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감정은 인류 누구에게나 보편적이다. 그것은 선험적인 것으로서 교육이나 학습을 통해 배워지는 것이 아니다. 이는 본능과도 같다. 그러나 사랑은 두 얼굴을 갖고 있기도 하다. 사랑이 도가 지나치면 병적인 집착이 되거나 광기가 된다.

사랑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은 모성애가 아닐까 싶다. 비행기 추락사고나 대지진이 일어날 때, 비록 자신은 죽음을 맞이하지만 아기를 품에 안고 살려낸 어머니들이 있다. 어머니의 사랑은 때로 죽음도 넘어선다.

모성애를 다룬 영화 <마더>에는 자식에 대한 끔찍한 사랑을 가진 한 어머니(김혜자 역)가 등장한다. 남편없이 홀로 이 척박한 세상을 살아가기에 그가 의지할 곳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는 아들 뿐이다.

자식이 잘못 될까봐 전전긍긍하며 이 세상 좋은 음식, 보약은 다 먹인다. 오죽하면 약재상을 꾸리고 야매 침을 놓아가며 생계를 꾸릴까. 자식에 대한 헌신과 애정은 이 세상 어떤 어머니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주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어머니다.

어머니의 아들 도준(원빈 역)은 조금 모자라다. 어리숙해 세상에 내놓으면 불안불안하다. 어디 가서 맞고 오지나 않을런지 걱정이다. 나이는 스물여덟인데 나이답지 않게 제 앞가림도 못한다. 어수룩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자잘한 사고까지 치고 다닌다. 어머니의 마음은 애간장이 녹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고생이 살해당하고 어처구니 없이 바보 같은 도준이 범인으로 몰린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어머니는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그런데 경찰은 서둘러 사건을 종결 짓고 무능한 변호사는 돈만 밝힌다.

믿을 사람 하나 없는 세상을 탄식하며 어머니는 홀로 범인을 찾아나선다. 궁지에 내몰린 자식을 구하기 위한 어머니의 사투는 눈물겹다. 어머니는 자식을 구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한다. 도준이 친구의 방에 몰래 들어가 골프채를 훔치고 나오는 건 예사다. 비오는 날, 분노와 비장함에 가득 찬 얼굴로 수사관을 찾아가 싹싹 빌어보기도 한다. 살해당한 여고생 주위를 샅샅히 뒤지며 탐문 수사(?)에 나선다. 어머니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여고생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이 하나하나 밝혀지며 범인을 찾게 되고, 자식에 대한 사랑을 넘어서 광기와 집착에 사로잡힌 어머니는 엄청난 행동을 저지르기에 이른다.

<동물의 왕국>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동물은 자기 새끼를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한다. 비록 그것이 다른 생명을 해치는 일이라 할지라도 새끼를 지키기 위해 감행한다. 광기와 집착에 사로잡힌 인간의 사랑은 흡사 동물의 그것과 같다. 어머니의 눈에는 오직 자식뿐이다. 다른 것은 안중에도 없다. 험한 세상을 오직 자식에 의지해 살아온 어머니이기에 그 마음이 이해되지만, 끔찍한 사랑은 결국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

사랑의 딜레마. 왜곡된 사랑은 비극을 낳지만, 어머니를 감히 비난할 수 없다. 왜? 인간의 사랑이란 원래 두 얼굴이기 때문이다. 영화 <마더>의 어머니 정도는 아닐지라도 누구에게나 그러한 광기와 집착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 자식밖에 모르는 인간의 사랑의 범위란 너무나도 좁은 것이기에 그렇다.

선과 악을 지닌 인간적 사랑의 이중성과 한계를 넘어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신 한 분만을 닮기를 바랄 뿐이다. 모든 인류를 보편적으로 사랑하시고 십자가의 진리를 따라 그 사랑을 드러내신 예수 그리스도의 고귀하고 숭고한 사랑 말이다.

만 18세 이상 관람가, 28일 개봉