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재직할 때 육백 사십여 만 불과 일억 원 짜리 시계 두 개를 부인이 받은 일에 대통령께서 어디까지 관여했느냐는 강도높은 검찰 심문에 모욕감을 느껴 자살했다는 보도는 세계적인 뉴스가 됐고 교포들의 큰 화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먼저 동정론이 앞선다. 지금까지 한국의 전직대통령이나 그의 자녀들이 엄청난 돈을 먹지 않은 분이 몇 명이나 되느냐? 그것이 한국의 정치 풍토다. 오죽 힘들었으면 스스로 목숨을 버렸겠느냐? 자살로 몰고 간 책임이 검찰이나 여론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대통령까지 지냈고 변호사출신이며 달변가인 그분이 떳떳하게 검찰에 맞서지 못하고 자살했다는 것이 비겁하다. 혐의들이 사실이 아니면 결백을 주장하고 또 사실이면 인정하고 받아야 할 벌을 당연히 받는 것이 법치국가의 시민이 아닌가. 더욱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당하는 고통이 너무 힘들어 생을 포기한다면 안 죽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살다 보면 억울하고 원통하고 정말 살 희망이 없을 때가 한 두 번인가. 그럴 때마다 사랑하는 부모와 일생의 반려자, 그리고 나를 처다 보는 자녀들, 또한 사회적 책임을 생각해서 이를 악물고 역경을 헤치며 사는 것이 나와 너 우리가 아닌가! 라는 후자들의 변이다.

자살하는 이유도 많다. 엄청난 경제적인 손해를 입고 소생할 길이 안 보일 때, 인격적인 모독을 받았을 때, 오랜 병에 소생의 기미가 없을 때, 사랑의 배신을 당했을 때, 억울한 오해를 받았을 때, 허무주의에 빠질 때 등이다. 자살의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총, 칼, 목매고, 불을 지르거나, 물에 빠지거나 높은 산이나 아파트에서 뛰어 내리거나 독약을 마시기나 단식을 하기도 한다. 못된 사람은 혼자 죽는 것이 억울해 다른 사람들을 죽이고 죽기도 한다. 세계적인 영화 "에덴의 동쪽" "이유없는 반항", "자이언트" 등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던 제임스 딘은 같은 배우 피어 안제리를 처음 볼 때부터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피어의 어머니는 딘과의 결혼을 반대하며 부자집에 시집을 보냈다. 시집간 피어가 딘에 대한 사랑을 잊지 못해 고민하는 것을 안 남편은 딘을 찾아가 피어를 잊어 달라고 애원을 했다. 그것이 피어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고. 딘도 그 여자를 행복하게 해 주라고 부탁하고는 그 길로 스포츠카를 몰고 고속도로에 나가 액셀러레이터를 정신없이 밟았다. 때마침 저녁 노을에 눈이 부셔 정면을 제대로 못 보고 반대쪽에서 오는 차를 그대로 받아 그 자리에서 죽었다. 촬영하다 나온 지 20분 만에 꽃다운 24살의 유능한 배우 제임스 딘은 다른 세상으로 갔다. 피어는 딘의 죽음에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여 이혼한 뒤 얼마 후 그녀 역시 39살의 젊은 나이에 자살했다.

프로이드 이론에 사람에게는 죽고 싶은 생각, 죽이고 싶은 생각, 또 죽음을 당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하듯 자살할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죽고 싶을 때 그 유혹을 이길 수 있는 생존에 대한 존엄성과 그 고통을 능가하는 삶의 강한 사명감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위대한 인물들은 강한 생존의 신념으로 통분을 이겼다. 그 대표로 예수 그리스도시다. 하나님의 외아들로 천한 인간 세상에 와서 좋은 일만 했지만 그에게 돌아간 것은 가난과 핍박, 오해와 배신 그리고 죽음의 시간이 조여올 때 그 분은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는 것이 성경 여러 곳에 나온다. 제자 마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록했다. “내 마음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시험에 들지않게 너희는 기도하라”고 말씀하시고는 “나의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면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해주십시오. 그러나 내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라고 기도하셨다고 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을 배운다. 억울한 고통은 누구에게나 온다는 것, 예수님은 어려움을 피하지 않으시고 맞대응하셨다는 것. 또한 어려움을 이기는 힘을 기도를 통하여 하나님으로부터 받았다는 것, 그 고통을 통하여 새로운 구원의 역사를 이루셨다는 것이다.

기독교 진미는 여기에 있다. 불같은 시련을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역사를 이루는 것이다. 성경에도 자살한 사람이 몇 명 나온다. 사울 왕과 그 부관, 시므리왕, 아히도벨, 그리고 가롯 유다 등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자기의 욕심이나 욕망이 좌절될 때 스스로 자기의 생명을 끊는 것이었다. 자살은 죄다. 자살할 용기면 돌이켜 악착같이 살 용기는 없는가. 캄캄한 밤이 지나면 곧 새벽 별이 떠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