치인들이 조명을 받으려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대학 입학 허가서를 받은 가정에서는 학비 마련을 위한 길을 알아보기 시작하며, 여름 휴절기를 지나면서 위축된 사업 때문에 걱정해야 하는 교우들에게는 모두 다 엉키고 뭉친 채로 들리는 소음일 뿐입니다. 차라리 소음이 넘쳐 날 때가 오히려 더 조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집중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오히려 내가 집중해서 들어야 할 상대를 찾아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합니다. 세상에 가득찬 소음이 오히려 고요함으로 바뀔 때 하나님의 얼굴을 가까이서 뵙고, 사랑하는 남편과 아내의 눈을 가까이서 맞추고 신앙의 형제자매들과 다정한 거리에 다가 갈 때 소음이 사라지게 됩니다. 거대한 소음의 바다 속에서 오히려 고요한 자리를 찾게 됩니다. 평강과 기쁨을 일으키는 사랑의 소리, 격려의 소리, 긍휼과 자비의 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온갖 시끄러운 소리 속에서 오히려 고요함을 발견하고 소중한 소리에 귀 기울이는 교우들이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